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마을 단위 문화 공연으로 "사회 공공성 강화" 전파

연주, 마술, 노래, 춤 그리고 강연으로 시민들과 '한마당'

등록|2009.07.16 10:06 수정|2009.07.16 10:06
15일 저녁 7시-9시 '성서'  와룡공원에서 조촐한 문화 행사가 열렸다. 성서는 성(城)의 서(西)쪽이라는 뜻이다. 즉, 이 문화 행사는 도심의 번화가에서 펼쳐진 것이 아니다. 물론 이 때의 '성'은 대구성(大邱城)을 말하니 '성서'는 지금의 대구광역시 시내 중 서쪽 일대라는 의미도 아니다. 지금과는 그 넓이가 다른, 조선 혹은 식민지 시대의 대구 읍성을 기준으로 성의 서쪽이라는 뜻일 뿐이다.

그래도 여전히 성서는 대구 사람들 귀에 종로, 동성로, 중구 등 어떤 명칭으로 불린다 하더라도 시내 중심가와는 거리가 먼 곳이라는 말로 들린다. 그 성서에서, 그 중에서도 와룡공원에서 작은 규모의 문화 행사가 열렸다. 그 이름 "사회 공공성 강화 수요 문화 한마당"(사회자  공공노조 대경본부 강성봉 조직국장).

▲ 문화 한마당의 문을 연 풍물패 "여는 소리"의 난타 공연 ⓒ 정만진



공공노조 사회보험지부 풍물패 "여는 소리"의 공연으로 행사는 막을 열었다. 신흥 아파트 단지 한복판에 조성된 와룡공원에는 '난타' 소리가 울려퍼지기 시작했다. 아직 저물 무렵 이전이어서 햇살이 완전히 삭아들지는 않은 시간이었지만, 비가 올지도 모르겠다 싶을 만큼 구름이 잔뜩 낀 날씨였으므로 삼삼오오 모여든 동네사람들은 양산이나 햇살가리개를 찾는 번거로움 없이 작은 공연장의 객석을 점점 채워갔다. "여는 소리"의 힘찬 풍물소리가 끝나자 공공노조 대경본부 이재강 본부장의 인사가 이어졌다.

"주거, 교육, 의료 문제의 해결, 실업의 고통과 노인 빈곤 문제 해소, 아동과 여성,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도 마음놓고 살 수 있는 법적 제도적 장치 마련을 통해 민중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자는 것이 사회 공공성을 강화하자는 것입니다. 전기, 가스, 물, 방송, 교육, 의료 등 공공 부문의 민영화를 통해 결국 가난한 민중을 더 어렵게 만들려고 하는 현 정부의 잘못된 정책을 바로잡기 위한 한 방편으로 오늘과 같은 문화 행사를 기획하였습니다."

마술 공연이 펼쳐졌다. 고등학생이면서도 전국적으로 매직투어를 진행 중이라는 19세의 김영래 마술사가 나서서 진묘한 신기를 펼쳐갔다. 갈기갈기 찢었던 신문지를 휙 휘두르니 어느샌가 온전한 전지로 되살아나고, 그 전지를 한번 더 접었다 펴면 문득 비둘기가 종이 사이로 나타나 창공으로 날아오르는 등 엄청난 마술 쇼가 이어지자 여기저기서 탄식소리가 연발하였고, 아이들은 조금씩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 이윽고 마술사의 코앞에까지 접근하면서 눈빛을 반짝였다.

"아이, 무서워!"마술사가 폭죽을 터뜨리자 아이들이 귀를 막은 채 구경하고 있다. ⓒ 정만진





의료노조 경북대병원 노조 우성환 분회장이 정부의 의료 부문 민영화 정책이 앞으로 가난한 민중들의 삶에 어떤 악영향을 끼칠 것인가에 대해 발언을 하였다.


"미국에서는 배를 열고 수술을 해야 하는 병에 걸리면 약 1억 원의 수술비가 있어야 하는데, 그 수술비를 마련하지 못해 해마다 수만 명이 사망합니다. 국민 의료보험이 준비된 우리나라에서는 같은 병일 때 150만 원 드니까 미국은 병원비가 우리보다 100배 비쌉니다. 정부가 의료기관을 법인화하게 되면 우리나라의 병원들도 미국처럼 됩니다. 그렇게 되면 병원들은 환자들에게서 비싼 의료비를 받아 영업을 하게 되니, 가난한 사람들은 병원에 가보지 못하게 되고, 부자들은 돈을 많이 내고 고급 진료를 받게 되죠. 의료가 양극화되는 겁니다.

