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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천성관 "방북지령 받은 이 있다"

[천 내정자는 누구?] 화려한 '공안 경력', 한나라당 의원과도 '악연'

등록|2009.07.09 20:38 수정|2009.07.10 10:00
13일 인사청문회를 앞둔 천성관 검찰총장 내정자는 화려한 공안수사 경력을 자랑하고 있다. 1980년 제22회 사법시험에 합격한 뒤 사법연수원, 육군법무관을 거쳐 1985년 9월 수원지검에서 검사 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법무부 검찰국, 서울지검, 수원지검 여주지청장, 대검 연구관을 두루 거쳐 1997년 수원지검 공안부장, 부산지검 공안부장, 대검 공안1과장, 서울지검 공안1, 2부장검사, 대검 공안기획관 등 줄곧 '공안통'의 길을 걸어왔다.

'공안통' 길 걸어온 천성관 검찰총장 내정자

▲ 천성관 검찰총장 내정자 ⓒ


그의 경력 가운데는 국민들이 기억하는 굵직한 사건을 수사한 경우도 많다. 그러다 보니 현역 정치인이나 유명인사들과의 악연도 적지 않다.

1993년 서울지검 공안1부에 근무할 때는 조선노동당 사건으로 1심에서 무기징역형이 선고된 김낙중 전 민중당 대표 항소심 담당검사로 사형을 구형한 바 있다. 하지만 지난 2006년 국정원 과거사위원회는 남한조선노동당 사건이 '무리한 짜깁기 수사'라는 결론을 내렸다.

1995년에는 대검 연구관으로 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 사건 수사에 참가해 전직 대통령을 구속시키는 개가를 올리기도 했다.

3년 뒤인 1998년 부산지검 공안부장 재직 당시에는 현직 울산동구청장이던 김창현(전 민주노동당 사무총장)씨가 반국가단체인 '동창회'를 조직해 남한 공산화를 목표로 투쟁했다는 이른바 '영남위원회 사건'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 사건으로 검찰은 김창현씨 등 15명을 구속 기소했지만, 2007년 대법원은 반국가단체 혐의를 인정하지 않고 12명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천 내정자와 검찰의 끼워 맞추기식 수사를 대법원도 인정했던 것이다.

'만경대' 강정구-'태백산맥' 조정래 수사 주도

2000년 의약분업 사태 때는 서울지검 공안2부장으로 '의사들의 반란'을 진압하기도 했다. 당시 의사협회 의원쟁취투쟁위원회 위원장이 신상진 현 한나라당 의원이다. 신 의원은 의료계 집단폐업을 주도한 혐의로 천 내정자에게 조사를 받고 구속됐다. 천 내정자와는 '악연'으로 만난 셈이다.   
   
이듬해인 2001년 8월에는 유명한 '만경대 사건'이 발생했다. 서울지검 공안1부장으로 사건 수사를 지휘한 천 내정자는 강정구 교수 구속과 처벌을 주도했다. 이 때 그는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방북단 중 북한의 지령을 받고 들어간 경우도 있다"고 말해 논란을 불러왔다. 기자들이 천 내정자의 발언을 그대로 보도하자, 그는 뒤늦게 이를 막기 위해 진땀을 흘리기도 했다.

또 같은 해에는 소설 '태백산맥'의 이적성을 검토해 소설가 조정래씨의 기소를 준비하기도 했지만, 2005년 태백산맥은 이적성이 없다는 처분을 받았다.

이후 그는 2006년 검사장으로 승진해 울산지검장, 서울남부지검장, 수원지검장을 거쳐 올해 1월부터 서울중앙지검장을 맡고 있다. 철거민 5명과 경찰 1명이 사망한 용산참사는 천 내정자가 부임한 직후 터진 사건이었다. 당시 경찰의 '무리한 진압' 여부를 수사한 검찰은 최종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하지만 건물을 점거한 철거민들은 죽거나 구속된 상태다.

지난 6월 법원은 용산참사 수사기록 3000쪽을 공개하라는 판결을 내렸지만, 천 내정자 휘하의 검사들은 아직 이를 내놓지 않고 있다. 대표적인 언론탄압 수사로 지목되는 PD수첩 사건도 천 내정자의 지휘 아래 이뤄졌다.

서울 경기고등학교 출신 천 내정자와 고교 동기생인 민주당 이종걸 의원, 진보신당 노회찬 대표의 엇갈린 인연도 눈길을 끌고 있다. 이 의원과 노 대표는 용산참사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고 있으며, 두 사람이 속한 당에서는 천 내정자의 검찰총장 임명을 강하게 반대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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