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릉과 공동묘지를 함께 탐방하는 도보여행
조선왕릉 동구릉에서 태릉까지 걸어서 탐방하기
▲ .동구릉. 휴일을 맞이해 많은 탐방객들이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기념해 무료로 개방된 동구릉을 찾았다. ⓒ 유태웅
▲ .동구릉. 조선왕릉현황을 살펴볼 수 있는 전시물 설치공사가 진행 중이다. ⓒ 유태웅
동구릉은 조선 태조 이성계의 건원릉을 비롯해 모두 9개 릉으로 조성된 조선왕릉 최대규모 능역이다. 태릉은 서울도심에서 쉽게 찾아갈 수 있는 지리적 환경에 최근 조선왕릉 조성과 국장절차 등을 홍보하기 위한 조선왕릉 전시관공사가 한참 진행중인 곳이다.
동구릉(경기도 구리시 인창동 소재)과 태릉(서울 노원구 공릉동 소재)은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약 10~15분 정도 거리에 있다. 두 왕릉을 걸어서 이동하면 약 1시간 40분 정도 소요되는 거리다. 길을 걷다보면 잘 알려져 있지않은 수목원이나 배밭 과수원, 왕릉과는 대조적인 시립공동묘지 등을 만날 수 있다.
▲ .태릉 ⓒ 유태웅
▲ .태릉에 건설 중인 조선왕릉전시관. 오는 11월 정식개관할 예정이다. ⓒ 유태웅
동구릉에서 태·강릉까지 걸어서 탐방하기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기념해 무료로 입장할 수 있었던 지난 5일, 동구릉은 많은 탐방객들로 붐볐다. 대부분 가족나들이였지만 간혹 연인들이나 외국인들 모습도 눈에 띄었다. 입구에 들어서 동구릉 관리사무소가 있는 산책로에는 조선왕릉현황을 살펴볼 수 있는 패널형 전시물이 설치되어 마지막 손질을 하고 있었다.
탐방객 대부분은 조용하게 산책로를 걷거나 7월 무더위를 피해 냇가나 그늘진 곳을 찾아 휴식을 즐기는 모습이었다. 봉분과 홍살문을 중심으로 파릇파릇한 잔디밭이 시각적으로 상쾌한 느낌을 주었다. 동구릉의 매력은 역시 9개 왕릉사이에 놓인 오밀조밀한 산책로다. 숲길에선 몸에 좋다는 파톤치드향이 발산되는 느낌이었다.
▲ .왕릉내 냇가와 그늘에서 휴일 망중한을 즐기고 있는 탐방객들 ⓒ 유태웅
▲ .동구릉. 휴일과 무료개방을 맞이해 많은 탐방객들이 왕릉을 찾았다. 냇가나 그늘진 곳에서 가족나들이로 휴식을 즐기는 모습이 많았다. ⓒ 유태웅
동구릉을 탐방하고 입구를 빠져나와 인근 가게에서 아이스크림을 하나 사 입에 물고 태릉을 향해 걸었다. 여름날 바깥에서 활동할 때는 역시 아이스크림이 제격이다. 시원해진 몸을 이끌고 동구릉 입구에서 왼쪽으로 난 대로변을 따라 길을 걸었다. 작년까지만 해도 비좁았던 도로는 최근 도로확장공사를 하면서 인도가 새로 만들어진 모습이었다. 작년엔 이 길을 걸을 때 인도가 없는 좁은 도로여서 무척이나 위험스러웠던 기억이다.
약 30분 정도 걸으니 갈매수목학습원과 갈매동사무소로 빠지는 삼거리 교차로가 나왔다. 이 교차로에서 왼쪽 도로로 방향을 틀어 1.6km정도 걸으면 서울특별시 녹지사업소가 운영하는 갈매수목학습원이 나온다. 이 도로는 평소 차량통행이 많지 않아 한적한 도로다. 경사가 완만한 고갯길 주변으로 배과수원과 구리시립 공동묘지터가 있다.
▲ .최근 확장공사중인 동구릉에서 태릉으로 이동하는 길. 약 30분 정도 걸으면 삼거리 교차로가 나오고 왼편으로 갈매수목학습원과 시립공설묘지로 가는 교차로가 나온다. 이곳에서 왼편 '산마루길' 도로로 이동하면 수목원이 나온다 ⓒ 유태웅
▲ .산마루길. 차량통행이 거의 없는 한적한 도로다. ⓒ 유태웅
널찍한 왕릉과는 달리 빼곡히 조성되어있는 시립공동묘지터를 지나다보면 죽어서도 왕대접 받는 인생이 있는가 하면, 죽어서도 비좁은 공동묘지에 안장되는 일반 서민들의 삶이 씁쓸하게 교차되는 느낌을 받는 곳이다.
