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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과 바다 모두 보고싶다면 영도로 오시라!

부산 영도 봉래산(395m)

등록|2009.07.14 18:32 수정|2009.07.14 18:32
여름장마로 접어든 후 요즘날씨는 간헐적으로 맑았다 흐렸다, 비가 오다가 잠시 소강상태로 있다가 다시 비가 오는 등 가늠하기 힘들다. 전전날 하루 온종일 하늘에 구멍이라도 난 것처럼 퍼붓던 비가 다음날에는 비를 잔뜩 머금은 먹구름이 뒤덮고 있더니 오늘은 그 어두운 이마를 훤히 드러내며 맑게 갠 하늘이다.
먼 산 빛조차도 선명하게 드러나 보이는 것을 보면 깨끗하게 먼지 씻겨 나간 참 맑은 날이다. 양산을 벗어나 부산 구서톨게이트를 통과한 뒤 부산 역 방향으로 가는 도시고속도로를 타고 부산연안여객터미널 앞에서 부산대교를 타고 영도에 접어든다.

1980년대에 들어선 부산대교는 영도의 인구증가와 교통난 등으로 인해 1934년에 개통되어 부산 최초의 연륙교이자 명물이었던 영도대교가 낙후되자 많이 이용하는 연륙교이다. 부산은 6.25당시 3일 만에 수도 서울이 함락되었을 때 피난민들이 몰려들었던 곳으로, 그 중에 절영도라고 불렀던 지금의 영도에 많은 사람들이 정착하기 시작했다.

봉래산 가는 길...임도따라 걷기... ⓒ 이명화



절영도는 조선후기까지 사람이 살지 않았고 대신 국마장이 설치되어 있어서 말들이 뛰어놀던 곳이었다고 전한다. 섬 이름 절영도(絶影島)의 뜻도 말들이 하도 많이 뛰어다녀서 '그림자를 끊는다'라고 한다. 절영도의 말은 예부터 유명했다고 한다. 고려사 기록에 따르면 후백제의 견훤이 고려 왕건에게 '영도의 병마'를 선물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을 정도란다.

조선후기 군사기지인 절영도진이 설치되자 사람들이 차츰 모여들기 시작했고 인구가 급증하게 된 것은 6.25 피난민들이 정착하기 시작하면서부터라 한다. 각지에서 모인 피난민들은 해발 395m인 봉래산 중턱까지 자리를 잡았다. 영도구는 봉래산을 중심으로 둥글게 바다를 끼고 돌아가며 마을을 형성하고 있다.

봉래산...등산로를 따라 걷다보니 장마비로 한껏 불어난 계곡물... ⓒ 이명화



봉래산(395m)등산코스는 그리 길지 않지만,  태종대를 비롯해 봉래산과 75광장, 절영해안산책로 등 빼어난 자연경관이 많다. 최근에는 부산 송도와 영도를 잇는 남항대교가 개통되어 부산 영도를 찾는 발길도 활발해지겠다. 영도대교를 가까이서 보며 부산대교를 건넌다.

봉래동에서 영선동으로 향하는 길에 새로 생긴 남항대교가 바다를 가로질러 길게 뻗어있는 것이 보인다. 영선동에서 목장원으로 향한다. 목장원 주차장(11:20)에 차를 세우고 임도를 따라 걷는 길, 맑고 쾌청한 날에 길가에 줄선 가로수들은 초록이 더욱 깊어졌다. 왼쪽 끄트머리에 바다가 열려있다.

임도길 따라 걷다가 오른쪽 봉래산 등산로 좁은 오르막길로 접어든다. 봉래산을 시민을 위한 쉼터로 더 아름답게 단장하는가보다. 노란조끼를 입은 여러 명의 사람들이 크고 작은 돌을 나르고 쌓고 있다. 이런 수고의 손길이 있어 날로 더 새롭게 단장되는가 싶다.
등산로에 접어들자 곧 너덜바위들이 나온다. 왼쪽 옆 너덜바위지대엔 여러 개의 돌탑이 쌓여있다. 비온 뒤 젖은 숲길을 한참 걷다보니 약수터다. 몇몇 사람들이 약수터 나무 그늘에 앉아 쉬고 있고 그 주변에 있는 체육공원에는 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보인다.

