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로 만든 식품' 전성시대, 고추장도 '우리쌀'
식품업계에 불어닥친 '신토불이'는 지금
▲ 햇쌀마루의 '떡 프리믹스' 시리즈 ⓒ 햇쌀마루
지난 4월 농심에서 내놓은 베트남 쌀국수 컵면 '포들면컵'은 쌀이 80%를 차지한다. 한 달 뒤에는 면사랑이 우리쌀 30%를 넣어 만든 '우리쌀쫄면'을 내놨다. '토종 쌀국수'도 있다. 강원도 철원 오대쌀로 만든 즉석 쌀국수 '포포면'이 대표적인 예다.
그런가하면 집에서 만들어 먹기 힘들었던 떡을 간편하게 조리할 수 있도록 한 제품도 나와 있다. 햇쌀마루가 내놓은 '떡 프리믹스' 시리즈가 대표적인 예다. 역시 밀가루가 전혀 포함되어 있지 않은 100% 국산 쌀가루로 만들었다.
고추장도 예외는 아니다. 청정원의 경우 5월 중순부터 주원료를 국산쌀로 100%로 바꾼 '청정원 순창 우리쌀로 만든 고추장'을 선보였다. 장기간 운반되는 수입밀 대신 국산쌀을 사용하기 때문에 아무래도 품질이 훨씬 우수하다는 평가다.
▲ 청정원이 5월 출시한 '순창 우리쌀로 만든 찰고추장' ⓒ 청정원
1960년대부터 국내 쌀 자급량이 부족하다는 이유 그리고 원가 절감 차원에서 쌀 대신 밀쌀(밀)과 소맥분(밀가루) 등을 사용했던 '전통'이 깨지고 있는 셈이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올해 들어 쌀로 만든 고추장이나 과자, 면 등이 잇따라 출시되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 밀가루나 옥수수로 만든 제품에 비해 쌀 제품이 맛이 달지 않은 데다 소화가 잘 돼 건강에 민감한 소비자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쌀 재고량이 크게 늘어난 것도 '신토불이'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1980년 132.4kg이었던 우리 국민의 1인당 쌀 소비량이 2007년에는 76.9kg으로 절반 가량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17.5kg(78.9kg에서 61.4kg) 줄어든 일본과 비교하면, 그동안 얼마나 급격하게 식생활이 서구화됐는지 알 수 있다.
이로 인해 정부의 적정 재고량 550만 섬을 크게 웃도는 쌀이 창고에 쌓여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 작년 국제 밀 거래가격이 급등하면서 새로운 돌파구를 찾던 식품업계가 쌀을 주목하게 된 것이다. 현재 쌀 산업의 어려움을 감안하면 반가운 변화임에 분명하다.
청정원 관계자는 "쌀 고추장이 연간 1200억 원 정도 팔린다고 감안하면, 그에 따른 쌀 소비 증대량은 연간 3천 톤 규모에서 2011년 4천 톤까지 늘려 나갈 수 있다"면서 "국산 쌀 소비 확대와 국민 건강증진이란 측면에서 쌀로 만든 식품류는 더욱 다양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식품업계에 불어닥친 '신토불이' 열풍이 FTA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민들의 주름살을 얼마나 펴줄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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