지금은 병원들이 돈을 벌어도 그 수익금을 부동산 투기 등 병원 이외에는 투자하지 못하도록 되어 있지만, 정부는 의료 민영화를 통해 병원의 영리 활동을 인정해줘 그걸 인정해 주겠다고 하니까, 당연히 병원은 부자 환자들을 중심으로 많은 진료비를 많으려고 하지 않겠습니까.  우리가 은행에 가면 돈많은 고객은 지점장실에 앉아만 있어도 일이 다 해결되지만, 가난한 서민들은 아무리 줄을 서 있어도 대출 받기가 어렵지 않습니까. 딱 그렇게 되는 겁니다."

 

꼬우면 (가스를) 끊던가.....일본은 1995년부터 (가스 사업에) 기업간 경쟁을 유도했지만, 당초 의도했던 배관망의 확대나 가스 요금의 인하 효과는 전혀 없었다. 오히려 일본은 한국과 비슷한 가격으로 가스를 수입하지만 가정용 요금은 2배 가량 비싸게 판매하고 있다. (문화 한마당에 배부된 공공노조 한국가스공사지부의 홍보물 내용 중 일부) ⓒ 정만진



가스공사 경북지회 김진식 복지부장의 색소폰 연주가 이어졌다.

"가스 민영화하면 가난한 사람들은 이제 밥 해먹기도 어려워집니다. 난방도 물론이고요. 나누어드린 홍보물 꼼꼼하게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문화 행사이니 저는 시민 여러분들에게 색소폰을 연주해 드리겠습니다."

밤하늘에 은은히 울려퍼진 그의 색소폰 연주에 참가 시민들은 박수를 치며 흥겹게 호응을 하였고, "앵콜" 주문이 계속 이어지는 인기 폭발의 장면이 연출되었다. 이어 성서FM방송 정수경 이사장의 "우리나라 신문 시장의 80%를 차지하는 조중동, 그리고 흔히 재벌이라고 부르는 대기업이 방송사를 소유할 수 있도록 허용해주면 우리는 날마다 같은 논조의 같은 뉴스만 접하게 될 것이고, 자기들이 옳다는 논리만 계속 보고 듣게될 것입니다. 우리가 미디어법 개정을 반대하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입니다"라는 요지의 발언이 이어졌다.

▲ 동네의 작은 아기들이 정수경 연사에 바짝 다가가 그를 쳐다보고 있다. 그러다가 그의 옷을 잡아당기기도 하였는데, 마침내 연사는 "아이들이 그만 발언하라고 자꾸 재촉하니 제 말을 이상으로 간단히 마치겠습니다." 하였다. ⓒ 정만진


와룡공원을 가득 메운 섹소폰 음률김진식 씨의 색소폰 연주는 참관 시민들의 큰 호응을 받았다. 이날 문화한마당은 중간중간에 노래, 연주, 마술 등 문화 공연을 하고, 다시 중간중간에 연설을 배치하는 방식이 예전의 강연 일변도 행사보다 훨씬 효과가 높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해주었다. ⓒ 정만진



이후에는 문화 공연만 펼쳐졌다. 경북대병원 노조 율동팀 "멸종 위기"의 댄스와, 이미 3집까지 앨범을 낸 전문 가수팀 "좋은 친구들"의 노래 공연이 관중들의 호응을 받으며 계속되었다. "좋은 친구들"은 1994년 창립되어 벌써 15년째 공연 활동을 해온 지역의 이름높은 노래패로 이날 문화 한마당의 대단원을 장식하는 좋은 공연을 보여주었다.

사회자는 행사 틈틈이 "공연장 왼쪽 나무숲에서는 병원에 근무하는 노동자들이 시민 여러분의 혈압과 당뇨 검사를 해드리고 있습니다. 노무사들이 실업 상담도 하고 있습니다. 채무 상담을 하는 코너도 있습니다. 인권연대에서 나와서 파산 학교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많은 이용 바랍니다"하고 안내를 하였다. 실제로 상당수 시민들이 혈압을 재고 당뇨 검사를 받기도 했으며, 노무사, 인권운동가와 마주앉아 자신의 절실한 문제에 대해 자문을 구하고 상담을 하는 모습도 많았다.

와룡공원 인근의 아파트에 산다는 한 시민은 "전에는 여기 나와보면 맨날 천날 데모 선동하는 연설만 했는데, 이제는 노래도 하고 춤도 추고, 악기소리도 나고 하이께 중간중간 연설을 해도 훨씬 더 잘 듣게 되고 좋네요" 하였다. "사회 공공성 강화를 위한 문화 한마당"은 비교적 성공리에 진행되고 있는 듯 보였다.

▲ 이동 상담실 ⓒ 정만진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