봉래산등산길...빛과 그늘... ⓒ 이명화



바로 산 밑에 있다는 사격장에서 울리는 총소리가 귀에 거슬린다. 탕! 탕! 간헐적으로 울리는 총 소리에 놀라 모두 도망갔을까. 산새소리 들리지 않는다. 약수터에서 점점 멀어지면서 총소리 들리지 않고 영도 앞바다에서 뱃고동소리 간헐적으로 들려온다.

엊그제 부산 경남지역을 물바다로 만들 듯 쏟아 부었던 비로 인해 이곳 계곡에도 물이 콸콸 넘치다 못해 등산길 또한 계곡처럼 물이 콸콸, 졸졸, 도르르 흘러내려 곳곳마다 길을 계곡 삼아 흘러내리는 물소리가 숲 안 가득하다. 이것은 바로 자연의 음악이 아닌가.

봉래산약수터... ⓒ 이명화



어떤 음악보다도 듣기 아름다운 숲과 바람과 나무와 바위와 물이 하나 되어 내는 음악, 자연의 음악이요 천상의 음악소리가 따로 없는 듯 하다. 얼마쯤 올라가니 높은 산정에서부터 넘쳐흘러 내려오던 물이 물길을 못 찾아 함부로 흐르고 있는 것을 보고 손으로 직접 물길을 만들어주고 있는 사람을 발견한다.

등산하고 내려오는 길에 보다 못해 물도랑을 직접 만들어주고 있었던 모양이다. '수고 많으십니다!'하고 남편이 말하자, '예'하고 인사하더니, 여전히 손으로 도랑을 파서 물길을 터주면서 '곧 제대로 마르겠지요?!' 하고 말한다. 우리도 '예'하며 다시 오르던 길로 간다.



봉래산...등산로...장마비로 불어난 계곡물이 등산로에도 넘쳐 흐르고... ⓒ 이명화



또 얼마쯤 가니 명랑하게 흐르는 물소리 환해 눈을 들어보니 바윗길을 계곡삼아 물이 철철 넘쳐흘러 길 아래로 한없이 흘러내리고 있다. 어린시절, 여름 장마 비 한창 퍼붓고 햇볕이 날라치면 너도나도 마을 사람들은 넘쳐흐르는 도랑물에 손발을 걷어 부치고 밀린 빨래를 하던 생각이 문득 떠올랐다.

일찌감치 등산을 마치고 내려오던 마흔 남짓 돼 보이는 여자들이 신발도 등산가방도 옆에 벗어두고 발을 무릎까지 걷어 올리고 흘러내리는 물에 발을 담그고 물장난 치며 앉아 있다. 흘린 땀을 식히면서 어린시절로 돌아간 듯 하는 이야기 소리 드높다. 시원하겠다.

영도 봉래산...땀흘리며 오르던 등산로...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고개 돌려보니... ⓒ 이명화



비가와도 정말 엄청나게 많이 왔나보다. 자칫 밋밋하기 쉬운 봉래산 등반이 흘러넘치는 계곡물 소리에 산행길이 환하고 생기 활발하다. 물소리도 들리지 않을 쯤, 바람은 산 뒤에 있나, 계속되는 오르막길에 삐질삐질 땀으로 흥건해진다. 막힌 오르막길을 땀 흘리며 올라가니 드디어 안부에 도착, 12시 25분이다. 양쪽으로 탁 트인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시원하다.

시원한 바람이 넘실대는 안부엔 나무의자 몇 개와 평상 두개가 띄엄띄엄 놓여있어 사람들 이 쉬어간다. 한참동안 눌러앉아 일어날 줄 모르는 사람도 있고 아예 길게 드러누워 있는 사람도 보인다. 하늘정원이라 이름붙인 소박한 안부 꽃밭에는 샛노란 원추리꽃, 비비추곷, 벌개미취 꽃들이 피어 흐드러졌다.

영도 봉래산...등산로를 오르다가 안부...화원에서... ⓒ 이명화



벌개미취 꽃에 앉은 호랑나비, 비비추꽃에 내려앉아 꿀을 빨아먹는 벌이 떠날 줄을 모른다. 나무의자에 앉아 쉬고 있노라니 점점 몸에 한기가 돈다. 사거리 하늘정원에서 봉래산 정상으로 오르는 오르막길을 조금 더 올라가니 봉래산 정상이 드러난다. 맑은 하늘아래 부산시가지와 오륙도, 감만부두, 광안대교, 수정산, 백양산, 금정산, 제5부두, 해운대해수욕장, 이기대공원, 신선대유원지 등과 함께 쪽빛 바다가 한눈에 조망된다.

