팔천오백 킬로의 여행 - 더 올라갈 길이 없다
호주 대륙 자동차 여행 (22)
▲ 다윈의 석양 - 배가 끌어주는 낙하산도 보인다 ⓒ 이강진
인공적인 것이 최대한 배제된, 황량하면서도 아름다운 자연의 모습을 간직한 리치필드국립공원(Litchfield National Park)을 뒤로 하고 다윈(Darwin)으로 떠날 준비를 한다. 떠날 준비라고 해야 아주 작은 텐트 하나, 간단한 침구 등을 자동차에 실으면 된다. 우리 옆에 텐트를 쳤던 젊은 남녀도 떠날 준비를 한다. 자전거 여행을 하는 젊은이다. 자전거에 텐트 및 필요한 취사도구를 싣는다. 우리야 대충 차에 실으면 되지만 이들은 자전거에 실어야 하기 때문에 짐을 싸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 호주와 뉴질랜드를 자전거로 여행하는 독일 여행객 ⓒ 이강진
다윈을 올라가는 중간에 주유소에 들려 기름을 넣고 있는데 마타랑카(Mataranka) 온천에서 만났던 금광에서 일하는 부부 팀들을 만났다. 이미 다윈에 들러 구경을 하고 이제는 남쪽으로 내려가는 길이다. 그들 표현이 재미있다. 다윈까지 갔더니 더 올라갈 길이 없어 할 수 없이 남쪽으로 내려간다고 한다.
다윈에 들어서니 노던 테리토리의 수도 도시답게 고층 빌딩들이 보이기 시작하고 자동차도 많아진다. 바닷가까지 올라가니 넓은 잔디로 아름답게 꾸며진 공원이 있다. 이제는 더 올라갈 곳이 없는 호주 최북단에 도착한 것이다. 자동차를 세워놓고 공원에서 긴 심호흡을 한다. 푸른 하늘에 넓은 바다를 보니 가슴이 확 트인다.
시드니를 떠나 호주의 동해안과 내륙을 통해 이곳까지 왔으니 호주 삼분의 일 정도를 달린 셈이다. 자동차 계기판을 보니 시드니에서 이곳까지 8500킬로 정도 운전하였다. 두 쪽으로 나뉜 대한미국에서 가장 멀리 갈 수 있는 서울서 부산을 몇 번이나 다닌 거리일까? 쓸데없는 생각을 해본다.
오랜만에 신호등이 있는 거리를 운전하면서 시내에서 조금 떨어진 캐러밴 파크를 찾아 텐트를 쳤다. 캐러밴 파크는 젊은 남녀들이 친 텐트로 만원이다. 서양의 젊은이들은 공부도 하지 않는지, 취직 걱정도 안 하는지 캐러밴 파크에만 가면 젊은이들로 넘쳐난다. 박정희와 전두환 시절을 살아온 나의 젊은 시절이 너무 초라하게 느껴진다.
다윈에서 해지는 것을 보는 곳으로 유명한 민딜(Mindil) 해변을 찾았다. 해변에 설치된 벼룩시장에서는 갖가지 물건을 파는가 하면 점을 치거나 마사지를 받는 사람들도 있다. 또한, 각국의 음식을 길거리에서 먹고 있는 사람도 있다. 사람들은 해변에서 음식과 포도주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고 있다. 우리도 오랜만에 이름 모를 동남아 음식을 사서 먹으며 저녁을 해결했다.
각국에서 온 여행객과 특이한 분위기 속에서 석양이 지는 것을 본다. 오래전부터 알고 지내던 사람들처럼 친숙하게 대화를 나누며 가까워진다. 색다른 경험과 색다른 환경은 항상 마음을 설레게 한다. 그래서 편하게 지낼 수 있는 집을 떠나 고생을 사서 하는 사람들이 그렇게도 많은가 보다.
▲ 다윈을 찾은 관광객이 꼭 들린다는 민딜 해변 노천 시장 - 각국의 특이한 먹을거리와 기념품을 구경할 수 있다. ⓒ 이강진
▲ 민딜 해변에서 석양을 즐기는 사람들 ⓒ 이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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