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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들, 강을 죽이는지 살리는지 정도는 알고 있다"

운하반대 전국교수모임, 대통령 운하중단 선언 진정성 없다 비판... 4대강 사업 중단 촉구

등록|2009.07.07 15:24 수정|2009.07.07 15:24

▲ 전국 2천5백여 명의 대학교수들로 구성된 운하반대 전국교수모임이 7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이명박 대통령의 '운하 중단' 선언은 국민 여론을 호도하여 임기 내에 1단계 운하사업을 완성하고 단계적으로 운하를 완성하겠다는 의지를 국민들에게 천명한 것"이라며 "4대강 사업은 강살리기가 아닌 강죽이기"라고 비판했다. ⓒ 이경태



"대통령이 운하를 포기한다고 했지만 달라진 것은 없다. 여전히 운하다. 국민이 바보가 아니다. 강을 죽이는 것인지, 살리는 것인지 정도는 알고 있다."(임석민 한신대 교수)


"보를 일단 설치한 뒤에는 철거하기가 굉장히 어렵다. 철거하더라도 그 비용이 만만치 않다. 통상적으로 환경 복원 비용을 계산할 때 파괴비용의 10배 정도를 잡는다. 즉 10원을 쓰면 100원을 쓰는 격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생태계를 복원하는 데는 10년에서 20년의 시간이 걸릴 것이다."(박창근 관동대 교수)

전국 2500여 명의 대학교수들로 구성된 운하반대 전국교수모임이 7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이명박 대통령의 '운하 중단' 선언은 국민 여론을 호도하여 임기 내에 1단계 운하사업을 완성하고 단계적으로 운하를 완성하겠다는 의지를 국민들에게 천명한 것"이라며 "4대강 사업은 강살리기가 아닌 강죽이기"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교수들은 그 근거로 현재 강살리기의 대표적 사례로 꼽히고 있는 울산 태화강을 예로 들었다.

태화강은 지난 2000년 6월 물고기 떼죽음 사건 뒤 강살리기 사업에 돌입, 현재 전국 7대 도시 중 최고의 수질(2006년 8월 BOD 0.6~0.8ppm)을 가진 강으로 회복돼, 연어와 은어가 돌아오고 우리나라 최대의 철새도래지로 부각되고 있다.

박창근 교수는 "울산시는 태화강을 살리기 위해 완전분류식 정비사업, 가정오수관연결사업, 축산폐수저장소 설치 등 환경기초시설을 확충하고, 태화강 하류의 방사보를 철거한 뒤 방사보로 인해 쌓여 있던 오염퇴적층을 준설했다"며 "정부의 4대강 사업이 이와는 반대로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생명의 강 연구단이 4대강을 현장 조사한 결과, 지천과 본류의 합류지점과 보, 하구둑으로 강의 흐름이 둔화된 곳만 오염물질이 퇴적됐다. 강을 살리려면 태화강과 같이 지천으로부터 오염물질이 유입되지 않도록 환경기초시설을 확충하고, 보 인근의 퇴적된 오염층을 준설하는 게 필요하다. 그러나 4대강 사업비 중 지천 부분에 정부는 0.5조 원 정도만 투입해 생색만 내고 있고, 준설 역시 필요한 부분만이 아니라 일괄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강살리기 성공한 태화강은 보 철거... 강살리기 한다는 4대강은 보 설치?

▲ 박창근 교수(관동대)는 7일 기자회견에서 "울산시는 태화강을 살리기 위해 완전분류식 정비사업, 가정오수관연결사업, 축산폐수저장소 설치 등 환경기초시설을 확충하고, 태화강 하류의 방사보를 철거한 뒤 방사보로 인해 쌓여있던 오염퇴적층을 준설했다"며 "정부의 4대강 사업이 이와는 반대로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 이경태



특히 박 교수는 정부의 보 설치에 대해서도 강살리기에 역행하는 것이라 강하게 비판했다.

박 교수는 "태화강이 죽음의 강으로 변한 원인 중 하류에 있던 방사보에 오염물질이 걸려 바다로 나가지 않고 계속 퇴적되고 그로 인해 무산소층이 발생하는 등 보의 역할이 일정 부분 있었다"며 "보를 철거하고 퇴적된 오염물질을 준설했기 때문에 태화강이 살아난 것인데 이 정부는 보를 설치하려고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4대강 사업을 폐기하는 것이 가장 좋은 것이지만 폐기가 어렵다면 보 설치만이라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며 "보를 설치하는 경우 수질이 나빠진다는 것은 이미 많은 이들이 알고 있는 내용"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의 지적과 같이 태화강의 수질은 1987년 울산항 토사 유입을 방지하기 위해 세워진 방사보를 2006년 4월 완전히 철거한 뒤 확연히 개선됐다.

당시 울산시가 울산발전연구원에 의뢰한 '태화강 방사보 철거 이후 생태·수질환경 영향조사 및 평가' 용역보고서를 보면 태화강 태화교의 수질환경(BOD)은 2003년 3.4㎎/ℓ, 2004년 5.1㎎/ℓ, 2005년 4.0㎎/ℓ, 2006년 3.7㎎/ℓ, 2007년 2.0㎎/ℓ 등으로 방사보 철거(2006년) 후 점차 개선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박 교수는 이와 함께 "폭이 넓은 낙동강의 경우 정부가 내놓고 있는 높이 10m의 수중보만으로 홍수 위험을 막을 수 없다"며 "연천강댐 사례에서 보듯 강물이 보 옆 제방으로 넘쳐흐를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이를 막기 위해선 '슈퍼제방' 위에 보를 포함해 'ㄷ'자 형태의 콘크리트 보강시설이 필요한데 이를 위해선 현재 책정된 예산보다 배로 소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국교수모임, 4대강 사업 관련 토론회 연속 개최... 외국 전문가도 초빙 예정

한편, 이와 관련해 운하반대 전국교수모임은 "진정으로 4대강과 한반도 대운하 사업에 대한 의혹을 해소하고 잘못을 바로잡고자 하는 의지가 있다면 교수들과 국민 앞에서 공개적인 토론을 개최하고 공정한 검증 절차를 거쳐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또 이 같은 검증절차를 위해, 오는 9일과 22일 '4대강 사업 마스터플랜 제1차 토론회'와 '대규모 국책사업 타당성 평가 토론회' 등을 국회에서 열어 4대강 사업의 타당성을 평가하는 자리를 마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특히 오는 7월 말 외국의 하천관련교수 및 전문가들을 한국에 초청해 4대강 사업 중단 요청 성명 발표 및 기자회견을 가질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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