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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자사업도 정보공개해야"... 민자도로 '폭리' 제동

서울고법 "서울-춘천 고속도로, 하도급 내역서 공개하라"

등록|2009.07.10 18:23 수정|2009.07.11 11:30

▲ 9일 하도급 계약서 내역을 공개하라는 판결을 이끌어낸 함형욱씨 ⓒ 추광규



공공사업이 아닌 민자 사업에 관한 정보공개 청구가 처음으로 법원에 의해서 받아들여졌다.

서울고등법원 행정7부(이인복 부장판사)는 9일 함형욱씨가 국토해양부 장관 등을 상대로 낸 '정보공개거부처분취소소송'에서 "하도급 내역서를 공개해도 정당한 이익이 침해된다고 볼 증거가 없다"고 판결했다.

함씨는 국토해양부 장관 등을 상대로 지난 2007년 "고속도로 공사시 예측 통행량을 두 배 이상 부풀리고 공사비의 40% 이상 폭리를 취한 의혹이 있다"며 서울~춘천 민자고속도로 사업과 관련해 정보공개를 청구한 바 있다.

함씨가 제기한 소송에 대해 1심 법원은 해당 자료가 없다는 국토해양부 등의 주장을 받아들여 '각하' 처분한 바 있다.

함씨는 1심 결정에 불복해 항소했고 2심 법원은 함씨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하도급내역서가 없다는 국토해양부의 주장을 배척한 것이다.

감사원도 "서울-춘천 민자 사업 문제 있다"

그동안 시민단체인 경실련은 물론 감사원도 서울~춘천간 민자 사업이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고 지적해 왔다. 2004년 감사원은 감사원 보고서를 통해 "춘천-서울 민자 고속도로의 교통량이 일일 5만6592대로 예측되어 건설비 및 통행요금 등이 산정되었는데, 일일 교통량은 2만6768대로 48%에 불과하며, 이 사업이 계속 시행될 경우, 추후 최소운영 보장제도로 엄청난 예산낭비가 예상된다"며 이 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

경실련은 지난 2007년 10월 31일 기자회견을 하고, 민간투자사업 중 '민간제안사업'인 서울-춘천 민자 고속도로가 총 공사비 1조 2900억 원 중 공사에 사용해야 할 직접공사비 50% 가량을 쓰지 않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경실련은 서울-춘천 민자 고속도로는 일반재정도로 즉, 공개경쟁입찰을 통한 방식의 도로건설에 비해 '노체' 공종에서 3.8배가 부풀려져 151억 원, '철근가공조립' 공종에서는 1.4배가 부풀려져 29억 원, '방수공' 공종에서는 2.1배가 부풀려져 73억 원 등의 부당이득을 얻게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에 따라 경실련은 "같은 정부기관 같은 건설회사의 민자 도로에 재정도로 계약단가를 적용한 결과, 민자도로 공사비는 가격 경쟁(최저낙찰제) 재정도로보다 2.2배 이상 높았다"고 밝혔다.

▲ 지난 2007년 10월 31일 경실련이 문제를 제기했던 춘천~민자 고속도로와 재정도로와의 도로시공단가 비교 ⓒ 경실련




서울-춘천 민간투자사업의 문제점과 현재 상황은...

민간투자사업은 지난 1994년 관계법령이 만들어 졌고, 1996년부터 사업이 본격화 되었다. 제도 도입 초기인 1996년의 경우에는 정부재정투자액의 1.2%인 3,000억 원에 그쳤으나 2006년에 이르러서는 재정투자액의 17.4%에 이르는 3조 2천억 원이 될 정도로 규모가 커졌다.

민간제안사업은 사업자가 사업을 정부에 제안하고 정부는 이를 검토한 후 사업을 승인해주는 절차를 거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과정에서 정부는 민간 사업자가 부풀려 제시한 도로건설 후 통행량과 공사비를, 정확한 검증 없이 인정해 사업자에게 막대한 이익을 안겨 주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특히 서울-춘천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은 경실련 등 시민단체들이 "정부고시 사업으로 경쟁 입찰을 통해서도 현재의 공사비보다 40-50% 싸게 공사가 가능하며 통행요금이 없거나 절반인 국가기반시설로 건설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주장을 제기한 바 있다.

