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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구르족을 흔드는 사람, 레비야 카디르

[책] <하늘을 흔드는 사람>

등록|2009.07.07 20:16 수정|2009.07.08 08:48

▲ 위구르족 지도자 레비야 카디르의 <하늘을 흔드는 사람> ⓒ 열음사

최근 중국 신장(동투르키스탄) 위구르자치구 우루무치에서 1989년 천안문 민주화 요구 시위 이후 최악의 유혈 시위 사태가 벌어졌다. 중국 당국은 150여명의 사상자와 수천의 부상자가 나왔다고 집계하지만, 휴대폰과 인터넷 사용이 제한되고 있다고 하니 실제로는 어느 정도일지 짐작조차 되지 않는다. 게다가 사상자, 부상자의 신원을 공개하지 않아 의문은 더 증폭되는 실정이다.

피로 물든 우루무치를 보면서 문득 지난해 베이징 올림픽 특별공연이 떠올랐다. 장이모우 감독이 총 연출을 담당한 공연에서 소수민족 사람들은 각기 전통의상을 입고 즐겁게 춤을 추었더랬다. 그래, 그 때만 해도 상황을 모르는 사람들은 별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는지 모른다. 모두가 행복해 보였다. 적어도 TV 화면에서는.

중국 당국의 위구르족 탄압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이것은 아주 오래된 싸움으로 중국 당국은 그들의 몸과 마음 마지막 한 점까지도 남김없이 갉아먹으려 하고 있다. 독립국가(동투르키스탄)였던 그들은 1884년 청나라 침입으로 합병된 이래 '중국 신장'으로 불리며 독립적인 국가로서의 권위를 잃은 지 오래다. 한반도 7.5배 크기 땅덩어리의 이름('중국 신장 위구르자치구'가 아닌 '동투르키스탄') 한 번 바꾸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예나지금이나 중국 당국의 억압과 무력 사용은 계속되고 있고, 인종차별과 나라 잃은 설움에 시달리는 위구르족 사람들은 여전히 21세기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은 비합리적인 제제 아래에서 힘겨운 투쟁을 벌이고 있다.

그 오래된 투쟁의 중심에는 '위대한 지도자'라 불리는 레비야 카디르가 있다. 그녀와 작가 알렉산드라 카벨리우스가 공동 저술한 <하늘을 흔드는 사람>에는 바로 그 모든 고통의 기록을 온몸으로 받아내며 굳건히 우뚝 선 한 여인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중국 공산당이 '7.5 위구르 유혈사태' 배후 인물로 지목한 지도자

1947년 동투르키스탄(위구르)의 험난한 산악지대에서 태어난 그녀의 인생은 시작부터 험난했다. 잔혹한 운명은 탄생과 함께 그녀를 태풍의 한가운데로 이끌었다. 몽골과 티베트 지역에 이르기까지 무력으로 침공해 영토를 확장한 중국이 소수민족에게 억압통치를 가하며 숨통을 바짝 조이던 시기였다. 열다섯 살에 가족의 빚을 갚기 위해 원치 않는 결혼을 해야 했던 카디르는 이후 역경을 딛고 장사에 뛰어들어 성공적인 사업가로 명성을 떨친다.

소문난 갑부로 성장했다고 하니 그녀는 마음만 먹으면 위험한 발언이나 행동을 더 이상 하지 않아도 살 수 있었을지 모른다. 조용히 입 다물고 중국 제국의 일등모범국민으로 살아갔다면. 아마도 편하게 호위호식하며 후손에게 막대한 재산을 물려주는 거대그룹의 CEO가 됐을지도 모른다. 보통 사람이라면 그런 선택을 했을 것이고, 주변에 따가운 시선이 있다고 해도 거대 중국 영토의 비호를 받는다면 그리 어려운 삶도 아니었겠지.

마오쩌둥이 통치하던 중국은 개개인과 소수민족의 자유를 억압했을 뿐 아니라, 당국의 입장과 다른 그 어떤 의견도 허용하지 않았다.(현대 중국은 아직도 인터넷이나 미디어 통제가 심각하다.) 저항자에게는 처벌, 심지어 사형까지 언도되었고 연좌제를 통한 가족들의 고통 또한 극에 달했다. 몇 백, 몇 천 죽이는 것은 일도 아니던 시대. 사람 목숨이 파리만도 못하다는 게 뭔지를 확인할 수 있던 때였다.

