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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버린 우리 말투 찾기 (22) 얄궂은 말투 7

[우리 말에 마음쓰기 694] '시각적 파노라마로 존재', '세세한 관찰이 이루어져야'

등록|2009.07.11 14:17 수정|2009.07.11 14:17
미리읽기 - 글쓴이가 드리는 말
[우리 말에 마음쓰기] ['-의' 없애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적' 없애야 말 된다], 이 세 흐름에 따라서 쓰는 '우리 말 이야기'는, 우리 스스로 우리 말을 제대로 살피지 않고 있는 모습을 되돌아보면서 '우리 생각을 열'고 '우리 마음을 쏟'아, 우리 삶과 생각과 말을 한 동아리로 가다듬자고 하는 이야기입니다. '한자라서 나쁘다'거나 '영어는 몰아내자'고 하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다만, 우리 삶과 생각과 말을 어지럽히는 수많은 걸림돌이나 가시울타리 가운데에는 '얄궂은 한자'와 '군더더기 영어'가 꽤나 넓게 차지하고 있습니다. 쓸 만한 말이라면 한자이든 영어이든 가릴 까닭이 없고, '우리 말'이란 토박이말로만 이루어져 있지 않습니다. 그러나, 우리들은 쓸 만한지 쓸 만하지 않은지를 생각하지 않으면서 한자와 영어를 아무렇게나 쓰고 있습니다. 제대로 우리 말마디에 마음을 쓰면서 우리 말과 생각과 삶을 가꾸지 않습니다. [우리 말에 마음쓰기]라는 꼭지이름처럼, 아무쪼록 '우리 말에 마음을 쓰면'서 우리 생각과 삶에 마음을 쓰는 이야기로 이 연재기사를 읽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ㄱ. 시각적 파노라마로 존재

.. 가정은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기초적인 단위로 존재하고, 동네는 이야기가 진행되는 시각적 파노라마로 존재한다 ..  《박인하-꺼벙이로 웃다, 순악질 여사로 살다》(하늘아래,2002) 122쪽

 '가정(家庭)'은 '집'이나 '집안'으로 다듬고, "기초적(基礎的)인 단위(單位)"는 "기초가 되는 단위"나 "바탕"이나 "밑바탕"으로 다듬습니다. '존재(存在)하고'는 '있고'로 손보고, '진행(進行)되는'은 '이루어지는'으로 손봅니다.

 ┌ 이야기가 진행되는 시각적 파노라마로 존재한다
 │
 │→ 이야기가 넓게 펼쳐지는 곳이다
 │→ 이야기가 뻗어나가는 자리이다
 └ …

 평론이라면서 나오는 글을 보면 하나같이 어렵습니다. 담아낸 줄거리가 속이 깊거나 너르기 때문에 어렵지는 않습니다. 손쉽게 주고받을 이야기를 얄궂거나 어설픈 말씨로 담아내기 때문에 어렵습니다. 더구나, 사람들이 누구나 손쉽게 즐기고 재미나게 읽는 만화를 이야기하는 글임을 생각해 본다면, 만화평론을 까다롭고 골치아프고 뒤죽박죽으로 써 버리면, 누가 읽어 줄까 싶기도 합니다.

 ┌ 기초적 단위로 존재하고
 │
 │→ 밑바탕이 되는 곳이고
 │→ 밑바탕이 되고
 └ …

 보기글을 통째로 손질해서 "(길창덕 만화에서) 집은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샘물이고, 동네는 이야기가 넓어지는 마당이다."쯤으로 다시 써 봅니다. 제가 만화이야기를 쓴다면 이처럼 글을 쓸 텐데, 다른 분들은 다 다른 생각과 느낌에 따라 다 다른 글맛과 말멋을 살리며 다 달리 손질해 보면 좋으리라 생각합니다. 다만, 읽는이가 골치아프게 지식자랑을 하지 않으면 좋겠어요. 글쓴이가 많이 배우고 똑똑하다는 티를 내지 않으면 좋겠어요.

 손쉽게 쓰는 글이라고 해서 평론이 안 될 까닭이 없습니다. 아니, 평론이란 속깊은 이야기를 더욱 쉽게 엮어내어 사람들 생각을 넓혀 주거나 두루 어루만져 주는 글이어야지 싶습니다. 그렇지 않다면, 평론은 평론이라는 이름을 붙을 수 없으며, 함부로 세상에 나와서는 안 된다고 느낍니다.

 따지고 보면 '평론'이라는 낱말부터 여느 사람들하고 울타리를 쌓는 셈이 아닌가 싶은데, '책이야기'이든 '문학이야기'이든 '만화이야기'이든 '영화이야기'이든, 글을 쓰는 사람 스스로 조금 더 눈높이와 키높이를 낮추면서 한결 넓고 깊이 바라보는 매무새가 되면서 글투와 글결을 어루만져야지 싶습니다. 내 지식과 눈썰미를 자랑하는 이야기가 아닌, 내 지식과 눈썰미를 더 알차고 애틋하게 나누는 마음결이 되도록, 기꺼이 선물하고 스스럼없이 어깨동무하는 마음새가 되도록 애써 주어야지 싶습니다.


