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의회 한나라당, 무상급식비 삭감 후폭풍
민주-민노당 의원들 이틀째 항의농성...시민단체들 공세 수위 높여
▲ ‘친환경 학교급식을 위한 경기도운동본부’는 13일 오후 경기도의회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한나라당 교육위원들의 무상급식비 삭감 논리를 조목조목 반박했다. 박미진 집행위원장이 한나라당 의원들의 무상급식비 삭감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 김한영
경기도의회 교육위원회(위원장 유재원) 소속 한나라당 의원들이 지난 10일 경기도교육청 추경예산안을 심사하면서 반토막 남은 취약지역 초등학교 무상급식 예산을 전액 삭감한 데 대한 '후폭풍'이 거세다.
시민사회단체들은 13일 한나라당 의원들에 대한 공세의 수위를 더욱 높였고, 경기도의회 민주·민노당 소속 의원들은 의회 청사 1층 로비에서 삭감된 무상급식비 171억원을 전액 복원하라고 요구하며 이틀째 항의농성을 이어갔다.
급식운동경기본부, 한나라당 무상급식 삭감논리 조목조목 반박
경기지역 268개 시민사회단체 등으로 구성된 '친환경 학교급식을 위한 경기도운동본부'(이하 경기본부)는 이날 오후 경기도의회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한나라당 교육위원들의 무상급식비 삭감 논리를 조목조목 반박하며 공세를 폈다.
경기본부는 기자회견문을 통해 "무상급식 예산 전액을 삭감한 경기도의회 교육위를 규탄한다"고 밝힌 뒤 "무상급식 문제는 이념과 색깔을 동반한 정치적인 문제를 넘어 헌법에 보장된 의무교육의 일환이자, 교육복지의 실현"이라고 강조했다.
경기본부는 "한나라당 교육위원들은 무상급식비 삭감 논리로 '부자 아이도 무상급식을 해야 하느냐, 농촌에도 벤츠 타고 다니는 학부모가 있다'는 등의 주장을 하고 있는데, 이는 '부자 아이한테 무상교육을 왜 하느냐'는 얘기와 같다"고 공박했다.
경기본부는 특히 경기지역 일부 자치단체를 비롯해 경남·충남 등 다른 지역의 무상급식 실시 현황을 담은 자료를 근거로 제시하면서 "유독 경기도의회에서만 한나라당은 무상급식을 반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경기본부가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경기지역의 경우 성남시(초교 3~6학년)·과천시(초교 1~6학년)·포천시(150명 이하 학교) 등에서 연간 186억원을 지원해 모두 5만1160명의 학생들에게 무상급식을 실시하고 있다.
"경남·충남 등도 무상급식... 왜 경기도의회 한나라당만 반대하나"
특히 경남교육청은 도서벽지와 학생 수 100명 이하 초·중학교를 대상으로 무상급식을 시행하고 있으며, 남해·하동·의령군 등 9개 자치단체는 모두 107개 학교에 95억원을 지원해 초등학교 또는 초·중·고교에서 무상급식이 이뤄지도록 하고 있다.
이들 지역은 한나라당 텃밭으로, 자치단체장이 한나라당 소속이며 지방의회도 한나라당이 다수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곳이다. 그런데도 무상급식을 실시하고 있고, 해마다 무상급식을 확대하고 있다는 게 경기본부의 설명이다.
충남교육청도 현재 전체 432개 초등학교 중 면단위 이하 305개 학교에 연간 129억9500만원을 들여 무상급식을 하고 있다. 이밖에도 충북·전북·전남 등에서 저소득층 초·중·고교 학생을 비롯해 농어촌, 도서벽지 학생들에게 무상급식을 실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 ‘친환경 학교급식을 위한 경기도운동본부’는 13일 오후 경기도의회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한나라당 교육위원들의 무상급식비 삭감 논리를 조목조목 반박했다. 기자회견이 진행되는 동안 한 참석자가 한나라당 의원들의 저소득층 자녀 급식지원비 확대 문제를 적은 피켓을 들고 있다. ⓒ 김한영
경기본부는 일부 한나라당 교육위원들이 예산안 심사과정에서 "해외 선진국 가운데 어느 나라에서도 무상급식을 실시하는 사례가 없다"고 주장한 것과 관련해 "참으로 말도 안 되는 사실 왜곡"이라며 "핀란드·덴마크·스웨덴·노르웨이 등 유럽 각국과 미국·일본 등에서도 무상급식을 실시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또한 한나라당 교육위원들이 전액 삭감한 무상급식 예산 등으로 차상위계층 130%까지 급식비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치명적인 오류가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경기본부는 "차상위계층에 대한 급식비 지원은 그동안 고질적으로 지적돼온 '있는 아이'와 '없는 아이'를 가르는 것"이라며 "이는 학생들에게 모멸감과 위화감을 주는 등 더 큰 상처를 남길 수 있는 정책"이라고 주장했다.
"차상위계층 급식비 지원 확대, 학생들에 더 큰 상처 남겨"
경기본부는 "더욱 치명적인 문제는 차상위계층을 선정하기 위해 학생들에게 건강보헙료나 재산세 과세증명 등을 요구해야 하는데, 이는 교사나 학부모에게 난감한 문제"라며 "경기도의회 교육위는 이런 문제점과 아이들의 상처를 애써 무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경기본부는 따라서 "경기도의회 교육위 한나라당 의원들의 무상급식 예산 전액 삭감은 반이명박 교육정책을 주창하는 김상곤 교육감이 무상급식을 추진하기 때문에 반대하는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면서 "예결위에서 삭감된 예산을 되살려 달라"고 요구했다.