시립공동묘지터를 지나 나지막한 고갯길을 넘으면 아담한 도로를 사이에 두고 왼편으로는 갈매수목학습원, 오른편으로는 어린이자연학습장으로 꾸며진 과수원농장이 있다. 소재지는 경기도 구리시 갈매동. 입장료가 무료인 갈매수목학습원은 잘 알려져 있지 않아 한적한 느낌이 드는 작은 수목원이다.
▲ .산마루 고갯길에 있는 구리시립공설묘지. 동구릉에서 태,강릉으로 이동하는 지름길에 있는 공동묘지터로 한적한 도로를 사이에 두고 조성되어있다. ⓒ 유태웅
▲ .구리시립공설묘지를 지나 산마루 고갯길을 넘어 이동하면 바로 왼편으로 나오는 갈매수목학습원. 아담한 수목원으로 입장은 무료다. ⓒ 유태웅
갈매수목학습원에서 가까이 불암산이 보이는 구리시 갈매동 밭길을 지나 담터 건널목에 도착하니 동구릉에서 출발한지 1시간 20분 정도가 소요되었다. 이곳 담터 건널목은 수시로 통과하는 경춘선 기차와 교차로를 이용하는 차량들을 통제하는 간이관리소가 있다. 경춘선 복선화공사가 완료되면 사라지는 철도건널목이다.
담터 철도건널목을 지나 서울과 경기도 경계인 담터사거리에 도착하면 이곳부터 태릉까지 약 1.5km 거리는 산책로가 잘 정비되어 있다. 삼육대학교 정문 바로 옆에 왕릉 입구가 있는 조선조 13대 명종의 강릉은 요즘 입구 조경공사가 한참 진행중이다.
일반인들의 출입을 통제하고 있어 자세하게 살펴볼 수는 없지만, 삼육대 정문에서 대학 본관에 이르는 약 200m 대학내 도로를 걷다보면 왼편으로 어렴풋이 왕릉 규모를 짐작해 볼 수 있다.
▲ 강릉. 일반인 출입이 금지된 왕릉으로 조경공사가 한참 진행 중이다. 태릉과 강릉간 셔틀 공용자전거 무인대여소가 운영될 예정이다. ⓒ 유태웅
▲ 강릉. 일반인 출입이 통제된 왕릉이다. 삼육대학교 울타리 너머로 어렴풋이 왕릉 영역이 보인다. ⓒ 유태웅
강릉에서 10분 정도 걸어 태릉선수촌을 지나면 비로서 조선 제11대 중종의 두 번째 계비인 문정왕후의 태릉에 도착하게 된다. '태릉 걷고 싶은 길'로 조성된 산책로를 따라 걷다 보면 간혹 경춘선 기차가 지나가는 모습을 볼 수 있는 길이다. 가을이면 강릉 앞에 형성된 황금빛 논밭사이로 경적을 울리며 달리는 경춘선 기차가 시골정취를 물씬 풍기게하는 곳이기도 하다.
태릉은 최근 조선왕릉 조성과 국장절차 등을 홍보하기 위한 조선왕릉 전시관공사가 진행중이다. 7월에 1층 규모 건물을 준공하고 오는 11월에 정식개관할 예정이다. 휴일을 맞이한 태릉에도 많은 탐방객들이 그늘진 곳에 돗자리를 깔고앉아 휴식을 즐기는 모습이었다.
지난 2007년말까지만해도 태릉 바로 뒷편 클레이사격장에서 들리는 총성으로인해 '조용한 사색'을 즐기기 힘들었던 기억이 있다. 세계문화유산 등재신청과 더불어 클레이 사격장 등이 페쇄되면서 조용한 왕릉 사적지로 거듭난 모습이었다.
▲ .태릉. 지난 2007년 말 인근에 있던 클레이 사격장 등이 폐쇄되면서 조용한 사적지로서 위상을 되찾았다. ⓒ 유태웅
이날 여정은 동구릉에서부터 약 1시간 40분 정도를 걸어서 태릉에 도착한 셈이었다. 두 발로 걸으니 육체적으론 운동도 되고, 지나오면서 들른 시립공동묘지나 수목원, 아담한 국도변 밭과 과수원 등에서 순간순간 떠오르던 생각과 느낌을 여유있게 즐길 수 있었던 일정이었다.
조선왕릉이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면서 이를 활용한 다양한 관광상품화가 논의되고 있다고한다. 한두 개의 왕릉을 지역단위로 묶어 해당 지역문화와 더불어 관광자원으로 활용한다는 소식도 있다. 지역적으로 가까운 조선왕릉을 두 발로 걷거나 자전거로 이동할 수 있는 산책로나 자전거 전용로를 만드는 것도 한번 생각해 볼 일이다.
▲ 동구릉과 태릉. ⓒ 유태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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