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고민 연속, 라면 끓이면서 먹을 때까지

스프를 먼저 넣을까? 면발을 먼저 넣을까?

등록|2009.07.12 15:33 수정|2009.07.12 15:33

▲ 라면 ⓒ 임현철


"우리 밥 먹을까?"
"아뇨. 아빠가 라면 끓여주면 좋겠어요. 아빠가 끓여주는 라면이 최고거든요."

헐, 앉아서 절 받기입니다. 아들 녀석은 아빠 시켜먹지 못해 안달이나 봅니다. 아내와 딸아이는 잠시 밖에 나갔습니다. 덩그러니 남겨진 부자지간 대충 배를 채워야합니다.

꾸릿꾸릿한 날, 냉장고에서 주섬주섬 반찬 꺼내 먹기보다 차라리 라면 끓여 먹는 게 훨씬 나을 거란 생각입니다. "그래 라면 끓여 먹자!"하고 아들에게 통 인심을 씁니다.

스프를 먼저 넣을까? 면발을 먼저 넣을까?

▲ 라면 끓일 때 스프, 면발 중 어느 걸 먼저 넣을까? ⓒ 임현철


라면은 끓이고 먹을 때까지 고민이 수두룩합니다. 라면 끓일 때에는 스프를 언제 넣을까 하는 것이지요. 물 끓고 난 후 넣을까? 혹은 면을 먼저 넣을까? 스프를 먼저 넣을까?

제 경우, 다양하게 사용합니다. 그렇지만 필요에 따라 끓이는 방법을 달리합니다. 아이들이 배고프다고 숨 넘어갈 때에는 물과 함께 스프를 넣고 끓입니다. 왜냐하면 물은 100℃에 끓지만, 물에 스프가 들어가면 끓는 온도가 70℃내외로 낮춰지기 때문입니다.

스프를 먼저 넣는 것과 면발을 먼저 넣을 때, 라면 맛 차이는 그다지 없는 것 같습니다. '시장이 반찬'이라고 배가 고프냐? 그렇지 않냐? 하는 차이 아닐까요?

라면 먹을 때, 뚜껑 차지하는 사람이 '장땡'

▲ 뚜껑 차지하면 장땡? ⓒ 임현철


라면이 끓고 난 후 먹을 때도 중요합니다. 어떤 것으로 먹느냐가 관건입니다. 냄비 뚜껑을 차지하는 사람이 장땡 아니겠습니까? 아이들은 아빠가 차지하는 냄비 뚜껑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습니다. 그럼 그러지요.

"불공평해요. 저도 냄비 뚜껑에 먹고 싶어요."
"이것들이 아빠 냄비 뚜껑을 어디서 넘봐."

한 두 번은 넘겨줬지요. 그랬더니 뚜껑이 뜨겁다고 투덜거리더군요. '얼씨구 잘됐다'고 다시 차지했습니다.

라면, 어떤 김치와 먹을까? 국물에 밥은?

▲ 국물에 밥 말아 먹을 때 씨어 터진 돌산갓김치가 제격. ⓒ 임현철


뚜껑 싸움(?)이 끝나면 또 생각해야 할 게 있습니다. 어떤 김치와 함께 먹을까? 하는 것이지요. 라면과 어울리는 김치는 생김치보다 시어터진 신 김치가 제격입니다. 제 경우, 배추김치보다 돌산갓김치가 등장합니다. 톡 쏘는 갓김치와 얼큰한 라면 궁합은 그야말로 찰떡입니다. 

얼큰한 국물만 남을 경우 또 고민입니다. 그만 먹을까? 밥 말아 먹을까? 이때 손으로 배를 쓱 만져보고, 들어갈 구멍이 남았나를 살핍니다. 남았나 싶으면 밥을 퍼야 합니다. 그렇지만 우리네 정서상 밥 안 말아 먹으면 뭔가 개운치가 않습니다.

장마철, 게다가 일요일, 집안 분위기 업 시키는 '아빠표' 라면 끓이기에 도전 한 번 해 보시지 않으시렵니까?
덧붙이는 글 다음과 U포터에도 송고합니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