구희현 경기본부 상임 대표는 "경기도교육위원회에서 절반으로 삭감한 무상급식 예산을 경기도의회 교육위원회가 나머지 50%마저 전액 삭감한 것은 파렴치한 행위"라며 "표리부동한 한나라당 의원들을 심판하기 위해 본격적인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경기본부는 14일부터 16일까지 열리는 경기도의회 예결위 방청을 통해 의원들의 활동을 모니터해 공개할 계획이다. 또 학부모들과 지역구 출신 경기도의원들의 면담 주선과 2차 서명운동을 전개해 정확한 민심을 의정에 반영토록 할 방침이다.
박미진 경기본부 집행위원장은 "우리는 가치판단기준을 무상급식 등 공교육 내실화에 두고 있는 김상곤 교육감의 정책에 공감해 지지하는 것"이라며 "무상급식에 대한 한나라당 교육위원들의 인식이 새롭게 바뀌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기자회견 후 경기본부 관계자들은 의회 청사 1층 로비에서 이틀째 항의농성 중인 민주·민노당 의원들을 찾아 격려와 지지를 표시했다. 이 자리에서 구희현 대표는 "민주·민노당 의원들에게 많은 도민들이 지지를 보내고 있다"면서 "열심히 싸워 달라"고 주문했다.
이에 윤화섭 민주당 대표의원은 "소수당으로 항의농성을 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안타깝다"면서 "한나라당은 우리 보고 정치쇼를 한다고 매도하는데, 다수당의 힘을 앞세워 정치논리로 무장하고 있는 저들이 바로 정치쇼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 급식운동경기본부 집행부 관계자들이 의회 청사 1층 로비에서 이틀째 항의농성 중인 민주·민노당 의원들을 찾아 격려와 지지를 표시하고, 앞으로 대응책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있다. ⓒ 김한영
민주당 대표의원 "우리가 정치쇼? 정치쇼 하는 건 바로 한나라당"
예결위원인 백승대(광명2) 의원은 "예결위에 참여해 무상급식비 삭감에 대한 부당성을 지적할 것"이라며 "그러나 예결위원 17명 가운데 민주당 2명, 무소속 1명을 제외한 나머지는 한나라당 의원들이어서 어려운 싸움이 될 것 같다"고 소수당의 고충을 토로했다.
백 의원은 이어 "한나라당의 경기도교육청 예산안 심사과정을 보면 정치논리가 핵심이다"면서 "김상곤 교육감의 핵심공약 예산만 삭감한 것이 그 증거"라고 주장했다.
이에 앞서 민노당 경기도당도 이날 오전 안동섭 위원장과 송영주(비례) 경기도의원 등이 참석한 가운데 경기도의회 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나라당의 반교육적인 처사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민노당은 기자회견에서 "급식은 근본적으로 소득에 상관없는 무상의 개념이어야 한다"면서 "소득을 기준으로 급식예산을 지원하는 것은 가진자와 못가진자에 대한 엄연한 차별이며 해당 학생과 학부모의 가슴에 대못을 박는 반인륜적인 처사"라고 비판했다.
민노당은 따라서 "한나라당 의원들은 경기도민들의 요구에 귀를 기울여 예결위에서 삭감된 예산을 부활하라"면서 "예산부활을 거부할 경우 민노당은 내년 지방선거에서 낙선운동을 비롯한 강력한 투쟁을 전개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경실련경기도협의회(이하 경기경실련)도 이날 성명을 발표하고 "경기도의회는 교육위가 삭감한 초등학교 무상급식 예산을 전액 복원하라"고 촉구했다.
경기경실련 성명에서 "경기도의회 교육위가 무상급식 예산을 전액 삭감한 대신 저소득층 중식지원비를 증액한 것은 무상급식 확대의 가장 큰 혜택을 받게 될 저소득층을 이용해 무상급식의 싹을 자르려는 꼼수에 불과하다"면서 "삭감된 예산을 복원하고, 경기도교육청과 합리적 논의를 통해 무상급식의 단계적 추진계획을 확정하라"고 주장했다.
한편 경기도의회 교육위가 취약지역 초등학교 무상급식비를 전액 삭감한 지난 10일부터 경기도의회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는 누리꾼들의 비난이 쉴 새 없이 빗발치고 있다.
경기도의회 교육위 한나라당 의원들은 지난 10일 경기도교육청 제2회 추경예산안에 대한 예비 심사를 벌이면서 경기교육위원회가 지난달 23일 당초 171억원에서 반토막 낸 도서벽지와 농산어촌, 300명 이하 초등학교 무상급식비 85억원을 전액 삭감했다.
반면 한나라당 의원들은 차상위계층 자녀 중식지원 사업비는 당초 693억7000만원에서 795억3000만원으로 101억6000만원을 증액하고, 현재 도시가구 월평균 소득의 120%이하인 초·중·고교생 급식비 지원 대상을 130%까지 확대할 것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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