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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 2001년, 너무도 다른 자율형사립고위원회

끼리끼리 모여서 짜맞추기 심사 의혹

등록|2009.07.10 15:34 수정|2009.07.10 21:29
현재 신청을 받고 있는 대전을 제외한 전국 시도교육청에서 자율형사립고 지정이 막바지 단계에 이르고 있다. 서울교육청 등 몇몇 시도교육청은 이미 지정 심의를 마치고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와 협의를 하고 있다고 한다.

교과부와 시도교육청은 기대와 달리 자율형사립고 신청이 너무 적고, 대부분 학교들이 최소 기준에 미달하여 난감한 처지다. 그럼에도 교과부는 이 대통령의 대선공약인 2009년 30개, 2010년 60개, 2011년 100개를 채우기 위하여 시도교육청의 권한을 무시하고 서울 20개, 지방 10개를 밀어붙여 사실상 심의 절차를 요식행위로 전락시키고 있다는 비난을 샀다.

부실 심사는 부실 사학에게 자율형사립고를 운영하도록 하는 결과를 가져와 학부모의 부담은 늘어나고 교육과정이 왜곡되며, 부정부패의 가능성은 커질 수밖에 없다. 결국 그 피해를 고스란히 학생과 학부모가 질 수밖에 없어 지정 후에 더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

그 나물에 그 밥 : 자율형사립고 위원회의 편파적 구성

인천, 울산, 전남, 충북, 강원, 제주 등은 자율형사립고 신청 학교가 하나도 없고, 나머지 시도들도 모두 1~2개밖에 안 돼 심의할 것이 없어 난감한 상황이다. 제대로 심사를 하자니 자격을 갖춘 학교가 없고, 그냥 통과시키자니 부실 심사 논란을 피할 수 없다.

그나마 서울은 33개가 신청하였다가 7개교가 철회하고 현재 26개가 남았다. 서울교육청은 5개 정도를 생각했는데 교과부는 20개를 고집한다. 20개를 채우려면 자격 미달학교들을 허가해 주어야 한다. 스스로 정한 기준을 스스로 어겨야 하는 서울교육청 역시 사면초가다.

그런데 애초부터 서울교육청 자율형사립고 지정심의위원회(이하 자율형사립고 위원회)가 편파적으로 구성되어 태생적으로 제대로 운영되는 것은 불가능한 구조였다는 비판이 거세다.

'서울특별시 자율형사립고 등 지정심의 규칙'에 의하여 11명의 위원 가운데 5명은 김경회 부교육감을 위원장으로 하고 정책국장, 지원국장, 복지국장 등 국장급 이상 간부로 위원의 절반이 서울교육청 관료이다. 나머지 6명의 위원은 교원단체, 법조계, 언론계, 학부모로 구성하게 되어 있는데 교육감이 위촉하게 되어 있다.

관료는 앞에서 말한 규칙에 따라 알 수 있지만 나머지 위원들은 시교육청이 명단을 공개하지 않아 정확히 알기는 어렵다. 그러나 각계에서 확인한 바에 의하면 나머지 6명의 위촉 위원들 중 자율형사립고나 서울교육청의 교육 정책에 비판적인 위원은 한 명도 없고 모두 찬성하는 위원들로만 구성되었다. 그 나물에 그 밥인 '끼리끼리 위원회'에 제대로 된 심사를 기대하기 어렵다.

자율형사립고 희망 학교 교장 출신 위촉

최홍이 교육위원은 자율형사립고에 비판적이라는 이유로 자율형사립고 심의 위원에서 배제되었다. 대신 고려대 출신으로 서울사립중고등학교 교장회 회장과 서울교총 부회장 및 회장 직무대행을 역임하고 최근 고려대 100주년 기념사업회 간사를 맡았다는 김순종 교육위원이 심의 위원으로 위촉됐다. 김 위원은 자율형사립고를 찬성한다.

서울시교육청 산하의 각종 위원회에 교육위원들이 순번을 정해 한 명씩 참여해 왔는데, 이번이 최홍이 위원 차례인데 순서를 무시하고 김 위원을 위촉한 것이다. 당연히 자율형사립고에 비판적인 교육위원의 참여를 원천적으로 봉쇄하려는 의도라는 비난이 일었고, 최 위원은 수정을 요구하며 공 교육감 집무실에서 농성까지 벌였으나 바뀐 것은 아무 것도 없다.

더 황당한 것은 김순종 위원은 사학재단인 국암학원과 대진학원에서 교장을 역임했는데 이 두 사학이 모두 자율형사립고 희망 신청서를 낸 것이다. 특히, 김 위원이 교장으로 근무한 국암학원의 은광여고는 자율형사립고로 지정될 것이 유력한 학교이다. 자율형사립고 희망 학교의 교장을 역임한 사람이, 순서를 뒤집고 심의위원으로 위촉되는 것을 정상이라고 받아들일 사람은 없다. 누가 봐도 위원 위촉과 심사의 공정성에 시비가 생기지 않을 수 없다.

