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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겁결에 성당으로 간 추모 표지석과 소울음

이유있는 소의 울음 그리고 어림없다며 거부된 돌

등록|2009.07.13 11:19 수정|2009.07.14 11:48
밤 사이에 비가 많이 왔다. 아파트생활이라 나는 밖을 내다보아야만 안다. 그러니 밤사이 비가 많이 내렸는지는 잘 모르지만 몇 달만에 일본에서 온 언니는 빗소리로 인해 잠을 못 잤다고 했다. 마침 언론에서도 여기 저기 물로 인한 피해상황을 보도해서 실감이 난다.

그러나 그러한 비로 인한 피해 이야기보다 친구 간 전하는 소의 울음소식이 가슴에 와 닿는다. 그리고 상당공원의 노무현 표지석이 수동성당 구석에 임시로 설치된 것이  더 가슴에 와 닿고 앞으로의 추이에도 관심이 많이 간다.

노무현표지석수동성당 한 켠에서 임시 제막된 사진 ⓒ 충북민언련


정확하게 표현하면 연인(戀人)이 아닌 연우(戀牛)인 셈이다. 그리고 상당공원의 노무현표지석은 어쩌다 보니 원래의 설치장소인 상당공원이 아닌 그 바로 100미터 앞의 성당마당에 임시로 설치되었다. 그것도 성당에서 행사중이어서 한 구석 옆에서 임시로 조촐한 제막을 하고 사진을 찍은 셈이다.

한우농장을 운영하는 친구네 농장에서 며칠 전부터 착유하는 칸을 바라보며 울어대더니 갈수록 더 자주 거칠게 울어대어 심란하다고 한다. 농장을 운영하다 보니 소를 낳고 키우고 팔고 하는 일이 다반사였지만 이번에 경우는 드문일이라고 했다.

소들은 특별히 눈에 뜨게 붙어 다니지도 않고, 어떤 소 한마리 없어졌다고 해서 찾는 소들도 없었으니까 말이다. 이번에 판 소는 우유가 너무 많이 나와 주어진 쿼터양을 넘고도 한참 넘어서 짜면 짤수록 버려야 하니 손해가 많았다고 한다.

팔려나간 소는 그 며칠 전에 같이 있던 건유우 한 마리가 새끼 낳고 착유우칸으로 옮기니
그 소를 찾아 착유우같칸을 보고 좀 울었다. 그 소가 울 때 지금 우는 소는 조용히 잠만 잤었다. 그리고 착유우 칸의 소도 누가 자기 때문에 울든 말든 무관심이었다 그런데 조용히 잠만 자던 소가 팔려나간 소때문인지 계속 여러 날 울고 있다는 것이다..

비가 심하게 오는 밤엔 더 심하게 울어서 지금 울고 있는 소가 앞으로 한 달 지나면 새끼를 낳을 것인데 그 때까지 계속 울면 어쩌나 염려가 된다. 혼자 일방통행으로 팔려나간 소를 짝사랑했는지 아니면 주인 모르게 서로 교감을 나눈 연인사이었는지 궁금하다.

그리고 상당공원의 노무현표지석은 상당공원에 시민들이 설치한 분향소를 찾은 시민들의 모금함을 모아서 조성되었다. 그리고 49제를 치른뒤 시민문화제를 치른뒤 상당공원에 설치될 예정이었다. 물론 사전에 설치허가서를 청주시에 내기도 했다.

그러나 시민문화제가 열리는 상당공원에 1시부터 광복회, 6.25참전용사, 고엽제 등의 보수단체들이 집회를 한다며 공원을 점검했고 공원주변에는 청주시 공무원들 수십 명이 나와서 아예 표지석차량이 진입하지 못하게 막았다.

해병전우회공원을 빙 둘러싼 해병전우회와 관변단체회원들 ⓒ 충북민언련


그리고 1시부터 집회한다던 보수단체들은 5시에 집회를 했고 20분만에 끝났다. 공원에 있는 몇몇 참석보수단체 사람들에게 질문을 했지만 답을 회피하거나 잘 모른다고만 하였다.
그리고 어떤 관변단체노인들은 노무현을 전두환과 같이 뭔가 큰 건을 해먹은 사람처럼 알고 있었다.

"오늘 어떤 취지로 이곳에 모여 행사하느냐? 표지석 설치를 반대하는 이유는?"
"그냥 급히 나오라는 연락을 받고 나왔다. 잘 모르겠다."
"듣자니 나랏돈을 횡령한 사람인데 어떻게 시민공원에 추모석을...? 어림없잖소?"

반대궐기대회노무현표지석 설치를 막기 위한 궐기대회 ⓒ 충북민언련


사람도 아닌 미물도 한 지붕아래 있던 그다지 각별한 사이인 것 같지 않았는데도, 떠나면 날이가고 밤이 새고, 비 천둥이 와도 운다. 그것이 바로 살아있는 가슴을 가진 모든 이들의 인지상정인 것이다.

그러나 한 나라의 대통령을 지내고 많은 사람의 가슴에 남아있는 사람에 대한 마음과 정성들이 깃들은 작은 돌 하나 세우는데도 이렇게 야박한 인심이 우리 고을에서 일어나고 있으니 후대에 어떻게 기록될지 안타깝다.

아마 조만간 소의 울음은 너무 목이 매어 잠겨 잠잠해지든지 아니면 떠난 소에 대한 기억보다 더 큰 자기의 출산을 당하면서 그치든지 할 것이다. 그리고 노무현표지석도 임시 장소인 수동성당을 떠나 원래 계획된 장소나 아니면 어디로 갈지 모른다.

그리고 성금을 낸 수만 명의 시민들의 가슴과 그 표지석을 만들고 설치한 사람들, 문화제를 열면서 그리움을 표시하려고 했던 사람들은 주말에 잠들을 설쳤다. 그리고  하늘에서 퍼붓는 비들이 마음의 울음을 대신해서 내리는 듯이 바라보았다. 이별을 마음껏 슬퍼하면서 밤 새 울음짓는 소처럼 목청껏 울지도 노래하지도 그리워하지도 못하는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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