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를 모아 '끼'를 나누어 좋았어요
문화예술 속에 행복한 여성장애인들
중요한 취미가 독서와 글쓰기와 영화보기였는데 자막 수신기가 보급되면서 티비보기가 영화보기 대신 차지하는 비중이 늘었다. 선덕여왕이나 천추태후나 구동백이 나오는 그런 역사드라마와 휴먼드라마는 어느 요일 몇 시에 시작하는지 외워 놓기도 한다. 간혹 친지들의 집에 가게 되면 참 불편하다.
모두들 드라마에 열중해 있는데 나는 자막통역을 보는 것이 습관이 되어서 뭐가 재미있는지 내막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어릴 적에는 자막 수신기가 없어도 전체 표정이나 흐름을 보고 외국영화도 재미있게 보았다. 영어나 일본어가 나오는 티비를 내가 무척 재미있게 보는 것을 보고 사람들이 신기해 했던 적도 있었다. 이래서 습관의 힘이 무서운 것인가 보다.
그러나 자막수신기가 있다고 해도 모든 드라마가 자막통역이 되지 않는다. 최근 시청률이 40%가 넘었다는 찬란한 유산이 방영되고 있는데, 종종 직장이나 아줌마 수강생들의 잡담에 그 드라마가 화제가 되기도 하고, 가끔 내게 주인공 은성과 악역을 맡은 김미숙의 연기에 대해 묻기도 하지만 난 그저 정말로 '꿀먹은 벙어리'가 되거나 공연히 화장실이 급하다고 자리를 피한다. 왜냐하면 한창 화기애애한 분위기에 청각장애인 자막수신이 안 된다고 말하거나 그 방송국의 험담을 하면 금세 분위기가 가라앉을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그 드라마가 방영되는 방송국은 자막서비스를 하지 않는다. 그래서 청각장애인들에게는 그 방송국에서 광고하는 상품불매운동을 벌여야 하지 않느냐는 이야기도 오간 적이 있다. 다른 방송국과 달리 SBS는 많은 청각장애인들의 간절한 요구가 담긴 정보 접근에 의한 자막방송의 요구를 묵살하고 자막서비스를 거부하고 있다.
SBS 티비를 움직이는 사장이나 임원진의 부인이나 딸, 아들이 만약 청각장애인이라도 그들은 다른 방송국과 다른 그런 '무슨 일이 있더라도 자막서비스는 불가'를 계속 고집할 것인지 궁금하다.
날이 가면 갈수록 점점 다양해지는 홈쇼핑 광고의 문의전화는 전국 250만명의 청각장애인들에게 정말로 '벙어리 냉가슴'을 실감시킨다. 들리지 않기에 보이는 물질문명에의 관심은 일반사람보다 뛰어나 상품구매력 또한 다른 장애인보다 높은 것이 청각장애인이다.
그러나 홍쇼핑의 문의전화번호는 청각장애인들에게는 접근금지라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문자메시지서비스가 보편화하고 있는데 이 쯤에서 홈쇼핑광고에도 문자메시지 문의 번호도 넣을 수는 없는 것일까?
영화관에 가는 휠체어 장애인을 위한 전용좌석이 있다. 전용이란 말은 안전하고 편안한 것을 말하지만 영화관에서 마련환 전용좌석은 좌석 맨 끝의 영사기가 돌아가는 바로 밑의 통로를 말한다. 맨 뒷 통로에서 같이 온 동반자들과 떨어져서 영화를 봐야하는 휠체어장애인들은 안전하고 편안한 전용과 거리가 먼, 불안하고 불편한 자리가 되는 것이다.
일일이 손을 꼽아보면 문화예술이 더욱 필요한 장애인들이지만, 오히려 문화예술향유에서 밀려난 사례들은 너무나 많다. 하지만 이러한 현실에 기죽지 않고 문화예술의 주체적인 생산자가 되어서 스스로 행복해지는 노력을 하기 위해 최근 한국여성장애인연합이 제 8회 전국대회의 주제로 문화권을 갖고 대회를 개최했다.
최근 찾아가는 문화바우처 사업이 확산되면서 장애인들은 문화시혜의 대상처럼 여기는 풍조가 늘어나고 있다. 문화의 관람객으로서가 아닌 직접 문화예술의 주인공으로서 재미있게 기를 살려 주위를 신나게 하는 '끼'를 생산하고자 하는 것이다.
'문화는 누릴 권리! 나, 너, 우리에게!'란 주제로 전국에서 400여명의 여성장애인들이 모여 직접 난타, 사물놀이, 중창, 합창, 퍼포민스, 인화무용 등의 예술공연대회를 개최하여 청각여성장애인단체가 문화예술대상을 수상했으며, 부채, 비누, 황토공예, 흙공예, 도자기, 문인호 등의 전시문화부스도 열었다.
