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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렇게 갑자기 한국여성들이 예뻐졌지?

고국의 거리에서 만난 이국적인 눈매들

등록|2009.07.10 09:05 수정|2009.07.10 09:05

칠레 중앙시장 해산물 식당으로 유명한 산티아고 중앙시장에서 만난 연인. 현지 칠레사람인지 관광객인지 잘 모르겠지만 선남선녀란 이럴 때 쓰는 표현이 아닌지. ⓒ 박우물


2차 남미 생활은 약 2년이 조금 안되었지만 한국의 변화속도는 워낙 빠르다고 이미 정평 난 판이라 1년 9개월이면 부재 중 달라진 점을 비교 체감할 수 있었다. 생뚱맞게 들릴 지 모르지만 불과 2년 새 길거리 도처에 왜 이리 미인들이 많아졌는지 사실 어안이 벙벙할 정도다.

물론 여행지에서도 한국 여성들의 미에 대한 소문은, 그 바쁜 와중에서도 일찍 일어나 가꾸고 다듬는 정성의 댓가로 주어진 평이었을게다. 그래도 불과 2년새 사람들의 미모가 저리 빠르게 발전할 수 있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조금 석연찮은 구석이 있다. 우리가 밖에서 외모로 놀림을 받는 가장 큰 특징이 동양인만의 독특한 눈 형태였는데 갑작스레 미인이 많아졌다고 여겼던 것은 바로 그 눈들이 사라지고 대신 너무도 라틴에서 익숙히 보아온 큰 눈으로 바뀐 탓에 내가 순간 아직도 고국을 떠나 이방인들의 도시에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잠깐의 착시마저 생긴 듯하다.

큰 눈이 더 좋아 보일 법도 하지만 그것은 물려받은 신체의 고유함을 간직하고 전반적인 볼륨과 대칭 등이 균형있게 어우러져야 하는 것 아닐까. 그러니까 동양인은 동양인만의 미가 있을 텐데 그것을 부인하는 세태 흐름이 물리적이고 인위적인 힘으로 바꿔나가는 것은 아닌가 싶다.

페루 훌리아까 뿌노 티티카카 호수에서 1시간여 거리에 있는 훌리아까 축제의 아마존 여전사 복장으로 대기중인 세뇨리따. ⓒ 박우물


페루 아레끼빠 페루 제2도시 아레끼빠 기념일(8월 15일) 퍼레이드에 참가한 대우 홍보 도우미들이다. 전통적인 여타 복장들에 비해 확 튀는 모습이었다. ⓒ 박종호


며칠째 도심에 나가느라 전철과 대중교통을 이용하면서 주로 세뇨리따들이겠지만 그니들 눈을 쳐다보는 게 버릇처럼 되었다. 신부화장도 아니고 공연무대에 오르는 것도 아닌데 왜 저리 속눈썹이 길게 보이지. 참 우리나라 여성들 말랐다.

아마 우리나라 사람들 피부는 백인들이나 다름없이 하얀 것 같아, 아냐, 더 하얗지만 태양에 노출될 때의 화학적인 반응이 달라서 그럴거야 등등 시덥잖은 생각을 하며.

교회 제자아이가 아직은 애를 낳지 않은 새댁인데 귀국 후 반가운 식사를 하고 난 며칠 후 문자가 왔다. "샘님, 저 쌍가풀 수술 어땠어요. 아무런 언급이 없길래. 너무 관심이 없나 후후" 사실 관심이 없어라기보다 전혀 눈치를 못 챘는데 다소 섭섭했나 보다.

"애들이 눈만 고친 줄 알아. 눈과 코는 기본으로 다 고쳐."
"아, 정말 코도 그래요."
"그럼, 요즘에는 고교 졸업하면 부모가 선물로 해준다고 하는데."
누군가에게 갑작스런 얼굴형태의 변화가 당황스럽다했더니 그분은 이렇게 답한다.

그러고 보니 그랬다. 예쁘다, 그러나 무언가 어색하다라고 내가 최근에 수없이 마주친 얼굴에 대한 그 현상들은 결국은 변화와 유행의 현상으로 설명되는 것 같다.

에콰도르 세뇨리따인지 세뇨라인지 불분명 하지만 에콰돌 남쪽 바닷가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주인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였다. ⓒ 박우물


알헨티나 세뇨리따와 한국청년 부에노스 아이레스 후터스 가게에 들렀다가 그곳 세뇨리따와 동반자였던 한인청년의 모습을 담아보았다. ⓒ 박우물


한참 전 이야기일 것 이다. 이전에도 성형수술에 대한 논의들이 있었지만 지금처럼 보편화는 분명 아니었다. 그때 <서편제> 영화가 100만을 넘으면서 선풍적인 인기를 몰고 올때의 콩트로 기억된다.

아내의 눈에 대한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던 남편이 해외출장 차 나갔다가 갑자기 전화를 걸어서 서편제로 인하여 동양인의 미에 관심을 가진 서양 오너들이 부부동반 디너쇼를 가질 예정이니 좋은 기회라고 아내에게 들떠 전화를 했다.

그런데 아내는 변화된 모습을 보여주려고 남편 몰래 쌍가풀 수술을 하고 잔뜩 귀국만 벼르고 있다가 낙심하는 얼추 이리 기억되는 다소 희화적인 내용이었다.

고향에서 케이블 TV를 돌리다 <미녀들의 수다>란 걸 우연히 보게되었는데 눈에 대한 한국여성들의 잠재의식을 패널들이 꼬집으며 절대 성형을 하지 말라고 조언하는 모습들이 잡혔다. 그때 조언을 받은 여성은 그러면 하지 않겠다고 말을 했는데 그 생각이 안바뀔 지 어떨지는 어차피 본인에게 달렸을 것이다.

물론 무조건 몸에 인위적으로 손대지 말라고 할 수는 없을 게다. 보존과 개선을 위한 행위, 이를테면 남녀를 불문하고 탈모에 대한 적극적인 조치나 부부관계를 위한 배려 차원의 시술, 시력개선을 위한 라식 수술과 같은 행동들은 전혀 이 화두와는 상관없다고 여겨져서다. 설령 그것마저 성형이라 분류된다 할지라도.

그리고 성형을 하는 이유가 무엇보다 우리 사회에 팽배한 외모지상주의로 인한 불이익에 처하고 싶지 않는 사람도 있을 게고 현실적으로 충분한 타당성을 지닌 경우도 있는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본인이 귀국 후 혼란스러웠던 점은 얼굴은 다른데 하나같이 똑 같은 눈 크기와 모습이 주는 판박이 형태, 찍어낸 듯한 인상과 외모 때문이다. 사실 코나 다른 부분에 대해서는 관찰력도 풍부하지 못하고 잘 모르겠어서 언급을 아예 회피하련다.

우리나라 여성들, 공치사가 아니라 단연 돋보이는 미모에 부지런하고 이역만리 어디에서건 눈에 띈다. 그만큼 우리 한국여성들만의 내재된 미는 장점을 지니고 있지만 굳이 다른 인종식으로, 아니 획일적으로 바꾸려는 사회현상내지 유행은 이질적으로 다가온다.

그들은 그들이기에 아름다운 것이고 우리는 우리이기에 또 예쁘게 보이는 것은 아닐련지.

페루 오스트리아 대사관저 리마에 주재한 오스트리아 대사관 행사때 만난 전통복장의 세뇨리따들. ⓒ 박우물


덧붙이는 글 본인이 속한 카페와 블로그에도 실었습니다. 라틴愛 라틴에 http://cafe.daum.net/lat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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