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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에서 하는 사람들 버릇 7가지

[숲에서 보내온 편지]

등록|2009.07.14 16:25 수정|2009.07.14 20:12

대추나무 사이로 보이는 약수터와 정자대추나무 아래로 보이는 약수터는 오래전 숲 속 친구들이 함께 마시던 곳이었지요. 지금은 멀리서 지켜볼 수 밖에 없답니다. 야금야금 숲을 갉아먹는 사람들 때문에. ⓒ 김시열




정해진 길(사람이 낸 길)이 아닌 곳도 마구 휘젓고 다닌다

사람들이 지닌 왕성한 모험정신 탓인지, 숲이 가진 매력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우리로선 여간 불편한 게 아닙니다. 우리가 내어준 길 외에, 당신들이 함부로 발을 딛는 곳은, 곳곳이 숲 식구들이 거처하는 방이며 거실이거든요. 남의 집 풍비박산 내지 마시고 제발 평소 다니시던 길로만 다니면 좋겠어요.

남의 집(숲)에 와서 새벽부터 냅다 소리를 지릅니다

"야호"는 이제 재미가 없는지, (일본말이란 소리도 들리고요. 어째거나) 요즈음은 야! 어이, 인마...우리 숲친구들은 평생 들어보지 못한 요란스런 말로 숲을 공포분위기로 만듭니다. 새끼 밴 직박구리야 깜짝 놀라거나 말거나 사람들은 관심 밖입니다. 혹시 숲에서 사람들은 손님이란 사실, 잊은 건 아니시죠?

아까운 흙이 쓸려나가는 것을 보고도 마구 달립니다

숲길에 덮인 보드라운 흙1cm를 만들려면 자그만치 50년이 넘는 세월이 걸리는 걸 아시는지요? 처음에는 겨우 한 두명이 달려서 참아줄 만했는데, 이제는 수백명씩 떼로 오니 우리도 감당이 불감당입니다. 산악마라톤에다 자전거 경주까지... 당신들한테 배운말 한 마디. "우리, 죽을 지경이거든~"

강아지가 뽈뽈 데뚱데뚱 걷는 모습이 좋다며 데리고 와서는 나 몰라라 합니다

강아지는 작은 곤충이나 어린 풀의 목숨을 위태롭게 하거든요. 여기까지는 사람들이 모를 수도 있겠지요. 문제는 이런 사실을 알아도 "그거야 풀이나 곤충 너네들 사정이지"하고 매몰차게 외면할까봐 그게 걱정이랍니다.

가끔가다 우리 숲도 소화시킬 수 없는 것들을 던져줍니다

깡통이니 비닐 따위...찾아오실 때마다 잊지않고 인정을 베푸는 것은 좋으나 이건 맛이없어 도저히 못 먹겠어요. 숲에서도 먹성 좋기로 소문난 지렁이나 버섯도 싫어하니 말 다했지요. 제발, 노땡큐입니다.

왜 오실 때마다 나이 드신 상수리 할아버지 배에 등때기를 지어박으세요?

아아, 이거 고문입니다. 그렇잖아도 몸이 허약한 상수리 할아버지인데. 요즘은 느티나무 할머니한테도 그러시더라고요. 만나기만 하면 손뼉을 치면서 등때기를 사정없이 들이대니 참 황당합니다. 운동? 참 별나시네요. 그러다 허리라도 삐끗하면 그땐 또 나무 탓으로 돌리겠지요.

새벽마다 1.5리터 병으로 옹달샘 물을 싹쓸이해가십니다

"산토끼가 문제랴? 내 새끼 먹이겠다는데!" 요런 마음으로 물을 가져가시는지는 모르겠으나 우리로선 목숨이 달린 문제입니다. 물은 가져가더라도 함께 마셔야지요. 시멘트로 꽁꽁 쳐바르고 수도꼭지까지 잠가 놓으면 토끼며 다람쥐며 숲친구들은 어쩌라고요. 사람들 입만 입이냐고요!

제발~ 좀, 오지마세요. 오시면 손님답게 조용히 놀다가시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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