보수언론사 교과부 출입기자 위원으로 위촉

11명으로 구성된 자율형사립고 위원회에는 1명의 언론계 위원이 있다. 언론계에서 확인한 바에 의하면 이 언론계 위원은 보수언론사인 J일보의 K씨라고 한다. 어떻게 자율형사립고를 찬성하는 이 보수언론사의 기자가 이 위원회에 위원으로 들어갔는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7월 10일 더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또 다른 대표적 보수언론인 D일보에 자율형사립고 심의위원회 심사 결과가 보도된 것이다. 지금까지 서울교육청은 비밀사항이라며 위원 명단, 심의 과정과 결과에 대해서 일체 공개하지 않았다. 밀실 회의를 비판하는 교육시민단체들의 공개요구에 묵묵부답이고, 국회 교육상임위원회의 요구에도 공개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런데 이 D일보는 학교 이름을 실명으로 거론하면서 재단전입금 내역을 구체적 수치까지 보도하였다. 누군가 내부에서 고의적으로 유출하지 않고서는 일어날 수 없는 일이다. 이 언론사와 서울교육청은 지난 일제고사(일명 학업성취도 평가)에서 공개가 금지되어 있는 학교별 학업성취도 결과를 공개하여 현재 수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자율형사립고를 찬성하는 보수언론사의 교과부 출입 현직 기자를 자율형사립고 심의위원으로 위촉하고, 또 다른 보수언론사에만 심의 결과를 제공하는 것은 비난받을 수밖에 없고, 이를 둘러싼 의혹을 받기에 충분하다.

진보적 교원단체와 학부모 단체는 심사위원에서 모조리 제외

자율형사립고 위원에는 교육계 인사와 학부모가 참가하고 있는데 진보적이거나 자율형사립고에 비판적인 단체들은 단 한 명도 참가하지 못하고 있다.

가장 오래되고 한국 최대 규모의 학부모 단체인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는 배제하고 회원 수도 훨씬 적은 보수적인 학부모단체인 '인간교육실현학부모연대'가 위원으로 위촉되었다고 한다. 상대적으로 진보적인 전교조나 좋은교사모임 같은 교원단체도 단 한 명도 위원으로 참가하지 못했다. 교육계에서는 당연히 현 정권의 교육정책에 우호적인 보수적 교원단체인 교총 출신이 위원으로 위촉되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마지막 남은 두 명 역시 한나라당 출신의 시의원과 보수적 법조인일 것으로 짐작하는 것이 대체적인 분위기다. 이렇게 자율형사립고에 비판적인 위원은 모두 배제하고 자기들끼리 회의를 하니 제대로 된 심사를 기대하는 것은 애초부터 무리였다고 보인다.

극과 극: 너무 다른 2001년 자립형사립고위원회

교육청 관료가 절반이고 다른 위원들도 모두 찬성하는 사람으로만 구성된 2009년의 자율형사립고 위원회는 비슷한 목적으로 구성되었던 유인종 교육감이 재임했던 2001년 자립형사립고 선정위원회(이하 자립형사립고 위원회)와 너무도 대조적이다.

당시 자립형사립고 위원회 위원은 총 19명이었는데 교원단체, 학부모단체, 서울교육청 교육위원, 서울시의회 교육위원, 중고 교장, 시민사회단체 등에서 찬성과 반대, 중립 의견을 골고루 지닌 사람들을 추천받아 위원으로 구성했다.

먼저, 서울교육청 관료로는 회의 간사 역할을 하는 관료 단 1명이었던 점이 11명 중 5명이나 되는 현재의 자율형사립고 위원회와 천지차이다. 교원단체는 진보와 보수를 떠나 전교조, 한교조, 교총이 모두 참가하였고, 학부모 단체 역시 성향이 다른 참교육학부모회, 학교를사랑하는학부모회, 강남교육시민모임의 회원이 1명씩 참가하였다. 그리고 자립형사립고를 적극적으로 찬성하는 것으로 알려진 중고의 교장이 각 1명씩 있었다.

교육과정평가원장과 교육개발원 원장을 역임한 박도순 고려대 교수가 위원장을 맡아 서울교육청과는 별개로 운영되었는데 이 역시 교육 관료인 서울교육청 부교육감이 원장을 맡고 있는 지금과 너무 다르다.

구성의 목적에 있어서는 비슷하지만 2001년 유인종 교육감 당시의 자립형사립고 위원회는 현 공정택 교육감의 자율형사립고 위원회와는 구성이나 운영에 있어서 극과 극으로 대조를 이룬다. 어느 것이 제대로 된 위원회인지는 초등학생도 알 수 있을 것이다.

기준 미달이라도 각서만 내면 통과시켜 준다?

자율형사립고 최소 기준인 전입금 5%를 충족하고 지역 안배를 위한 1구 1개 기준을 적용하면 서울에서 설립할 수 있는 자율형사립고는 기껏 5~7개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그런데 교과부와 서울교육청은 17~20개를 이야기한다.

기준에 미달하는 학교에 대해서는 앞으로 보충하겠다는 각서를 받는다고 한다. 참으로 어이 없는 일이다. 희망 신청서를 내면서 최소 기준에 미달하는 계획서를 제출한다면 그건 바보다. 그리고 미달하더라도 각서만 받으면 제대로 이행될 것이라고 믿는 것은 더 바보다.

이런 이유로 현재의 자율형사립고 위원회는 구성 자체부터 무효라는 비판이 거세다. 당연히 이렇게 편파적으로 구성된 위원회에서 심의한 내용 역시 공정성을 인정받기 힘들며, 부실 심사에 무효 논란을 피할 수 없다. 지금이라도 교육당국은 시도교육청의 심의와 교과부의 협의를 중단하고 자율형사립고에 대한 국민 의견부터 듣는 것이 먼저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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