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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법, '신방겸영 유보'와 '대기업 참여 확대'로 풀자

한나라당 개정안이 진정성 가지려면

등록|2009.07.08 12:59 수정|2009.07.08 12:59

▲ 국회 문방위 한나라당 간사인 나경원 의원과 민주당 간사인 전병헌 의원이 6일 문방위 개회를 협의하기 위해 간사회의를 하고 있다. ⓒ 남소연



한나라당은 7월 13일까지만 논의한 후, 대다수 국민이 반대하는 미디어법안을 처리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여야 합의대로 '미디어위원회'를 구성하여 운영했기 때문에 표결처리를 해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여론수렴 없는 표결처리를 반대해온 민주당도 조만간 미디어법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양당의 안이 조율되어 미디어법이 합의 처리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한나라당은 미디어법 개정으로 언론구조 선진화, 일자리 창출 등이 가능하다고 주장하고 '광고'했다. 하지만 한나라당의 법개정 목적이 대기업과 거대신문사에 '방송보도영역'(지상파방송, 종합편성채널, 보도전문채널)을 넘겨주는 데 있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 최초의 방송법 개정안에서는 전면적인 진입규제 완화를 표방한 바 있다.

'미디어위원회' 논의 이후 한나라당 법안은 몇 가지가 달라졌다. 첫째, 신문사와 대기업의 지상파방송 겸영은 디지털방송 전환이 이뤄지는 2012년까지 보류한다. 둘째, 신문사와 대기업은 지상파방송 20%, 종합편성채널 30%, 보도편성채널 49%까지 지분을 보유할 수 있다(영역별 비율 조정 가능). 셋째, 일정 점유율 이상의 방송사업자에 대해서는 사후규제 방안을 마련한다. 나름대로 고심 끝에 내놓은 안이라고 생각한다.    

불분명한 한나라당 미디어법 개정 이유

하지만 여전히 이해하기 어려운 법안이다. 우선 신문사와 대기업의 지상파방송 겸영 금지는 유지하고 지분 참여는 허용한다고 하는데, 이는 별반 설득력이 없는 방안이다. 가령 재벌총수들은 불과 5% 내외의 지분으로도 기업 전체를 지배할 수 있고, SBS 등 민영방송 지배주주들은 3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을 뿐이다. 겸영과 지분참여는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 그런 이유로 현행 방송법 제8조 3항에서는 대기업과 신문사 등의 '보도방송영역' 겸영과 지분참여를 동시에 금지하고 있는 것이다. 한나라당 주장대로 겸영을 일정시기까지 금지할 필요가 있다면, 마찬가지로 지분참여도 금지해야 한다.

다음으로 대기업과 신문사의 진입규제 완화 문제를 동일선상에서 논의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기업과 신문사의 '보도방송영역' 진입은 서로 다른 이유로 제한되고 있다. 당연히 규제완화 이유와 방법도 달라야 한다. 방송법 제정 이후 신문사의 '보도방송영역' 겸영은 일관되게 금지되어왔지만, 대기업의 경우 그 규모에 따라 점진적으로 겸영을 허용했다. 대기업 진입을 '제한'해온 이유는 일반적인 의미에서 시장지배력 남용을 막기 위한 것이다. 반면 신문사의 진입을 '금지'한 이유는 여론시장의 독과점을 제어하기 위한 것이다. 여론시장의 일방지배는 민주주의를 붕괴시킬 수 있기 때문에 훨씬 강하게 규제할 수밖에 없다.

한나라당 개정안이 진정성을 갖기 위해서는 신문사의 지상파방송에 대한 겸영과 지분참여를 동시에 유보해야 하고, 신문사와 대기업의 진입규제 완화 방안이 보다 명확히 구별될 필요가 있다.

거대신문사와 대기업의 방송 참여 구별해야

요컨대 '보도방송영역'에 대한 대기업 진입규제의 추가 완화는 충분히 고려할 수 있다. 실제 지난 2008년까지는 자산규모가 3조 이상 되는 대기업은 방송보도영역에 진입할 수 없었다. 지난해 IPTV법 제정과정에서 그 '3조'가 '10조'로 크게 늘어나, 지금은 재계순위 20위권 밖의 기업이 '보도방송영역'을 겸영하거나 지분에 참여할 수 있다. 공정거래법에서는 현재 자산규모 5조가 넘는 48개 기업의 상호출자를 제한하고 있다. 기업의 자산규모가 5조가 넘을 경우 일정한 규제가 불가피하다는 것이 사회적 합의인 셈이다. 그럼에도 10조 이내의 기업은 '보도방송영역'에 참여를 허용하고 있다.

