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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착 팔려 분디, 자랑할게 뭐 있다요~"

전남 여수 백야도 진막골... 멸치잡이 어부

등록|2009.07.06 10:05 수정|2009.07.06 16:17

▲ 건조장에서 멸치를 손질하고 있는 아낙네와 할머니 ⓒ 조찬현


바다를 가로지르는 백야대교가 시원스럽다. 백야도를 향하는 내내 동행했던 짙푸른 바다를 차를 타고 건넜다. 오른편은 화백리길 곧바로 내달리니 백야리 길이다. 여기서 쭉 가면 백야도 등대가는 길이다. 멸치잡이 하는 백야도 동두마을 진막골은 백야리 입구를 조금 지나 오른편으로 접어들면 있다. 

아낙이 건조장에서 멸치를 손질하고 있다. 멸치움막으로 들어서니 창문너머로 바다가 넘나든다. 끝없이 펼쳐진 지평선과 넘실대는 파도가 정겹다. 멸치잡이 어부는 바다와 함께 서로를 다독거리며 그렇게 갯바위 기슭에 둥지를 틀고 살고 있었다.

쫄깃하고 부드러운 감칠맛, 백야도 진막골 멸치

▲ 멸치움막의 창문을 열어젖히면 바다가 넘실대며 어부가 사는 집안을 기웃거린다. ⓒ 조찬현


움막 저쪽 끝에는 몽돌밭이 있다. 멸치움막의 창문을 열어젖히면 바다가 넘실대며 어부가 사는 집안을 기웃거린다. 해풍이 창 너머로 시원하게 불어온다. 키다리 선풍기는 제 할 일을 잃고 창가에 꿔다놓은 보리자루마냥 그저 멍하니 서있다. 말이 움막이지 내부는 넓고 생활에 필요한 도구도 다 갖춰져 있다.

땡볕에 멸치를 말리는 아낙의 하루는 바쁘다. 요즘같이 햇볕이 좋은 날이면 하루 볕에 마른멸치가 완성되기 때문이다. 멸치손질이 끝났나 싶으면 어느새 멸치막 평상에 걸터앉아서 멸치그물을 손질하곤 한다.

▲ 땡볕에 멸치를 말리는 아낙의 하루는 바쁘다. ⓒ 조찬현


▲ 살짝 마른 멸치는 쫄깃하고 부드러우며 감칠맛이 아주 그만이다. 꼴뚜기 역시 간이 적당하게 배어들어 맛이 좋다. ⓒ 조찬현


오전 10시경 그물망 위에 내다 말린 멸치는 오후 2~3시경이면 걷는다고 한다. 가득하게 말려놓은 멸치 사이에 꼴뚜기가 드문드문 보인다. "그냥 잡숴보세요"라는 말에 멸치 몇 마리와 꼴뚜기를 집어 들었다.

살짝 마른 멸치는 쫄깃하고 부드러우며 감칠맛이 아주 그만이다. 꼴뚜기 역시 간이 적당하게 배어들어 맛이 좋다. 해풍에 꼬들꼬들하게 잘 마른 멸치는 말이 필요 없을 정도로 맛이 뛰어나다.

어부가 멸치를 바다에서 잡아오면 아낙은 멸치를 삶아 말리고 선별해 포장한다. 초여름 햇볕에 잘 마른 멸치를 걷어와 선별기에 넣으니 멸치는 크기별로 선별이 된다.

"봄에 시작해서 가을까지 잡지라우~"

- 멸치는 날마다 잡나요?
"시 때 잡고 조금 때는 안 잡어."

- 멸치잡이는 어떻게 하나요, 사계절 내내 잡아요?
"바다에 그물을 쳐서 잡어, 봄에 시작해서 가을까지 잡지라우~"

- 간이 딱 맞네요, 용주리 멸치만 알았었는데 백야도 진막골 멸치 정말 맛있네요.
"멸치 많이 잡수고 가이다."

▲ 해풍에 꼬들꼬들하게 잘 마른 멸치는 말이 필요 없을 정도로 맛이 뛰어나다. ⓒ 조찬현


▲ 아낙네와 할머니는 멸치 선별작업에 여념이 없다. ⓒ 조찬현


▲ 크기별로 선별해서 종이상자에 담아 포장을 한다. ⓒ 조찬현


아낙과 할머니는 멸치 작업에 여념이 없다. 할머니는 이름을 물어도 남의 집으로 돌아다니며 살아온 인생이라 이름이 없다며 '꼴가'라는 알 수 없는 이름만 한사코 되풀이한다. 큰 돈 들여 선별기를 들여놓은 뒤로는 멸치 선별작업이 한결 쉬워졌다는 할머니는 예전에는 사람손이 많이 필요했었다고 한다.

"선별기 없었을 때는 사람이 겁나게 필요했어, 놉 얻어 가꼬 손으로 싹 골랐어."

이따금씩 파도가 철썩거리며 멸치움막을 오간다. 파도와 더불어 살아가는 어부 가족들은 파도가 있어서 심심치 않겠다.

- 할머니! '백야도 진막골 멸치' 자랑 좀 해보세요.
"자랑 안 해도 착착 팔려 분디, 자랑할 게 뭐 있다요~"

잡아오자마자 착착 팔려 분다는 진막골 멸치는 직접 맛을 보니 "품질이 좋아 정말 자랑(광고)할 필요가 없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시원한 갯바람이 함께 살고 있는 '어부의 움막'

▲ 백야도 동두마을 진막골에서 멸치잡이 하는 어부 ⓒ 조찬현

백야도는 섬이다. 푸른 바다가 있어서 좋은 곳이다. 파도와 갯바위가 있어서 더더욱 멋진 곳이다. 이 섬의 진막골에는 멸치잡이 하는 어부가 산다. 그가 사는 멸치움막은 별유천지다. 이곳에 들어서면 한여름 땡볕도 맥을 못 춘다. 시원한 갯바람이 어부의 움막에서 함께 살고 있기 때문이다.

어부의 집은 바닷가 갯바위 기슭에 자연환경을 최대한 활용해 지었다.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철에는 따뜻하다. 그래서 에너지 소모가 극히 제한적이다. 에너지 사용의 증가로 지구 온난화와 해수면이 상승하는 등 문제점이 발생하고 있는데 어부는 이미 그런 문제점을 알고 있었을까.

파도와 더불어 살아가는 어부의 움막이 그리워지는 계절 여름이다. 여수 백야도 진막골에 가면 아낙은 여름 햇볕에 멸치를 말리고 어부는 바다에 나가 멸치잡이를 한다. 그곳에 가면 그들이 살아가는 그림 같은 삶이 한 폭의 수채화로 다가온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전라도뉴스'와 'U포터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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