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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목축적조사서 허위 작성 의혹, 사실로 입증됐다"

천안골프장대책위 조사서 분석... "납득할 수 없는 대목 여러 곳에서 확인"

등록|2009.07.03 19:11 수정|2009.07.03 19:13
골프장 조성 사업의 인·허가를 위해 사업주가 제출한 첨부 서류의 신빙성에 문제가 있다는 의혹이 사실로 판명됐다는 주장이 나왔다.

'환경파괴·농업말살 골프장저지 천안시민 대책위원회'(시민대책위)는 북면 명덕리와 납안리 2곳에 각각 골프장 조성을 계획중인 사업주가 천안시에 제출한 입목축적조사서를 지난달 19일 정보공개를 통해 시에서 건네받았다.

시민대책위는 입목축적조사서를 자체 분석한 결과 동일 내용의 반복 게재 등 납득할 수 없는 대목이 여러 곳에서 확인돼 입목축적조사서의 허위 작성 의혹이 사실로 입증됐다고 주장했다.

지역 달라도 나무 종류와 높이, 그루 수까지 판박이

▲ 북면 골프장 사업부지내의 산림 모습. ⓒ 윤평호


시민대책위가 분석한 입목축적조사서는 모두 3권. 두 권은 북면 명덕리 산8-1번지 일원 41만9211㎡ 면적에 9홀 규모의 대중골프장 조성을 추진하는 청한산업개발(청한)이 시에 제출한 것. 청한은 지난 2005년 도시계획시설 입안제안서 제출 당시 1권, 올해 4월 실시계획인가 신청서 접수 때 1권 등 두 권의 입목축적조사서를 첨부서류로 제출했다.

북면 납안리 산11번지 일대 102만7365㎡에 18홀 규모의 골프장을 계획중인 (주)마론은 2006년 도시계획시설 입안 제안서 접수 당시 입목축적조사서를 첨부했다.

입목축적이란 일정 면적에 있는 나무의 체적을 말하는 것으로 입목축적을 보면 해당 산림이 어느 정도 울창한지를 가늠할 수 있다. 이를 조사한 입목축적조사서는 골프장 조성 사업 부지의 산지전용 여부를 판단하는 주요 근거가 된다. 입목축적조사서가 허위로 작성돼 골프장 허가가 취소된 사례도 있다.

대중골프장은 입목축적 결과가 천안시 평균 입목축적의 1백50%를 초과하는 면적이 30%를 넘으면 산지전용이 불가능해져 골프장 신축이 불가능해진다. 회원제 골프장은 천안시 평균 입목축적의 150%를 초과하는 지역이 20% 이상이면 산지 전용이 불가능해 골프장 조성을 할 수 없다. 광활한 산림의 모든 지역을 조사할 수 없기 때문에 입목축적조사는 표준지를 선정해 이뤄진다. 표준지 1개소당 면적은 4백㎡.

시민대책위는 청한이 천안시산림조합에 의뢰해 2005년 6월 작성한 첫 번째 입목축적조사서를 살펴본 결과 조사서상의 표준지 24곳 가운데 8곳에서 나무의 종류와 높이, 그루수가 똑같았다고 밝혔다.

예를 들어 표준지 A(명덕리 산5번지)와 B(산5-1번지)는 전혀 다른 장소이다. 하지만 입목축적 조사결과 A의 나무 수는 74본. B도 74본으로 A와 동일했다. 나무 그루 수야 같을 수 있다지만 떡갈나무 19본, 신갈나무 23본, 산벗나무 16본, 소나무 3본, 밤나무 11본, 리기다소나무 2본 등 나무 수종별 분포도 동일했다. 기적(?)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지역이 다른 표준지 A와 B의 나무들은 수종과 그루 수는 물론 높이와 지름까지 전혀 차이가 없었다.

박기복 시민대책위 조사연구팀장은 "다른 표준지에서 동일한 데이터가 나왔다는 것은 지역이 다름에도 나무의 종류, 높이, 그루수가 일치한다는 것으로 실제상으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입목축적을 낮추기 위한 인위적인 조작의 결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시민대책위 자체 입목축적 산출..."골프장 개발 불가로 판명"

▲ 시민대책위의 입목측적 실측 모습. ⓒ 윤평호


시민대책위는 청한의 두 번째 입목축적조사서도 상당한 문제를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가장 큰 문제점은 입목축적의 감소. 시간이 지나면 나무도 성장해 산림이 예전보다 울창해지는 것이 상식. 그러나 결과는 상식과 배치됐다.

2005년 첫 번째 입목축적조사서에서 명덕리 골프장 사업부지의 ha당 평균 입목축적은 88㎥로 나왔다. 하나임업ENG가 2008년 5월 실시한 입목축적조사에서의 ha당 평균은 59.3㎥. 3년여가 흘렀지만 입목축적은 29㎥나 감소했다.

