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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가야할 길이라면 휘파람 불며 가련다

[포토에세이] 길

등록|2009.07.07 14:21 수정|2009.07.07 14:21

다랑쉬오름에서 바라본 제주길이 끝나는 그곳에 또 다른 길이 시작된다. ⓒ 김민수



어차피 걸어가야만 할 길이라면, 그 길을 선택했다면 휘파람 불며 노래부르며 즐겁게 갈 일이다. 우리는 길 위에서 얼마나 많이 울며 힘겨워했는가? 돌아가지도 못할 길을 돌아보며 또 얼마나 많은 후회의 무게로 발걸음을 옮기지 못했는가?

어차피 걸어가야만 할 길이라면, 그 길을 선택했다면 휘파람 불며 노래부르며 즐겁게 갈 일이다.

절물휴양림 산책로때론 함께 걷는이가 있어 행복한 길이다. ⓒ 김민수



때론 함께 걷는 이 있어 행복하고, 때론 홀로 호젓하게 걸어감으로 기뻐할 일이다.

왜 우리는 길 위에서 함께 걷는이 없어 외로워하고, 함께 걷는이의 보폭이 나와 같지 않다고 분노하는가?

길은 숨차지 않고 편안하게 등줄기에 땀이 조금 흐를 정도로 걸어가면 되는 것이다. 걷다가 쉬는 것, 그것도 길 위에 서 있는 것이요, 걸어가고 있는 것이다. 단 한 번도 길 위에 선 사람은 멈춰선 적이 없는 것이다.

비오는 날 흔들리는 나무길을 걷다보면 비바람이 부는 날도 있다. ⓒ 김민수



똑같은 길은 없다.

오늘의 나무와 풀과 하늘이 어제의 것이 아니듯 어제 내가 걸어온 길을 그 누군가 걸어온다고 할지라도 그 길은 내가 걸어온 그 길이 아니다.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 혹은 아침 햇살 가득 머금은 나무 또는 벌거벗은 나무, 그 모두가 나무이듯이 어떤 길이라도 길이다.

자기가 걸어가고 있는 길을 부꾸럽게 여길 일도, 남이 걸어가는 길을 부럽게 바라볼 일도 아니다. 지금 내가 걸어가고 있는 그 길, 그 길이 나를 원했는지도 모를 일이다. 내가 선택을 했든 그가 원했든 어차피 걸어가야만 할 길이라면 휘파람 불며 노래부르며 즐겁게 갈 일이다.

이슬길을 걷다보면 이슬 맺히는 잔잔한 날도 있다. ⓒ 김민수



이른 새벽 숲길을 걷다보면 작은 이슬방울에 발이 젖고, 발은 뿌리가 되어 대지와 호흡을 한다. 길 위에서 가능한 일이다. 우리가 발 딛고 서있는 곳은 모두가 길이다.

직선으로 곧게 뻗은 길만 길이 아니다.

사람이 걸어가지 않는 길, 산짐승 들짐승만 지나다니는 길도 길이요, 하늘을 나는 새들이 날아가는 길도 길, 물고기가 뛰어노는 심연의 바다에도 길이있다.

모든 생명은 길 위를 걸어가는 여행자다.

지금 내가 어느 길엔가 서있다고 느낀다면 여행자인 것이다.

제주도 김녕바다바다와 맞닿은 길, 그 길의 끝에도 다시 시작되는 길이있다. ⓒ 김민수



길은 한 걸음에 갈 수 없다.

한 걸음씩 걷다보면 어느새 천릿길도 되고 만리길도 되는 것이다.

누구나 오로지 한 걸음씩만 간다. 그래서 걸어온 길 혹은 걸어가는 길은 거짓이 없다.

어떤 길 위에 서있는가?
왜 그 길을 선택했는가?

수많은 의미들로 인해 지금 그 길에 서있으며, 그 길을 걷는 중이다.

어차피 걸어가야만 할 길이라면, 그 길을 선택했다면 휘파람 불며 노래 부르며 즐겁게 갈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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