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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 뚫렸는데 4대강에 홍수 없었다

등록|2009.07.16 08:53 수정|2009.07.16 08:53

▲ 국토해양부는 4대강 살리기 추진 배경 설명에서 지구온난화 따위로 홍수피해가 빈발하기 때문에 근원 대책을 세우기 위함이라고 했다. ⓒ 국토해양부


몇 년 만에 장마다운 장마를 보내고 있다. 언론은 '하늘이 뚫렸다'고 한다. 15일 새벽 3시쯤에 일어났다. 정말 하늘이 뚫린 것처럼 비가 세차게 내렸다. 아침에 기상청에서 확인하니 경남 진주에는 새벽 3시부터 5시까지 63.5mm 비가 내렸다. 지난 7일 1시간에 70mm가 내린 부산과는 비교가 안 되지만 두 시간 동안 63.5mm가 내린 것은 적게 내린 비가 아니다.

진주 뿐만 아니다. 온 나라가 장마 기록을 새로 갈아치우고 있다. 서울은 14일 오후 8시까지 모두 632.9㎜의 비가 내렸다. 이는 1908년 기상 관측을 시작한 이후 같은 기간 최고치인 1940년 989.2㎜에 못 미치지만 역대 세 번째로 많다. 부산은 7일 310mm가 내려 역대 두 번째다. 1위는 1991년 8월 23일의 439㎜다.

지난 7일 역대 두 번째로 많이 내렸다는 부산에서 비 피해는 얼마였을까? 8일 부산 경남 지역 방송인 <KNN>은 부산 해운대 지역을 중심으로 물에 잠긴 주택만 모두 250여채. 여기에 상가 140곳, 도로와 인도 200여 곳 등 무려 6백건이 넘는 침수피해가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그리고 부산 온천천은 한때 범람이 우려될 정도로 물이 차올랐다고 보도했다.

역대 두 번째로 많은 비가 내렸는데 주택침수와 온천천 범람 우려가 있었지만 낙동강이 범람했다는 보도는 없었다. 물폭탄이 온 나라를 번갈아가면서 터질 때, 금강, 영산강이 범람하여 엄청난 피해가 났다는 언론 보도는 없었다. 낙동강과 함께 4대강 정비 사업 중심인 한강도 마찬가지다. 청계천과 잠수교가 통제되었지만 한강 본류에서 피해를 입었다는 보도는 없었다.

여기서 궁금했다. 이른바 '4대강 정비사업' 곧 4대강 살리기가 생각났다. 이명박 정부는 4대강을 정비하는 이유 중 하나가 해마다 집중호우로 인한 4대강 유역의 홍수피해가 엄청나고 그 규모가 7조원에 이른다며, 이를 예방하기 위해 4대강 정비사업이 꼭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지구온난화로 말미암아 집중호우가 내리는 일은 옛날보다 훨씬 많지만 우리나라 홍수 피해는 대부분 4대강 본류가 아니라 지류와 저지대 주택가에서 일어났다. 지난 주 중부 지방에 내린 폭우로 서울~춘천 고속도로 추곡터널과 미사터널 입구가 무너진 것이 예이다.

그동안 대운하와 4대강 정비 사업을 반대했던 단체들은 한강과 낙동강, 금강, 영산강 본류 정비가 아니라 지천을 정비해야 한다고 줄기차게 주장했다. 하지만 정부는 귀를 닫아버렸다. 수십 조원을 퍼붓고 홍수을 예방하기는커녕 죽은 강을 만들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있다.

4대강 정비사업을 반대하는 수많은 주장과 의견, 연구 결과는 4대강 살리기가 아니라 4대강 죽이기임을 증명하였다. 그리고 새로운 장마 기록을 세워가고 있는 올해 장마가 이명박 정권이 추진하는 4대강 정비사업이 얼마나 거짓인지를 증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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