정부가 주장하듯이 미디어산업에 추가 자본투입이 불가피하다면, 자산규모에 근거한 기업의 진입제한은 완화할 수 있다. 한나라당은 대기업을 한국처럼 강하게 규제하는 나라가 없다고 주장한다. 그 주장에 동의하지 않더라도, 필요하다면 누구나 인정할 정도의 시장지배력을 지닌 초거대기업을 제외하고, 가령 자산규모 50조가 넘지 않는 대기업의 '보도방송시장' 진출은 허용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 발표 자료에 따르면 현재 자산규모가 50조가 넘는 기업은 공사를 제외하고 삼성, 현대차, SK, LG 4개뿐이다. 이들은 이미 신문과 뉴미디어방송 영역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그러나 신문사의 경우는 다르다. 신문사의 방송 겸영이나 지분참여를 허가하기 위해서는 다른 조건이 필요하다. 공정거래위원회가 기업집단(대기업)을 규제할 수 있는 것은 '자산규모'라는 명확한 기준이 있기 때문이다. 거대신문사들이 '방송보도영역'을 겸영하기 위해서는 우선 발행부수, 광고단가, 매출액 공개 등을 통해 투명성을 제고해야 한다. 이어 정부는 겸영허용에 따른 미디어시장 구조변화를 예측하고 '여론독과점'을 제어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매체집중 조사와 이에 근거한 매체집중 규제제도 마련이 진입규제 완화의 전제조건일 수밖에 없다. 진입규제 완화 후 여론지배적 미디어사업자를 추정하고 제재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YTN 같은 보도전문 채널의 경우, 뉴스라는 생산물이 수익성이 없고 고용창출 같은 산업유발효과도 거의 없다는 점에서 진입규제 완화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미국의 CNN조차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는 사실을 환기할 필요가 있다.

반면 케이블TV의 종합편성채널 허가는 전향적으로 검토할 수 있다. 이러한 종합편성채널은 세계 어느 나라에도 유사 사례가 존재하지 않는 특수한 '방송'이다. 한국에서도 허가된 적이 없다. 물론 '대통령직속' 방송통신위원회에서 금년 내에 허가를 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일부 신문사들이 종편채널 허가에 목을 매고 있다는 이야기도 있다.

종편채널 허가, '여론지배력 측정' 심층 논의 필요

대기업과 신문사가 겸영할 수 있는 종합편성채널을 허가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세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첫째, 동일서비스 동일규제 원칙에 따라 방송법의 '의무전송' 조항을 삭제해야 한다. OBS 같은 자체편성을 하는 지상파방송의 경우도 의무전송 조항은 없기 때문이다. 둘째, 전국을 세 권역 정도로 나눠 지역별로 사업자를 선정해야 한다. 전국을 권역으로 하는 IPTV 경우도 세 사업자를 허가했고, 케이블TV의 겸영범위도 대략 방송구역의 1/3이기 때문이다. 셋째, 종편채널은 성격상 지상파방송과 동일한 성격의 방송사업자다. 내용 다양성 유지를 위해 기존의 지상파방송과의 겸영을 금지해야 한다.

끝으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에 포함된 사이버모욕죄와 포털사업자의 모니터링 의무조항도 삭제하거나 유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미 남용되고 있는 경찰과 검찰 권력에 날개를 달아줄 가능성이 있을 뿐만 아니라, 시민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누리꾼들뿐만 아니라 상당수의 한나라당 인사들도 반대의견을 피력한 바 있다. '모욕죄'와 '모니터링' 대신 온라인상의 여러 침해행위를 구제할 수 있는 가칭 '인터넷중재위원회' 설립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한나라당은 모든 시민의 일상생활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미디어법 '전면개정'을 추진하면서도 여론수렴에는 인색했다. 한나라당 법안이 통과될 경우 거대신문사와 일부 대기업들은 큰 혜택을 얻지만 대다수 시민은 불편해지고, 민주주의는 크게 후퇴할 수 있다. 여당 처지에서도, 선출된 바 없고 공적 책무도 불분명한 '독과점 미디어'가 지배하는 사회를 원하지는 않을 것이다. 미디어법 수정 제안에 대한 진지한 검토를 기대한다.
덧붙이는 글 최영묵 기자는 성공회대 신방과 교수이며 미디어발전위원회 위원(민주당 추천)으로 활동했습니다. 이 글은 창비주간논평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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