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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집 기행> 못 생긴 아구, 그러나 맛은 끝내주는!

주당의 쓰린 속 보듬어 주는 착한 아구탕

등록|2009.07.15 09:49 수정|2009.07.15 09:49

4천원의 착한 가격아귀탕은 전날 흐트러진 속을 금세 풀어내 주는 효자이다 ⓒ 홍경석


평소 좋아하는 게 술이다.
하지만 애당초 술을 참 잘못 배웠다.

그건 동무들과 어울려 치기에 편승하여 배운 술인 까닭이다.
술을 처음 접할 적부터 두주불사(斗酒不辭)만이
진정 남아의 기백이자 풍류(風流)인 줄 착각했다는 것이다.

아무튼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고 지금도
술잔을 들었다손 치면 기본이 소주 두 병이다.
그렇게만 마시면 덜하련만 때론 거기에 소주 한 병을
추가한다든가 아님 아예 맥주를 더 마셔 이른바
소맥(소주+맥주)을 하는 경우도 왕왕 생긴다.

그러면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것이 이튿날에
조우하게 되는 참을 수 없는 숙취의 준동(蠢動)이다.
하여 '다신 술 안 마셔야지!!'를 다짐하지만
그건 어차피 작심삼일로 그치고 마는 주당만의 어떤 한계임이 여실하다.

사설이 길었다.
하여간 이처럼 술을 사랑하는 민족이고 보니
주당의 쓰린 속을 풀어주는 음식을 찾는 건 당연지사이다.

그것도 착한 가격에 어머니처럼 지극정성으로
잘 보듬어주는 음식이라고 하면 그야말로 금상첨화일 터.
이런 맥락과 연유에서 자주 찾는 집이
대전시 중구 산성동에 위치한 <샛터식당>이다.

아귀탕과 아귀찜을 잘 하는 집은 많다.
거개의 식당에서 아귀(탕,찜)를 '아구'로 부르기도 하는데 이는 아귀의 잘못이다.

아구는 '아가리', 즉 '입(口)'을 속되게 이르는 '아가리'의 경상도식 방언인 때문이다.
문헌에 따르면 아귀는 아가미와 지느러미, 그리고 꼬리와 살 부분
모두 각자 특유의 맛이 살아 있는 까닭으로 뼈 외는 버릴 것이 없다고 한다.

아귀는 또한 위와 장을 튼튼하게 하고 동맥경화와 당뇨 등
성인병과 암을 예방하는 효과까지 지니고 있는 음식이라고 하니 비단
술꾼들뿐만 아니라 남녀노소가 두루 애식(愛食)하여도 좋은 음식이지 싶다.

또한 아구탕(찜)에 반드시 들어가는 미나리와 콩나물은
비타민과 단백질 등 풍부한 영양가마저
다량으로 함유하고 있어 여간 '흐뭇한 음식'이 아니다.

산성동 네거리에서 동물원 방향으로 약 100여 미터를 걸은 뒤
좌측의 주택가를 통해 들어서면 보이는 집이 바로 <샛터식당>이다.

이집이 바로 지금껏 구구절절 극찬을 마다치 않은 아귀를 가지고
참으로 속 시원하고 맛깔나게 아귀탕을 잘 하기로 소문이 자자한 집이다.

1인분에 '착한 가격' 4천 원인데 밑반찬 또한
계절에 맞게 시의적절로 바뀌는 정성이 엿보여 맘에 든다.
이 외에도 동태찌개와 갈치조림, 홍어탕도 먹을만 한데
이 역시도 1인분이 고작 4천 원이며 추가로 먹는 밥값은 안 받는다.

아귀탕을 잘 하기로 소문이 대단한 집이기에 점심시간에 가면
손님이 너무 많아 기다리든가 2층의
살림집(거기도 식탁이 차려져 있다)으로 올라가 식사를 해야 한다.
덧붙이는 글 포유스토리에도 송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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