눈이 시리게 맑은 날이다. 왼쪽으로 방향을 돌려보니 7월에 개방했다는 남항대교와 송도 해수욕장 흰모래 빛이 드러나고 멀리 다대포 바다까지 보인다. 봉래산 정상에서 왔던 길로 다시 내려온 우리는 목장원 바로 맞은편 길 건너편에 있는 바닷가로 향한다. '절영해안산책로'이다.

봉래산...샛노란 원츄리꽃... ⓒ 이명화





차는 그대로 목장원 주차장에 주차해놓은 채, 등산화를 벗고 슬리퍼를 신고서 절영해안산책로로 접어드는 계단 길로 내려간다. 몽돌 섞인 돌계단 길을 내려 가다보니 파도소리 들린다. 오랜만에 듣는 파도소리다. 나무들 사이 큰 바위에 물보라를 일으키며 하얗게 부서지고 또 부서지는 파도에 눈이 닿는다.

얼른 내려가야지. 계단 길 내려가자 몽돌 밭에 여름햇살이 튀어 올라 눈이 시다. 해감내가 확 와 닿는다. 이 해감내는 고향의 냄새이며 추억의 냄새다. 익숙한 냄새다. 바다는 언제나 고향과 어린시절의 추억과 맛 닿는다. 그것들은 아무 거리낌 없이 방해 없이 덥석 손을 잡는다. 그것들은 서로 통한다.

영도 봉래산...정상에서 내려다 본 부산 시내와 바다... ⓒ 이명화



가끔 어선이 한 대 지나갈 때마다 성난 듯한 파도가 높이 날을 세우고 내달려와 제 몸을 바위에 철썩 처얼썩 부딪힌다. 그때마다 눈앞에 깔린 몽돌 밭에 몽돌이 좌르르 구르는 소리, 흔들리며 함께 구르며 소리를 내지른다. 파도에 쓸려 구르는 돌 구르는 소리는 바닷물에 섞여 은근하다. 입안에 소리처럼 웅얼거린다.

우리는 가지고 온 자리를 펴고 땡볕에 앉아 영도 바다 한가운데 정박해 있는 크고 작은 배들과 파도 철썩이는 이 정겨운 바다냄새를 맡으며 한동안 망중한을 즐긴다. 혹시나 하고 가지고 왔던 우산을 받쳐 들고 앉아서 파도소리 들으며 발 뻗고 앉아있는 낮 시간에 뜨겁게 달구는 여름햇살이 왜 따갑지 않겠냐마는 뙤약볕도 바다를 만난 즐거움과 감회를 반감시키진 못한다.



영도 봉래산...7월에 개통된 남항대교... ⓒ 이명화



나는 갑자기 생각난 듯 일어나 몽돌 밭에서 세월에 깎일 대로 깎여서 모가 없이 동글동글해진 작은 몽돌 몇 개를 주웠다. 얼마나 오랜 세월동안 파도에 쓸려 연단되고 연단되었을까 생각하면서, 마치 귀중한 보석이라도 줍듯 크고 거칠었던 돌이 오래오래 깎여지고 다듬어져서 작아지고 모 없이 둥글어진 연단된 돌 몇 개를 손에 넣었다.

내 책상에 올려두고 가끔씩 들여다 볼 것이라 생각하면서. 한 시간 남짓 앉아 있었을까. 다시 돌아가는 길에 서자 따가운 바닷가에서 제법 오래 있는 까닭일까,  몸이 후끈후끈 덥다.
산과 바다가 모두 보고싶다면, 영도로 오시라. 영도 한가운데 솟아있는 봉래산9395m)과 함께 절영해안산책로와 태종대...푸른 바다가 펼쳐보이며 하얗게 물보라 물주름 잡는 이곳으로!

산행수첩
1.일시: 2009년 7월 10일(금).맑음
2.산행기점: 영도 목장원 주차장
3. 산행시간: 2시간 40분
4.진행:영도목장원 주차장(11:20)-임도-모천 약수터(11:40)-안부(사거리:하늘정원, 12:25)-봉래산 정상(12:35)-하산(12:50)-안부(=하늘정원 1:00)-모천약수터(1:40)-목장원 주차장(2:00)
5.특징:①임도: 잘되어 있음. 잔돌깔린 넓은 자갈길에 숲길 호젓하다(쉼터,체육시설)
          ②절영 해안도로: 취사 금지구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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