박기복 팀장은 "산불도 발생하지 않은 지역에서 이런 결과가 나오기는 불가능하다"며 "2005년과 비교해 2008년은 입목축적조사시 표준지의 나무 수도 40여 그루가 줄었다"고 말했다. 박 팀장은 "불법 간벌이 아니라면 입목축적을 낮추기 위해 고의로 나무 그루 수를 축소한 것"이라며 "어느 경우라도 관련 법 위반"이라고 말했다.

시민대책위는 마론의 입목축적조사서에도 비슷한 문제가 되풀이된다고 주장했다. 마론의 의뢰로 충청임업(주)은 2005년 10월 납안리 골프장의 입목축적조사를 실시했다. 조사서에 따르면 사업부지의 ㏊당 입목축적은 50.49㎥로 당시 천안시 평균 입목축적을 밑돌았다.

시민대책위는 식생조사표와 비교해 납안리 마론 골프장의 입목축적조사서 문제점을 짚었다. 해당 사업부지에서는 2005년 10월, 2007년 7월, 2008년 5월 환경영향평가를 위한 식생조사가 진행됐다. 조사 뒤 환경영향평가서에 수록된 식생조사표에는 나무 종류와 그루 수, 높이 등 입목축적조사서와 유사한 결과가 실려 있다.

박기복 조사연구팀장은 "입목축적조사서에 따르면 60㎡당 겨우 한 그루씩 높이 10m 이상의 나무가 있다는 것인데 식생조사표에는 10m 이상의 나무가 6.49㎡당 한 그루씩 있고 대책위 현지조사에서는 8.51㎡당 한 그루씩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며 "입목축적조사서가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고 말했다.

그동안 제기된 입목축적조사서에 의혹이 많자 시민대책위는 직접 입목축적을 산출했다. 납안리 마론 골프장 사업부지에서는 표준지를 선정해 자체 실측도 했다. 이렇게 나온 입목축적 결과는 기존의 입목축적 결과를 뒤엎는 수준.

2005년 입목축적조사서의 나무 그루 수와 2008년 입목축적조사서의 나무 높이를 결합해 계산한 명덕리 청한 대중골프장 산지의 2008년도 입목축적은 ㏊당 156.7㎥. 이 정도 입목축적이면 산지전용 허가 금지로 골프장 조성이 불가능해진다. 납안리 마론 골프장도 일부 표준지에서 사업주가 제출한 입목축적보다 수배나 높게 측정됐다.

시민대책위, 천안시 격돌 불가피
시민대책위 '법적 대응 불사'... 천안시 '갈 길 간다'

골프장 조성을 위한 산지전용 허가의 근거가 되는 입목축적 산정에 부실이 있었다고 보는 시민대책위의 방침은 단호하다. 성무용 천안시장이 직권으로 당장 골프장 조성 사업을 취소시켜야 한다는 것. 여기에는 입목축적조사의 부실 문제 뿐만이 아니라 그동안 제기된 지하수 개발량의 부족, 허가신청일 기준 1년이 지난 입목축적조사서의 채택 문제 등도 한몫하고 있다. 골프장 조성 사업 취소 요구가 수용되지 않을시 시민대책위는 강도 높은 투쟁을 예고했다.

시민대책위 관계자는 "시민들의 서명을 받아 감사원에 국민감사를 청구하고 골프장 사업주는 산지관리법 위반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행정소송과 더불어 시장 퇴진 운동도 고려할 것이라고 전했다.

대응강도를 높이는 시민대책위의 대척점에서 천안시는 '갈 길은 간다'는 입장.

현재 납안리 마론 골프장은 2008년 4월 도시계획시설 결정 고시 후 올해 2월 20일자로 사업 시행자 지정 및 실시계획인가가 고시되어 사업 착공을 눈 앞에 두고 있다.

명덕리 청한 대중골프장은 올해 4월 29일 실시계획인가 신청서가 천안시 도시과에 접수됐다. 관련부서 실.과 협의를 진행하는 동안 시민대책위의 문제 제기가 잇따랐지만 시 내부적으로는 최근 실시계획 인가 방침을 결정, 고시만을 남겨놓고 있다. 실시계획 인가가 고시되면 골프장 사업주는 사업 부지의 수용권을 갖고 2011년 5월 31일 준공까지 사업추진에 본격 착수하게 된다.

정근수 천안시 도시과장은 "관련부서 검토 결과 법에 저촉사항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입목축적조사서는 산림과에서 새로 제출받아 검토가 이뤄졌고 지하수 부족문제는 담수를 활용하는 것으로 협의됐다"고 말했다.

천안시 산림과는 지난 5월 사업주에게 입목축적조사서의 보완을 지시해 새로운 입목축적조사서를 받았다. 청한 골프장의 세 번째 입목축적조사서인 셈. 천안지역 업체가 실시한 조사 결과 사업 부지의 입목축적은 ㏊당 95.75㎡로 골프장 조성에 지장이 없는 것으로 나왔다. 시 산림과 관계자는 "새 입목축적조사서에 문제는 없었다"고 말했다.

이르면 13일쯤 명덕리 청한 골프장의 실시계획 인가가 고시되면 천안시와 시민대책위의 갈등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천안지역 주간신문인 천안신문 533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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