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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김상곤 교육감, 어린이들을 정치도구로 이용 말라"

여론악화 막기 위해 민주·민노당 비판 맞불... 도민 상대 홍보강화 방침

등록|2009.07.14 09:17 수정|2009.07.14 09:36

▲ 경기도교육위원회가 반토막 낸 경기도교육청 취약지역 초등학교 무상급식비를 완전히 삭감해 비난을 받고 있는 경기도의회 한나라당이 여론악화를 막기 위한 대응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은 한나라당이 장악하고 있는 경기도의회 청사. ⓒ 김한영




경기도교육청의 취약지역 초등학교 무상급식비를 완전히 삭감해 경기도민들로부터 거센 비난을 받고 있는 경기도의회 한나라당이 여론악화를 막기 위한 대응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13일 경기도의회에 따르면 한나라당의 대응은 크게 두 가지로 압축된다. 민주-민노-시민단체의 연합 공세를 차단하기 위한 '맞불작전'을 펴면서 한편으로는 경기도민들을 상대로 무상급식비 삭감 논리에 대한 홍보활동을 강화하겠다는 전략이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이날 오후 1시께부터 약 1시간 동안 경기도의회 1층 대회의실에서 의원총회를 열고 이런 내용의 대응방안을 마련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야당과 시민단체들이 요구하는 무상급식비 부활은 고려하지 않겠다는 태도다.

한나라당의 맞불작전은 이날 오후 대변인 성명을 통해 시작을 알렸다. 한나라당은 '저소득층 도시빈민, 무상급식을 확대하자는데 왜 반대만 하는가'란 제목의 성명을 내고 지난 12일 오후부터 의회청사 1층 로비에서 항의농성 중인 민주·민노당 의원들을 겨냥해 "정치쇼, 김상곤 교육감의 전위대" 등의 표현을 써가며 거칠게 비난했다.

한나라당은 성명에서 "한나라당이 (무상급식을) 정치적으로 무조건 반대하고 있다는 경기도의회 민주당과 민노당의 주장이야말로 터무니없는 억지"라며 "이는 '김상곤 교육감 공약이니까 무조건 해야 한다'는 논리와 같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경기도의회 한나라당은 정쟁에 앞서 도민의 행복과 자아실현을 가장 우선해 의정활동에 임하고 있다"며 "김상곤 교육감의 잘못된 무상급식 지원기준을 바로잡아 저소득층 자녀에게 확대 지원키로 한 교육위 결정도 이런 취지에서 이뤄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농산어촌과 도서벽지, 300명 이하 초등학교 등 저소득층 비율이 10.2%에 불과한 지역에 무상급식을 우선해 지원한다면 도시빈민이 급증하고 있는 안산·부천·성남 등 대도시 저소득층의 다수 학생들의 불만과 형평성 문제는 누가 책임지느냐"고 주장했다.  

한나라당은 따라서 "저소득층 도시빈민 무상급식을 반대하는 민주당과 민노당 의원들은 백배 사죄하고, 아이들의 밥그릇을 핑계로 한 정치쇼를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또 김상곤 교육감을 향해서는 '색깔론'을 동원해 공세를 취했다. 한나라당은 "김상곤 교육감은 좌파주의적 이념에 빠진 정치인이 아닌 경기도교육행정의 수장임을 잊지 말라"면서 "더 이상 어린이들을 정치도구로 이용하지 말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경기도의회 한나라당 대변인인 장윤영(성남2) 의원은 "밥 굶는 아이들이 있다면 무상급식이 맞지만, 경기지역에 밥 굶는 아이들은 전혀 없다"면서 "재정 의존도가 높은 경기도교육청 입장에서는 무상급식보다 교육환경개선사업에 우선 투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의원은 삭감된 무상급식 예산을 14일부터 열리는 예결위에서 부활을 검토할 가능성이 있느냐고 묻자 "예결위 의원들이 교육위의 결정을 존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전했다. 이는 삭감된 예산안을 그대로 통과시켜 본회의에서 강행 처리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 경기도교육위원회가 반토막 낸 경기도교육청 취약지역 초등학교 무상급식비를 완전히 삭감해 비난을 받고 있는 경기도의회 한나라당이 여론악화를 막기 위한 대응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은 경기도의회 본회의 모습. ⓒ 김한영




한나라당의 또 다른 대응은 무상급식 예산 삭감 논리에 대한 홍보전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오는 22일 본회의에서 경기도교육청 추경예산안을 의결한 뒤 현수막·전단지·신문광고·시군의원 등을 이용해 적극적인 홍보활동을 전개한다는 방침이다.

한나라당의 이런 대응은 정치적 논리로 무상급식 예산을 삭감했다는 야당과 시민단체들에 대해 역공세를 펴 성난 민심을 달래려는 의도로 보인다. 그러나 한나라당의 전략이 경기도민들의 분노와 비난여론을 잠재울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이와 관련해 경기도의회 한나라당 사무처 관계자는 "한나라당이 무상급식비를 정치적으로 삭감했다는 여론에 문제가 있어 합리적인 결정이었다는 점을 도민들에게 정확히 알리자는 취지"라며 "도민들에 대한 홍보는 정례회 폐회 후 실행에 들어갈 것"이라고 전했다.

앞서 경기도의회 교육위원회 소속 한나라당 의원들은 지난 10일 경기도교육청 제2회 추경예산안에 대한 예비 심사를 벌이면서 도서벽지와 농산어촌, 300명 이하 도시 취약지역 초등학교 무상급식 확대 예산 85억원을 전액 삭감했다.

이 예산은 지난달 23일 경기도교육위원회에서 경기도교육청이 당초 편성한 171억 가운데 절반으로 삭감한 액수다. 그러나 경기도의회 교육위는 삭감된 무상급식 예산의 부활 여론에도 불구하고 남은 반 토막 예산마저 완전히 삭감해버렸다.

반면 교육위 한나라당 의원들은 저소득자녀 중식지원 사업비를 당초 693억7000만원에서 795억3000만원으로 101억6000만원을 증액하고, 현재 도시가구 월평균 소득의 120%이하인 초중고교생 급식지원 대상을 130%까지 확대할 것을 요구했다.

교육위 예산안 심사 과정에서 한나라당 의원들은 도시지역 300명 이하 초등학생 전체를 대상으로 무상급식을 실시하는 것은 비합리적이고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주장을 편 반면 민주당 의원들은 진보 교육감의 공약사업 '발목잡기'라며 예산부활을 주장했다.

그러나 교육위는 이날 전체 상임위원 13명 가운데 민주당 소속 임종성(광주1)·박세혁(의정부3) 의원이 무상급식비 완전 삭감에 반발해 퇴장한 상황에서 한나라당 의원들만으로 수정예산안을 의결해 예결위로 넘겼다.

이 수정예산안은 14일부터 열리는 예결위 심의를 거쳐 22일 본회의에서 최종 의결된다. 하지만 경기도의회 전체 의석 117석 중 101석을 차지하고 있는 한나라당은 예결위와 본회의에서 수정예산안을 그대로 통과시킬 것으로 보여 김상곤 교육감의 핵심공약 추진은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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