'함께 날자'라는 집단 무용체험을 통해서 두 다리를 못 쓰더라도 두 팔은 바람처럼, 강물처럼, 나비처럼 그렇게 자연의 흐름을 따라 흔들어 보기도 하고, 내 몸의 가장 소중한 곳을 상대가 스킨십 하면서 소중한 곳에 대한 자신감을 드높이기도 하였다.
키가 1미터가 안되는 왜소여성장애인이나 척추굴곡증으로 누가 만진다는 것은 꿈을 꾸지도 못했던 여성장애인들이지만 집단무용 속에서 서로가 서로의 몸을 껴안고 도닥거리는 속에서 정말로 세상에서 소중한 것은 '나'이며 정말로 아끼고 더욱 사랑해야 할 것도 '나의 몸'이라는 것을 실감하고 자신감을 갖고 '있는 그대로의 몸'에 당당해질 수 있었다.
몸이 불편하여 직접 보러가기 어려웠던 세계대회참가의 비보이의 활달한 공연과 섹소폰의 부드러운 감성을 살려주는 공연 및 피아노와 아리따운 아가씨들의 보컬공연과 외국민속악기들의 향연속에서 한 여름밤의 문화향기가 깊어졌고 전국에서 모인 400여명의 여성장애인들은 행복했다.
청각여성장애인들은 피아노소리를 듣지 못하지만 수화통역사가 피아노음율따라 표정과 손짓으로 몸의 통역을 해서 그 음률을 실감할 수 있었다. 비보이공연에서 아이돌들은 여성장애들을 '누나'라고 부르면서 보통무대와 똑같이 웃음과 윗 옷들을 벗고 아낌없이, 더욱 혼신의 열성을 다하여 무척 기뻤으며 비보이들도 무척 보람된다고 하였다.
서울 올림픽파크텔에서의 1박 2일간의 문화예술잔치를 마치고 대회를 마감한 여성장애인들의 표정들은 어떤 곳은 전라도 끝이라서 4시간, 어떤 곳은 통영이라서 5시간을 더 달려서 돌아가야 하는 길인데도 생생한 표정이었다.
여성장애인의 문화예술은 척박한 땅일 수록 잘 피어나고 바람따라 확산되는 민들레꽃씨같다. 복지라는 밥보다 문화라는 마음의 기운이 더욱 필요한 것이 여성과 장애차별의 이중복합의 차별 속에 소리죽여 살았던 이 땅의 여성장애인들. 비록 늦었지만 이제 부터라도 이 땅에 사는 모든 여성장애인들에게 더욱 '기'를 모아 '끼'를 마음껏 펼치고 세상의 숲에 노니는 새처럼 살 수 있게 문화예술은 폭넓게 향유되어야 한다.
모두들 드라마에 열중해 있는데 나는 자막통역을 보는 것이 습관이 되어서 뭐가 재미있는지 내막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어릴 적에는 자막 수신기가 없어도 전체 표정이나 흐름을 보고 외국영화도 재미있게 보았다. 영어나 일본어가 나오는 티비를 내가 무척 재미있게 보는 것을 보고 사람들이 신기해 했던 적도 있었다. 이래서 습관의 힘이 무서운 것인가 보다.
그러나 자막수신기가 있다고 해도 모든 드라마가 자막통역이 되지 않는다. 최근 시청률이 40%가 넘었다는 찬란한 유산이 방영되고 있는데, 종종 직장이나 아줌마 수강생들의 잡담에 그 드라마가 화제가 되기도 하고, 가끔 내게 주인공 은성과 악역을 맡은 김미숙의 연기에 대해 묻기도 하지만 난 그저 정말로 '꿀먹은 벙어리'가 되거나 공연히 화장실이 급하다고 자리를 피한다. 왜냐하면 한창 화기애애한 분위기에 청각장애인 자막수신이 안 된다고 말하거나 그 방송국의 험담을 하면 금세 분위기가 가라앉을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그 드라마가 방영되는 방송국은 자막서비스를 하지 않는다. 그래서 청각장애인들에게는 그 방송국에서 광고하는 상품불매운동을 벌여야 하지 않느냐는 이야기도 오간 적이 있다. 다른 방송국과 달리 SBS는 많은 청각장애인들의 간절한 요구가 담긴 정보 접근에 의한 자막방송의 요구를 묵살하고 자막서비스를 거부하고 있다.
SBS 티비를 움직이는 사장이나 임원진의 부인이나 딸, 아들이 만약 청각장애인이라도 그들은 다른 방송국과 다른 그런 '무슨 일이 있더라도 자막서비스는 불가'를 계속 고집할 것인지 궁금하다.
날이 가면 갈수록 점점 다양해지는 홈쇼핑 광고의 문의전화는 전국 250만명의 청각장애인들에게 정말로 '벙어리 냉가슴'을 실감시킨다. 들리지 않기에 보이는 물질문명에의 관심은 일반사람보다 뛰어나 상품구매력 또한 다른 장애인보다 높은 것이 청각장애인이다.