경실련은 이 같은 주장의 근거로 감사원 보고서를 인용해 "서울-춘천고속도로의 예측치인 일일 통행량 4만5000대(실시협약상 통행량)는 타당성이 결여되어 있으며, 오로지 최소운영보장제도에 눈이 먼 민간사업자 영리의 결정판"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하도급 내역서와 관련해 경실련 신영철 위원은 기자와 한 인터뷰에서 "건교부와 서울지방국토관리청은 이 사업에 대한 내역서를 당연히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정부예산이 토지보상금을 제외하더라도 5200억 원이나 건설보조금으로 들어가는 이 사업에 대한 내역서를 보유하지 않는다는 것은 실시협약 위반이자 직무유기다"라며 공개를 꺼리는 국토해양부를 비판했다.

15일 개통 서울-춘천 민자 고속도로 통행료, 적정여부 따질 수 있다

오는 15일 개통 예정인 서울-춘천 간 고속도로는 서울-춘천고속도로(주)가 지었다. 이 회사에는 현대산업개발 외 4개사가 주주로 참여하고 있다.

서울-춘천 고속도로는 서울시 강동구 하일동과 강원도 춘천시 동산면을 잇는 총 연장 62.1 Km의 고속도로로 서울-화도 구간은 6차로, 화도-춘천 구간은 4차로로 건설되었으며, 총 2조 216억 원이 투입됐다.

서울-춘천 고속도로는 지난 4년여 공사 끝에 오는 15일 개통을 목적에 두고 있지만 통행요금에 대한 갈등은 계속되고 있다. 당초 이 회사는 통행요금을 6200원대로 결정하는 안을 제시했으나 반발이 거세자 한발 물러서 5900원으로 잠정 결정한 상황이다. 춘천권역 주민에 대해서는 지역 할인제를 적용해 5200원대로 결정됐다.

하지만 춘천권역에 대한 지원범위 선정이 어렵고, ㈜서울-춘천고속도로가 기탁하기로 한 60억~100억 원의 기금으로 할인된 요금을 지원하다 모두 소진됐을 때의 대책 등이 마련되지 않아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장까지 나서서 비싼 통행요금을 비판하기도 했다. 가평군 이진용 군수는 8일 기자회견을 하고 "상대적으로 높은 통행료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차별적인 요금정책에 분노를 느끼지 않을 수 없다"며 반발했다.

이런 가운데 9일 통행요금의 적정성을 따져 볼 수 있는 판결이 나온 것이다. 

함씨는 이날 판결과 관련해 "공개되는 하도급 내역서를 따져 보면 현대산업개발의 폭리 여부가 밝혀질 것이다. 이 과정에서 어느 만큼이나 국민들을 속이고 공사를 했는지 그 책임을 물을 수 있을 것"이라며 판결 결과를 환영했다.

윤순철 경실련 시민감시국장은 "국민의 세금이 들어간 만큼 당연한 결정이다. 민자 사업은 예산낭비 요소가 많다. 그동안 사업자측이 하도급 내역서 공개를 꺼리면서 그 이유로 든 '영업비밀을 위해서'라는 변명은 의미가 없다. 뒤늦게라도 재판부가 이 같은 현명한 판단을 내린 것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서울-춘천 고속도로 통행료 요금과 관련해 '통행료 인하 시군민추진위원회'를 이끌고 있는 전수산 춘천상공회의소 회장은 "기업의 투명성을 위해서는 당연한 판결인 것 같다"면서 통행료 적정성 여부와 관련해 이번 판결이 끼칠 영향에 관해 "후속조치가 있는 것을 지켜 보겠다"며 판결 내용에 관심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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