ㄴ. 세세한 관찰이 이루어져야 하는

.. 야외에서 꼭 세세한 관찰이 다 이루어져야 하는 건 아니다. 현장에서 매우 친근해 보이는 대상을 수집해서 집으로 가져가고 싶을 수도 있다. 그럴 때는 좀더 나은 조건에서 자세히 관찰하여 일기에 상세하게 그리거나 .. 《클레어 워커 레슬리,찰스 E.로스/박현주 옮김-자연 관찰 일기》(검둥소,2008) 74쪽

 '야외(野外)'는 '바깥'으로 다듬고, "세세(細細)한 관찰(觀察)이"는 "꼼꼼히 살펴보아야"로 다듬으며, "하는 건 아니다"는 "하지는 않다"로 다듬습니다. '현장(現場)'은 그대로 두어도 되지만, '그곳'으로 다듬을 수 있습니다. '친근(親近)해'는 무엇을 가리킬는지요? '살가운'? '반가운'? '마음에 드는'? '수집'은 '蒐集'일까요, '收集'일까요? 어느 쪽이든 '모으기'로 고쳐 줍니다. '상세(詳細)하게'는 '꼼꼼히'나 '낱낱이'로 고쳐씁니다.

 ┌ 세세한 관찰이 다 이루어져야 하는 건 아니다
 │
 │→ 꼼꼼히 살펴보아야 하지는 않다
 │→ 찬찬히 들여다보아야 하지는 않다
 │→ 낱낱이 살피지 않아도 된다
 │→ 구석구석 들여다보지 못해도 괜찮다
 └ …

 보기글 앞쪽에서는 "세세한 관찰이 이루어져야"라고 적고, 뒤쪽에서는 "자세히 관찰하여"라고 적습니다. 무엇인가를 살펴보는 모습을 가리키는 한자말 '관찰'인데, 관찰은 '한다'고 말합니다. '관찰한다'입니다. 그러니까, '묻다'를 "물음을 던진다"나 "질문을 던진다"처럼 적으면 잘못이듯, "관찰해야"로 적어야 올바르고, "관찰이 이루어져야"로 적으면 잘못입니다. 처음부터 '살펴봐야'나 '들여다보아야'나 '알아보아야'나 '헤아려야' 같은 낱말을 넣었다면 이런 말잘못은 아예 안 저질렀겠지만.

 좀더 곰곰이 따지고 들어, 말법 틀거리로 본다면, "관찰이 이루어진다"나 "살펴보기가 이루어진다"는 아주 틀린 말투라 할 수는 없습니다. 그렇지만, 우리들은 이와 같이 말하지 않습니다. 우리들은 "관찰한다"나 "살펴본다"라고 말할 뿐입니다. 한자말 '관찰'이라면 "관찰을 했다"고 적기도 합니다. 토박이말이라면 "살펴보기도 했다"고 적기도 해요.

 그런데 어쩌다가 이런 말투를 읊게 되었을까요. 아이들이 읽는 책에 어떻게 이런 말투를 버젓이 실어 놓을 수 있을까요.

 아이들이 이런 말투를 책으로 배우면 어떡하지요? 어른들이 아이들한테 이런 말투를 아무렇지도 않게 먹이면 어떡하지요? 아이들은 아무 말투나 아무렇게나 배워도 되는가요? 어른들은 아이들 앞에서 바르고 곧고 옳은 말투를 몸소 보여주면서 가르쳐야 하지 않나요?

 ┌ 관찰이 이루어진다 (x)
 ├ 관찰한다 (o)
 │
 ├ 살펴보기가 이루어진다 (x)
 └ 살펴본다 (o)

 글을 쓰든 말을 하든, 우리 스스로 우리 느낌과 마음결에 따라서 펼쳐냅니다. 저마다 제 빛깔과 모습을 드러냅니다. 제 깜냥껏, 제 재주껏 말을 하고 글을 씁니다. 창작을 하든 번역을 하든 저마다 배워 온 대로 말을 하고 글을 쓰고 책을 내고 기사를 씁니다.

 그런데, 내가 배우고 들어 온 말씨와 글씨 그대로 읊고 끄적이는 일이 외려 사람들 말씨를 어지럽히고 우리 글씨를 흔든다면 어쩌지요? 내 깜냥껏 옳게 말한다고 생각해서 옳게 말하는 줄 알았지만, 찬찬히 따지고 드니 어릴 때부터 얄궂은 말투에 깊이 젖어들고 있었다면 어쩌지요? 누가 책임을 지고 누가 뒷갈망을 하나요?

 어른책부터 옳고 바르게 쓰고 엮어야 합니다. 어린이책은 더더욱 옳고 바르게 쓰고 엮어야 합니다. 어른들부터 언제나 옳고 바르게 글을 쓰고 말을 하도록 스스로 애쓰고 힘써야 합니다. 아이들 또한 늘 옳고 바르게 글을 쓰고 말을 하게끔 스스로 깨우쳐야 할 텐데, 아이들이 스스로 깨우치는 길을 둘레 어른들이 살가이 일깨우고 이끌어 주어야 합니다.

 안타깝게도 어른들 스스로 어른들 말과 글을 옳고 바르게 가다듬지 않으니 아이들한테도 옳고 바른 말과 글을 가르치거나 보여주지 못합니다만, 그래도 애쓰고 힘쓸 노릇이라고 생각합니다. 모자라더라도 나날이 애쓰고, 어줍잖더라도 꾸준히 힘쓰면서, 서로서로 새로워지고 나아지는 길로 접어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덧붙이는 글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우리 말과 헌책방 이야기] http://hbooks.cyworld.com
[인천 골목길 사진 찍기] http://cafe.naver.com/ing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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