그러나 홍쇼핑의 문의전화번호는 청각장애인들에게는 접근금지라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문자메시지서비스가 보편화하고 있는데 이 쯤에서 홈쇼핑광고에도 문자메시지 문의 번호도 넣을 수는 없는 것일까?
영화관에 가는 휠체어 장애인을 위한 전용좌석이 있다. 전용이란 말은 안전하고 편안한 것을 말하지만 영화관에서 마련환 전용좌석은 좌석 맨 끝의 영사기가 돌아가는 바로 밑의 통로를 말한다. 맨 뒷 통로에서 같이 온 동반자들과 떨어져서 영화를 봐야하는 휠체어장애인들은 안전하고 편안한 전용과 거리가 먼, 불안하고 불편한 자리가 되는 것이다.
일일이 손을 꼽아보면 문화예술이 더욱 필요한 장애인들이지만, 오히려 문화예술향유에서 밀려난 사례들은 너무나 많다. 하지만 이러한 현실에 기죽지 않고 문화예술의 주체적인 생산자가 되어서 스스로 행복해지는 노력을 하기 위해 최근 한국여성장애인연합이 제 8회 전국대회의 주제로 문화권을 갖고 대회를 개최했다.
최근 찾아가는 문화바우처 사업이 확산되면서 장애인들은 문화시혜의 대상처럼 여기는 풍조가 늘어나고 있다. 문화의 관람객으로서가 아닌 직접 문화예술의 주인공으로서 재미있게 기를 살려 주위를 신나게 하는 '끼'를 생산하고자 하는 것이다.
'문화는 누릴 권리! 나, 너, 우리에게!'란 주제로 전국에서 400여명의 여성장애인들이 모여 직접 난타, 사물놀이, 중창, 합창, 퍼포민스, 인화무용 등의 예술공연대회를 개최하여 청각여성장애인단체가 문화예술대상을 수상했으며, 부채, 비누, 황토공예, 흙공예, 도자기, 문인호 등의 전시문화부스도 열었다.
'함께 날자'라는 집단 무용체험을 통해서 두 다리를 못 쓰더라도 두 팔은 바람처럼, 강물처럼, 나비처럼 그렇게 자연의 흐름을 따라 흔들어 보기도 하고, 내 몸의 가장 소중한 곳을 상대가 스킨십 하면서 소중한 곳에 대한 자신감을 드높이기도 하였다.
키가 1미터가 안되는 왜소여성장애인이나 척추굴곡증으로 누가 만진다는 것은 꿈을 꾸지도 못했던 여성장애인들이지만 집단무용 속에서 서로가 서로의 몸을 껴안고 도닥거리는 속에서 정말로 세상에서 소중한 것은 '나'이며 정말로 아끼고 더욱 사랑해야 할 것도 '나의 몸'이라는 것을 실감하고 자신감을 갖고 '있는 그대로의 몸'에 당당해질 수 있었다.
몸이 불편하여 직접 보러가기 어려웠던 세계대회참가의 비보이의 활달한 공연과 섹소폰의 부드러운 감성을 살려주는 공연 및 피아노와 아리따운 아가씨들의 보컬공연과 외국민속악기들의 향연속에서 한 여름밤의 문화향기가 깊어졌고 전국에서 모인 400여명의 여성장애인들은 행복했다.
청각여성장애인들은 피아노소리를 듣지 못하지만 수화통역사가 피아노음율따라 표정과 손짓으로 몸의 통역을 해서 그 음률을 실감할 수 있었다. 비보이공연에서 아이돌들은 여성장애들을 '누나'라고 부르면서 보통무대와 똑같이 웃음과 윗 옷들을 벗고 아낌없이, 더욱 혼신의 열성을 다하여 무척 기뻤으며 비보이들도 무척 보람된다고 하였다.
서울 올림픽파크텔에서의 1박 2일간의 문화예술잔치를 마치고 대회를 마감한 여성장애인들의 표정들은 어떤 곳은 전라도 끝이라서 4시간, 어떤 곳은 통영이라서 5시간을 더 달려서 돌아가야 하는 길인데도 생생한 표정이었다.
여성장애인의 문화예술은 척박한 땅일 수록 잘 피어나고 바람따라 확산되는 민들레꽃씨같다. 복지라는 밥보다 문화라는 마음의 기운이 더욱 필요한 것이 여성과 장애차별의 이중복합의 차별 속에 소리죽여 살았던 이 땅의 여성장애인들. 비록 늦었지만 이제 부터라도 이 땅에 사는 모든 여성장애인들에게 더욱 '기'를 모아 '끼'를 마음껏 펼치고 세상의 숲에 노니는 새처럼 살 수 있게 문화예술은 폭넓게 향유되어야 한다.
▲ 문화는 누릴 권리! 나,너 우리에게 제 8회 한국여성장애인연합 전국대회 개최 포스터 ⓒ 한국여성장애인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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