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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성관 검찰총장 내정자 '가시밭길' 예고

[검찰총장 청문회 쟁점] 야당-시민단체 "인사청문 아니라 영장 청구해야"

등록|2009.07.09 19:18 수정|2009.07.09 19:18

▲ 천성관 검찰총장 내정자 ⓒ


13일 천성관 검찰총장 내정자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야당과 시민단체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지금까지 언론 등을 통해 제기된 의혹을 보면, 천 내정자는 ▲ 서울 신사동 고급아파트 구입에 쓰인 차입금 ▲ 아들 병역비리 ▲ 지인의 고급승용차 등 편익 제공 의혹 등을 받고 있다.

또 검찰에서 '공안통'으로 승진하면서 ▲ 1998년 영남위원회 사건 ▲ 2001년 만경대 방명록 사건 ▲ 2008년 여간첩 원정화 사건 ▲ 2009년 용산참사-MBC 'PD수첩' 광우병 보도 사건 등 굵직한 사건들을 도맡아 처리한 경력도 논란이 될 조짐이다. 특히 용산참사와 PD수첩 수사는 "검찰이 정권의 들러리가 됐다"는 비난이 거세게 일고 있어 인사청문회 주요 쟁점이 될 전망이다.

민주당 등 야당은 9일 천 내정자의 자진 사퇴를 요구하고 나섰다. 이날 오전 열린 민주당 의원총회에서는 "(천 내정자는) 인사청문이 아니라 구속영장을 청구해야 할 사람"이라는 비난까지 나왔다.

시민단체인 참여연대도 같은 날 조승수(진보신당) 의원 소개로 '천성관 검찰총장 임명반대 의견청원서'를 국회에 제출했다. 조 의원과 참여연대는 "천 후보자는 검찰 재직 중 공안검사로서 무리한 수사를 진행했고, 용산 참사의 실질적 지휘라인 책임자"라며 "도덕성과 자질이 없고, 권력의 시녀 역할을 해온 후보자가 검찰총장이 될 경우 국민이 납득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천 내정자 장남 병역비리 의혹' 수사한 한명관 검사, 현재 청문회 준비단장

▲ 28억 아파트 구입대금 조달 의혹= 천 내정자가 올해 3월 28억7500만 원을 주고 사들인 서울 신사동 하이츠파크빌은 가장 큰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핵심은 천 내정자가 아파트 구입자금을 어떻게 조달했느냐는 점이다. 천 내정자는 이 아파트를 사면서 작년 6월 친동생으로부터 5억 원, 처형 김아무개씨로부터 3억 원, 그리고 올해 4월 지인인 사업가 박아무개씨로부터 8억 원을 빌렸다. 이 밖에 은행권에서도 7억5000만 원을 대출받았다.

천 내정자는 박씨에게 빌린 돈 8억 원을 연 4% 이자로 올해 10월까지 갚기로 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박씨로부터 빌린 돈이 은행권 평균 이자율보다 지나치게 낮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연봉 1억여 원에 불과한 검사장이 어떻게 8억 원을 불과 6개월 만에 갚느냐는 것이다.

민주당은 천 내정자가 검찰 신분을 이용해 박씨로부터 편익을 제공받았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특히 박씨가 청계천 일대에서 크게 사업을 하면서 재개발에도 손을 대고 있는 점을 들어 천 내정자가 뒤를 봐 준 게 아니냐는 의심을 하고 있다.

이에 대해 천 내정자 청문회 준비단 측은 "시가 15억 상당의 서초구 잠원동 아파트를 팔려고 내놨고, 이를 처분해 부채를 해소하려 했다"고 해명하고 있다.

▲ 아들 병역비리 의혹= 장남 천아무개씨의 병역비리 의혹도 떠오르고 있다. 83년생인 천 내정자의 장남은 지난 2006년 6월 육군에 입대해 작년 8월 이등병으로 만기제대했다.

그는 입대 3개월 전 병역특례업체인 유명게임업체 N사에 인턴사원으로 입사한 뒤 곧바로 산업기능요원으로 뽑혀 연봉 2800여만 원을 받고 근무했다고 한다. 제대 후에도 천 내정자의 장남은 이 업체에 계속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에서는 천 내정자의 장남이 대학 전공과 무관한 N사에서 병역특례를 마친 점을 들어 비리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지난 2007년 서울동부지검은 N사에 대한 병역비리 의혹을 대대적으로 수사한 바 있다. 천 내정자도 당시 내사 대상이었으나 무혐의로 사건이 종결된 바 있다. 흥미로운 점은 당시 서울동부지검 차장검사로 병역비리의혹을 파헤친 한명관 대검 기조부장이 현재 천 내정자의 인사청문회 준비단장으로 보좌하고 있다는 점이다.   

▲ 부인 김아무개씨 고급차 편의 제공 받았나= 부인 김아무개씨가 천 내정자의 지인이 대표로 있는 S사로부터 고급승용차인 '제네시스'를 무상으로 제공받아 사용했다는 의혹도 불거졌다.

이 차량은 S사가 지난해 5월부터 임대(리스) 계약해 사용해오던 것이다. 천 내정자가 국회에 제출한 인사청문자료에 따르면, 부인 김씨는 검찰총장 내정자 발표 하루 뒤인 지난 6월 22일 이 차량을 S사로부터 승계받아 사용한 것으로 돼 있다.

하지만 이 차량은 지난해부터 천 내정자 아파트를 수시로 드나든 기록이 남아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부인 김씨가 S사로부터 무상으로 차량을 제공받아 쓰다가 남편이 검찰총장에 내정되자 부랴부랴 계약서를 작성했다는 것이다. 임대 계약서에 따르면, 김씨는 이 차량을 보증금 1700만 원에 한달 170여만 원을 주고 사용하기로 했다.

▲ 용산참사, PD수첩 공안수사 논란= 개인과 가족에 얽힌 의혹 외에도 천 내정자는 검찰 내에서 줄곧 '공안통'으로 성장해오면서 정권에 충성하기 위한 수사를 주도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대표적인 사건이 지난 1월 발생한 용산참사와 6월 MBC PD수첩 제작진 기소 사건이다.

현재 용산참사 유가족은 이명박 대통령의 사과와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며 170여일째 농성을 벌이고 있다. PD수첩 사건은 '언론 탄압'이라는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천 내정자는 지난 6월 22일 청와대 발표 직후 기자들을 만나 "두 사건은 재판 중이라 뭐라 말하기 어렵다"며 즉답을 피했지만, 13일 인사청문회에서는 거센 공격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여야, 지인 박아무개씨 등 증인·참고인 5명 선정

한편 여야는 9일 검찰총장 내정자 인사청문회 준비 협상을 통해 천 내정자에게 8억 원을 빌려준 지인 박아무개씨 등 증인과 참고인 5명을 선정했다. 이 가운데는 용산참사 변론을 맡고 있는 '민변' 소속 변호사와 병무청 산업기능요원 담당자도 포함돼 있어 13일 인사청문회에서 여야와 천 내정자간 격렬한 공방이 오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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