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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수들의 라이벌전 따라가니 한국 경제 보인다

정혁준의 <맞수기업열전>

등록|2009.07.13 09:08 수정|2009.07.13 09:08

▲ <맞수기업열전>겉표지 ⓒ 에쎄

국내 최강 기업들이 맞붙었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맞붙었고, 네이버와 다음, 농심과 삼양, SKT와 KT가 맞붙었다. 약간 과장해서 말하자면, 사상 초유의 '라이벌전'이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이 벌어지는 장소는 어디인가. '한겨레 21'의 경제팀장 정혁준의 <맞수기업열전>이다.

네이버 : 다음

책이 언급하는 맞수들의 경쟁을 잠시 살펴보자. 관심을 갖고 볼 만한 것들이 많은데, 인터넷 분야에서는 네이버와 다음의 경쟁이 눈에 띈다. 1997년, 다음은 '한메일'을 만들면서 큰 방향을 일으킨다. 1년 만에 가입자 수가 100만 명을 넘어서기에 이르고 2003년에는 회원 수가 3400만 명에 이르기도 한다. 천하의 야후마저 꺾으며 상종가를 치고 있었다.

그때 네이버는 무엇을 준비하는가. 네이버는 한게임을 인수하고 잘 하는 분야, 즉 통합검색, 지식검색, 실시간 인기검색어 등을 내놓으며 조금씩 인기를 얻기 시작한다. 다음이 보험, 쇼핑 등에 진출하고 라이코스를 사들이며 전력을 분산하는 사이에 네이버가 핵심 역량에 집중하더니 기어코 다음을 넘어 1위에 오른다.

하지만 그것은 잠시의 일일 수 있다. 다음이 아고라로 이슈를 만들면서 네이버를 맹추격하고 있기 때문이다. 네이버도 안주하지 않았다. 올해 1월1일 메인페이지의 일부를 개방하고 오픈캐스트 등을 선보인 것도 그 예다. 그들의 경쟁은 현재진행형이다.

YES24 : 교보문고

YES24와 교보문고의 경쟁은 어떨까. 몇 년 전만 하더라도 YES24는 교보문고와 비교할 수 없었다. 하지만 온라인 서점의 비중이 커지면서 인터넷 서점의 맹주 YES24의 추격이 거세졌다. 온라인 서점의 판매만 본다면 교보문고는 YES24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YES24가 이렇게 급성장하게 된 건, 할인공세 등을 펼친 것도 있지만 이용자들의 블로그 서비스를 적극 장려해 도서 커뮤니티를 형성했기 때문이다. 서점 내에서 서로 책을 추천해 구매하게끔 만든 것이다.

그에 대해 교보문고는 어찌 대응하는가. 교보문고는 복합적인 문화놀이공간으로 변신하려고 한다. 가족이 함께, 연인이 함께 놀러올 수 있는 공간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온라인 서점에서 할 수 없는 것을 구현한 셈이다. 그러자 YES24는 온라인 서점에서 얻을 수 있는 컨텐츠를 강화하는 동시에 오프라인과 연동한 행사를 만든다. '작가와의 만남' 등이 대표적인 경우다. 서로 자극하면서 발전하고 있는 것이다.

농심 라면 : 삼양 라면

농심 라면과 삼양 라면의 경쟁은 어떤가. 라면이 처음 소개되던 때만 하더라도 라면의 원조 삼양 라면이 우위를 점했다. 하지만 농심 라면은 '너구리', '안성탕면', '짜파게티' 등을 연이어 히트시키더니 1986년에 '신라면'을 선보이기에 이른다. 신라면은 당시의 라면 브랜드에 관한 고정관념을 깨며 단숨에 한국인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한때 전체 라면 하루 판매량의 25%를 차지했을 정도라고 한다.

그 사이 불미스러운 일을 겪으며 맹주의 자리를 내준 삼양라면은 이제 '젊은' 이미지를 내세우며 다시금 도약하려고 한다. 하지만 도약은 쉽지가 않다. 이것은 1위 기업 농심 라면도 마찬가지다. 이제 라면을 '건강, 기능성 상품'으로 바꿔야 하기 때문이다. 웰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라면이 '싸구려 가공 식품'이라고 알려지는 상황에서 이 회사들의 대응이 중요한 건 두말할 나위가 없다. 

맞수의 전략이 경제에 미친 영향

이외 기업들의 라이벌전까지 살펴보면, <맞수기업열전>의 독특함이 눈에 띈다. '라이벌노믹스'라고 표현할 수 있을까. 개별 기업이 성장하면서 반드시 부딪칠 수밖에 없는 맞수들의 경쟁을 다루면서 그것의 결과를 언급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한국 경제의 지형도를 그리고 있는 것이다.

쉬운 일이 아니다. 맞수들의 경쟁이 각각의 흥밋거리로 전락할 여지가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혁준은 맞수들을 언급하면서 언제 누가 이겼는데 지금은 누가 이겼다, 는 식의 결과보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전략을 소개하면서 그것이 경제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까지 소개하고 있다. 그것들이 더해지면서 지형도가 완성되는 것이다.

그것들은 자연스럽게 '기업가 정신'을 생각하게 만들어준다. 1위를 따라잡기 위한 전략, 안주하지 않고 도약하기 위한 전략을 만들기 위해 기업가들이 보여줬던 도전정신들 하나하나는 기업가 정신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해주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있었던 실제 사례인 만큼 놓치기 아까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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