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짝을 여윈 비실이혼자 화분 가에 앉은 비실이 ⓒ 김영명
300mm 이상 폭우가 쏟아지고 있던 아침, 비실이의 짝 비순이가 죽었다. 베란다의 물청소를 하던 아내가 소리를 지른다. 물에 푹 젖은 조그마한 주검. 어떻게 해서 이런 일이-
"꽃삽 어디다 치웠어?"
▲ 외로운 비실이가지에 홀로 앉아 비실이 생각을 하는 걸까 ⓒ 김영명
하얀 종이에 그 조그마한 주검을 감싸고, 꽃삽 위에 얹어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간다. 비는 억수같이 내리는데, 죄지은 심정이다. 아파트 앞 화단 한 귀퉁이를 판다. 그리고 하얀 주검을 내려놓는다. 꽃삽으로 흙을 덮는다. 빗물이 함께 들어간다.
▲ 비실이와 비순이비실이가 살아 있을 때의 다정한 모습 ⓒ 김영명
금화조 3쌍 중 항상 붙어 다니던 금슬 좋은 짝이었다. 어쩌다가 이런 변이 생겼는가. 비실이가 나무 가지에 홀로 앉아 있다. 꼼짝도 않는다. 비순이 생각을 하고 있는 걸까.
저 주검이 이렇게 말한다. 세상만사가 회자정리(會者定離)임을-
덧붙이는 글
조그마한 새의 주검 앞에도 카메라를 들이댈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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