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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볼수록 빠져드는 밴드, 오빠밴드

위기의 일밤 구원투수 <오빠밴드>

등록|2009.07.06 09:34 수정|2009.07.06 09:34
한동안 일밤이 위기라는 기사가 많이 나왔다. 실제로 위기였다. 그 위기를 탈출하겠다고 탁재훈, 신동엽, 김용만, 김구라, 신정환 등 대한민국의 소위 '잘나가는' MC들을 불러 들였지만 <대망> <퀴즈프린스> 등의 프로그램이 몇 주 만에 엎어지면서 오히려 더 큰 위기가 찾아왔다. 그렇다면 이건 MC들의 문제가 아니라 제작진의 문제가 아닐까. 그런 제작진이 이제야 감을 좀 잡은 것 같다.

이제 3회를 방영한 <오빠밴드>의 모습이 그것이다. 이제는 식상하다는 의견도 많지만 여전히 좀처럼 꺾이고 있지 않는 리얼 버라이어티의 흐름에 일밤 제작진도 적응을 한 모양이다.

리얼 버라이어티가 살아남기 위해선 무엇보다 캐릭터가 필요하다. 평소엔 아줌마 같아도 음악 앞에선 진지해지는 리더 유영석, 베이스만 치면 진지해지는 신동엽, 기타면 기타, 드럼이면 드럼, 못하는 게 없는 천재 뮤지션 정모, 제법 음악에 대한 지식을 갖고 있는 마니저 김구라, 팬 관리를 담당하는 병아리 슈퍼주니어 멤버 성민, 무엇보다 철딱서니 없이 투덜대기만 하고 뭐 하나 제대로 하는 게 없는 42세 탁재훈까지.

예능계의 늦둥이들 틈새에 풍부한 입담이 있으면서 음악적 자질까지 갖추고 있는 유영석은 오빠밴드의 단연 필요한 존재다. 그 밥에 그 나물인 예능에서 새로운 얼굴인 정모와 성민도 신선하고 좋다. 일밤뿐만이 아니라 개인적으로도 위기라는 얘기가 공공연하게 떠돌았던 탁재훈 역시 <오빠밴드>를 통해 그는 아직 죽지 않았다는 걸 당당하게 보여준다.

1회 방영분에선 매니저 구라가 잡은 라디오 생방송에 출연하게 된 오빠밴드의 모습이 나왔다. 제대로 준비도 못한 그들이 정말로 제대로 된 공연을 보여줄 리 만무하다. 멤버들은 물론 라디오 담당 PD도 리허설 내내 진지하지 못한 탁재훈 때문에 짜증을 낼 정도였다. 하지만 정작 방송에 들어가서 방송을 재미있게 이끈 건 탁재훈이었다. 청취자들이 오빠밴드에게 원하는 건 완벽한 공연이 아니었을 것이다. 시청자도 마찬가지다. 완벽한 공연을 보겠다고 오빠밴드를 보는 것이 아니다.

모든 것을 다 잘하면 그것은 예능이 아니다. 당연한 거다, 재미가 없으니까. [무한도전]이 얘기하듯 항상 평균 이하의 그들이 무모한 도전을 이뤄내는 과정에서 재미와 감동이 있는 법! 오빠밴드 역시 아직은 뭔가 부족하고 많이 엉성한 게 사실이지만 연습을 통해 발전해 나가는 그들의 모습을 시청자들은 보고 싶은 것이다.

아직도 리얼 버라이어티가 진짜라고 믿는 어리석은 시청자들이 있을까. 리얼 버라이어티는 '리얼'이지만 또한 '버라이어티'-예능 프로그램일 뿐이다. 캐릭터나 스토리 역시 리얼-현실을 바탕으로 하지만 작가의 구성과 PD의 연출로 만들어지는 프로그램인 것이다. track1, track2, track3, 4, 6.... 이런 식의 구성으로 매 회 여러 편의 짧은 에피소드를 담은 음악밴드가 주인공인 시트콤을 보는 것도 같다. 중간 중간 나오는 익숙하고 때로 신선한 음악 역시 오빠밴드를 더 빠져들게 만드는 요소 중의 하나인 것 같다.

2회 방송에서 가족들 앞에서의 첫 공연을 무사히 마쳤다. 사실 무사히는 아니다. 역시나 구멍인 탁재훈의 실수로 준비했던 것을 제대로 하지 못한 면도 있지만, 제작진은 그것조차 리얼로 편집하지 않고 그대로 내보냈다.

3회 방영에선 MT를 떠난 그들이 촬영이 아직 안 끝난 교양국 때문에 펜션에 들어가지 못하고 몇 시간을 '때우는' 모습이 나왔다. 기타를 치면서 보여준 탁재훈의 기상천외한 애드리브 노래는 웃음을 자아냈다. 객원 멤버 티파니의 합류로 아마 다음 주엔 정모-성민-티파니의 삼각관계와 어딘지 확실히 밝혀지지 않은 곳에서의 공연하는 모습 등이 그려질 것이다.

'늙은이는 죽기 전에, 젊은이는 늙기 전에'라는 그들의 구호처럼 이들이 보여줄 멋진 공연, 음악이 주는 그 감동, 그들이 연주하는 희망에 앞으로가 더 기대된다. 오래볼수록 빠져드는 밴드, 오빠밴드, 파이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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