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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추모공연 불허에 외부 영향 있는 듯"

이민환 부산대 교수 "10일 저녁 7시 '다시 바람이 분다' 공연 열려야"

등록|2009.07.08 21:33 수정|2009.07.08 21:56

▲ 이민환 부산대 교수는 오는 10일 저녁 7시 부산대 넉넉한터에서 노무현 대통령 추모 공연 "다시 바란이 분다"가 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은 8일 오전 부산대 정문 앞에서 부산대 총학생회가 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는 이민환 교수. ⓒ 윤성효


이민환 부산대학교 교수(예술대학)는 부산대 측이 오는 10일 저녁 7시 '넉넉한터'에서 열릴 예정인 노무현 대통령 추모공연 '다시 바람이 분다'를 불허하고 교직원을 동원해 행사 준비를 막은 것은 "학교 자체 판단이라기보다 외부의 영향이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8일 저녁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이 같이 밝히면서 "부산대 교수회가 입장을 내야 하며, 입장을 내도록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날 오전 부산대 정문에서 부산대 총학생회가 연 기자회견에 참석해 학교 측을 비난하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그는 "부산대가 왜 추모공연을 불허한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조심스럽기는 한데, 외부의 영향이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면서 "학교 자체만의 판단이라면 학생들의 공연을 불허할 이유가 없고, 대학이 강경하게 하는 것을 보면 바깥에서 불허하도록 종용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민환 교수는 부산대 민주화교수협의회 회장을 맡고 있다. 다음은 이 교수와 나눈 대화 내용이다.

- 부산대가 밝힌 추모공연 불허 이유 가운데 '계절학기 방해'가 있는데?
"계절학기에 방해가 안 된다. 저녁에는 계절학기 수업을 하지 않는다. 추모공연도 밤을 새워가며 하는 것도 아니고 하루 저녁에 하고 만다. 그리고 지금은 방학 중이다. 계절학기 수강생이 얼마나 되는지 모르지만 계절학기는 밤에 수업을 하지 않기에 콘서트를 한다고 해도 방해가 되지 않는다. 학교 안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이 있는데, 도서관에 들어가면 음악회를 해도 잘 들리지 않는다."

- 대학측은 청소의 어려움과 비용에다 외부인이 학교에 들어오기에 안 된다고 했는데?
"그것은 사실이다. 큰 행사를 하고 나면 쓰레기가 많이 생기고 기물이 파손되는 부분도 있다. 그러나 공연 전에 관객들에게 숙지시키면 어느 정도 줄일 수 있다. 기물이 파손되지 않도록 사전에 홍보를 철저히 해야 한다. 그렇더라도 그것은 학교가 감수해야 한다. 대학은 필요하면 지역민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그것이 마치 엄청난 시위를 할 때처럼 마찰이 생기면 기물이 파손되겠지만, 조용히 하면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는다."

- 또 대학측은 정치적 중립 때문에라도 추모공연은 안 된다고 했는데?
"그것은 학교 측에서 판단할 문제다. 학교가 정치적 중립을 지키는 것은 맞다. 그런데 학교가 가만히 있으면 된다. 추모공연을 하지 못하도록 막고 하니까 오히려 사람들에게 정치적인 색채가 있는 것으로 더 알려졌다."

- 그렇다면 부산대는 왜 노무현 대통령 추모공연을 불허한다고 생각하나?
"조심스럽기는 한데, 학교 자체만의 판단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외부의 영향이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학교 자체만의 판단이라면 학생들의 공연을 불허할 이유가 없다. 대학이 강경하게 하는 것을 보면 바깥에서 불허하도록 종용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 8일 부산대 교직원들이 정문에 나와 추모공연 관련 시설물의 반입을 막았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1980년대에 이런 일이 있었다. 당시는 교수들도 '개구멍'을 지켰다. 지금은 교수들은 빠지고 직원들이 나왔다. 1980년대로 돌아간 것이다. 1980년대 공안 시절로 돌아간 것이다."

- 학생들이 무릎을 꿇고 호소한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학생들이 무릎 꿇는 모습을 직접 보지는 못했다. 학생들은 학교 측에 배려를 바라는 마음에서 그렇게 했을 것이다. 어쨌든 학생답게 학교를 설득하기 위해, 부모한테 사랑을 바라는 식으로 그렇게 한 행동이라 본다."

- 이번 노무현 대통령 추모공연이 부산대에 열려야 하는 이유가 있다면?
"꼭 부산대에서 열려야 한다는 이유는 없다. 다른 대학에서 열어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이번 추모공연은 여러 대학 총학생회가 공동으로 추진하고, 부산대는 부산에 있는 여러 대학 총학생회의 대표성을 갖고 있다."

- 8일 오전 부산대 총학생회가 기자회견을 열었을 때 추모공연이 열려야 한다고 발언했는데, 이후 대학이나 다른 교수들의 반응은?
"대학은 모르겠다. 거의 많은 교수들은 이번 학교의 처사에 대해 불만이다. 만나는 교수들마다 학교가 잘못한다고 말한다. 지나치다고 말한다. 음악회인데 왜 못하게 하느냐고 한다."

- 이번 추모공연 불허와 관련한 논란에 대해 교수들이 입장을 낼 것인지?
"교수회에서 입장 발표를 해주기를 바란다. 그것은 확실하지 않다. 아직 교수회 회장을 만나지 못했다. 방학 중이어서 교수들을 모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학교 정문뿐만 아니라 모든 출입문이 통제되면서 학교 안에 들어온 차량들도 나가지 못하고 있다. 교수들도 걸어서 나가야 한다. 교수회에 입장을 밝히라고 요구할 것이다."

- 이전에도 공연이 열린 적이 있는지?
"'열린음악회'며 '가을음악회' 등 각종 공연 행사가 여러 번 열렸다. 심지어 폭죽을 터뜨린 적도 있었다. 그때는 학기 중에 열린 것이다. 그래서 이번 추모공연이 수업이나 연구에 지장을 준다는 것은 명분에 맞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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