"20세기의 가장 끔찍한 대량학살자 중 하나이며, 대략 70만 명의 죽음에 책임이 있는 그 사람은 죽었다. 현재는 실물보다 더 큰 마오쩌둥의 초상화가 베이징 톈안먼(천안문)에 걸려 있다."(본문 154쪽)

1976년 마오쩌둥의 사망 소식은 위구르족 사람들에게는 일말의 희망이 되었는지 모르지만 현실은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그의 초상화가 중국 수도의 중심에 떡하니 걸려 있는 것처럼. 아직도 중국에서는 사건의 핵심을 외면하고 폭력과 무기로 저항을 잠재우려는 잔혹한 일들이 벌어진다. 아무렇지도 않게, 사건은 왜곡된다. '시위대는 그저 폭력적인 무리들이고, 자신들은 그저 방어만 했다. 그들이야말로 민주주의를 후퇴시키고 있다. 더 이상의 관용은 없다.' (<하늘을 흔드는 사람>과 최근 사태 관련 뉴스에서 보도되는 중국 당국의 발언에서는 왠지 모르게 익숙한 대한민국의 냄새가 난다. 최근 각종 시위대를 무력으로 잠재우며 경찰과 정부의 입에서 나온 발언들과 어쩜 그리 똑같은지.)

하지만 역사가 기록하듯 위대한 인물의 선택은 언제나 날카롭고 단호했다. 레비야 카디르 는 편안한 상황에 안주하지 않고 자신의 뿌리와 민족을 되찾기 위해 끊임없이 앞으로 나아가 싸웠다. 중국에서 부여한 각종 의정활동을 허투루 사용하지 않았다. 당국에서는 끄나풀 정도로 사용하려 했겠지만, 카디르는 오히려 가난하고 소외된 위구르인들을 보호하는데 힘썼다. 중국 정보를 향한 날카로운 비판도 멈추지 않았다. 중국 당국은 블랙리스트 영순위로 그녀를 올려놓고 각종 탄압에 들어가 결국 감옥에까지 집어넣었다.

그녀는 망명한 워싱턴에서도 공안의 감시를 받고 있다. 더불어 중국에 머문 가족들 중 일부는 감옥에, 일부는 통제와 감시 속에서 살고 있다. 하지만 그녀의 자유를 향한 열망은 멈추지 않는다. 해외로까지 뻗은 세계위구르인대회에서 대통령으로 선출되기에 이른 것. 현재 그녀는 명실상부한 최고의 위구르족 지도자로 평가받는다. 아마 중국은 그 점 때문에 이번 7.5 유혈사태의 주동자로 그녀를 꼽으려 했을 것이다.

언젠가는 중국 정부를 국제 인권위원회의 재판정에 세우겠다

최근 사태에 대해 신문이나 인터넷 기사에서도 확인할 수 있지만, 그녀는 이번 사태와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고 밝혔다. 다만 가족들에게 안전을 당부했을 뿐이라는 것. 중국 당국은 어떻게든 레비야 카디르를 잡으려는 것에 혈안이 돼 있다. 자기 스스로 "나는 레비야 카디르가 아니다. 나는 1000만 사람들의 대표다!"라 외치는 이 위대한 지도자를 처리할 수만 있다면, 아마도 중국은 모든 골칫거리는 끝난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물론 그것은 환상에 가까운 착각이다. 그녀의 그 어떤 영향 없이도 자유롭게 저항 운동을 펼치는 위구르인들의 모습을 봐도 알 수 있듯이.

중국 서부에 위치한 신장 위구르자치구. 아니, 위구르(동투르키스탄). 그들은 언제쯤 그 단순명료한 국가 이름을 손아귀에 넣을 수 있나. 모두의 간절한 바람이 하늘에 닿을 수 있을까. 이 책의 제목은 <하늘을 흔드는 사람>이다. 그녀는 기꺼이 백척간두의 땅에 서서 하늘 향해 손을 뻗으며 독립과 자유를 외친다. 아직 끝나지 않은 현재진행형, 아주 오래된 투쟁이 계속되고 있다. 

"나의 가장 큰 목표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인간으로서 권리를 갖게 되는 것이다. 그다음에는 모든 것은 스스로 자기 길을 찾아가게 될 것이다. 나는 거대한 적과 맞서서 싸움을 계속 해오고 있다. 나는 언젠가는 위구르 민족을 억압한 죄를 물어 중국 정부를 국제 인권위원회의 재판정에 세우고 싶다." (본문 546쪽)
덧붙이는 글 2009년 1월, 열음사에서 출간된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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