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경춘고속도로, 1분 거리 다리 지나는데 통행료 1000원

[새사연의 '생얼' 한국 경제(11)] 민자사업이라는 이름의 민영화도 비용상승 예외 없다

등록|2009.07.16 11:11 수정|2009.07.16 11:30
서울-춘천 민자고속도로가 15일 밤 10시에 개통되었다. 문제가 되었던 지하철 9호선과 달리 서울-춘천 고속도로는 예정보다 한 달이나 빨리 개통되었다. 휴가철 성수기에 고속도로 이용이 증가할 것을 고려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번에도 지하철 9호선과 마찬가지로 '요금'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둘 다 민자사업이라는 이름의 민영화 프로젝트로 추진되었기 때문이다.

1분 거리 다리 지나는데 통행료 1000원

서울에서 춘천까지 총 61.4km의 길이인 서울-춘천 고속도로의 통행료는 5900원(16인승 이하 승합차, 2.5톤 미만 화물차 기준)으로 책정되었다. 하지만 서울춘천고속도로통행료인하시민행동은 여전히 통행료 인하를 촉구하며 14일에는 춘천시 팔호광장에서 삼보일배를 진행했으며, 15일 개통식장에서도 침묵시위를 진행할 계획을 세웠다. 춘천시 공무원 노조 역시 통행료 인하를 요구하며 한 달 동안 1인시위를 하고 있다. 춘천 지역의 허천 국회의원 역시 국토해양부에 통행료 인하를 촉구했다.

통행료 문제는 남양주에서도 발생했다. 서울-춘천 고속도로의 일부 구간인 미사대교는 한강을 사이에 두고 하남시와 남양주시를 연결하는 1.53km의 다리로 1000원의 통행료가 책정되었다. 이에 대해 남양주시민들은 1분 거리에 불과한 다리를 건너는데 1000원의 통행료를 받는 것은 터무니없는 요금 책정이라며 무료화를 주장하고 있다. 이 다리는 남양주시민들이 서울로 출퇴근하는 거의 유일한 통로이다.

그렇다면 시민들의 불만이 얼마나 타당한지 간단한 계산을 통해 비교해보자. 우선 국가 재정으로 건설하는 한국도로공사 고속도로의 통행요금 산정 방식을 살펴보자. 4차선을 기준으로 한 폐쇄식(진입 요금소에서 통행권을 뽑아 진출 요금소에서 통행료를 내는 방식)의 경우 기본요금 862원에 주행거리 1km당 40.5원을 곱하여 책정된다.

일반 고속도로에 비해 1km당 통행료 2배

위와 똑같은 방식으로 61.4km의 서울-춘천 고속도로 통행료를 계산해보면 '기본요금(862원)+주행거리(61.4km)×40.5원=3348.7원'이다. 하지만 현재 책정액은 5900원으로 약 2551원 정도 더 비싸다. 5900원을 기준으로 놓고 거꾸로 계산하면 서울-춘천 고속도로는 1km당 82.05원을 내는 셈으로 한국도로공사가 책정한 1km당 통행료 40.5원보다 2배 이상 비싸다(실제 서울-춘천고속도로가 채택한 요금책정방식은 기본요금을 적용하지 않고 거리 당 요금만을 책정하는 방식으로, 1km당 약 96원의 요금을 적용한 것으로 간주하면 5900원의 통행료가 나온다).

시민들이 통행료 인하를 주장할 만한 상황이다. 하지만 사업자인 (주)서울춘천고속도로는 "투자 유치에 들어간 이자도 만만치 않아 수익을 남겨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회사는 문을 닫아야 한다"는 태도만 고수하고 있다. 정부가 재정이 없어 자금이 넉넉한 민간업체에게 맡긴 것인데 민간업체도 금융권에 자금을 빌려서 이자를 내야 하는 것이면, 당초에 정부에서 자금을 차입하는 것보다 무엇이 나은지 알 수 없는 일이다.

대표적인 민자사업 몇 가지의 경우를 더 살펴보도록 하자. 비교를 쉽게 하기 위해 위에서 소개한 한국도로공사의 요금책정 방식을 사용하여 각 민자사업의 1km당 통행료를 계산해보았다. 최초의 민자 도로사업이었던 이화령 터널 1.6km에 통행료 1000원으로 1km당 86.25원. 우면산 터널 2.9km에 통행료 2000원으로 1km당 392.41원. 광주 제2순환 고속도로 1구간 5.6km에 통행료 1200원으로 1km당 60.35원. 마창대교 9.2km에 통행료 2400원으로 1km당 167.17원. 한국도로공사에서 사용하는 1km당 통행료 40.5원보다 최소 1.5배에서 최대 9배 이상 비싸다.

▲ [표1] 민자건설도로 통행료 비교(* 한국도로공사의 4차선 기준 폐쇄식 요금책정방식을 따랐음. 한국도로공사의 1km당 통행료는 40.5원) ⓒ 새사연


건설단가 민자사업이 40% 더 높아

이 뿐 아니다. 국회예산정책처가 작년 11월 발표한 예산현안분석 중 '수익형 민자사업의 재정부담과 개선방안'에 따르면 민자로 추진하는 고속도로 사업이 재정으로 추진하는 사업보다 건설단가가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민자로 건설한 인천공항 고속도로, 천안-논산 고속도로, 대구-부산 고속도로, 서울 외곽순환 고속도로의 평균 km당 건설단가는 220.1억 원이다. 반면 재정투자로 건설한 대전-진주 고속도로, 청원-상주 고속도로, 당진-목포 서해안 고속도로, 익산-장수 고속도로, 김천-현풍 고속도로의 평균 km당 건설단가는 157.1억 원이다. 민자사업의 건설단가가 1km당 63억 원 더 비싸며, 평균 40%(=220.1÷157.1×100)이상 높게 나왔다.

▲ [표2] 고속도로 건설단가 비교(*자료: 국회예산정책처) ⓒ 새사연


어째서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 민자사업으로 도로를 건설을 하면 도로에 금가루라도 뿌려서 원자재 단가가 올라갔다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면 애초에 건설비 소요예산이 과대 추정되었다고밖에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소요예산을 과대평가해서 건설단가를 올려놓고, 투입비용이 늘어났으니 그 투자 원금을 회수하기 위해 통행료를 높게 책정할 수밖에 없다는 강변이 이어지는 것이다.

가격 경쟁력도, 효율성도 없는 민자사업 전면 재고해야

민간자본을 도입하여 사회간접자본을 '효율적'으로 공급하겠다는 원래의 취지는 어디로 갔을까? 보통 우리는 적은 비용으로 큰 이득을 얻는 것을 두고 '효율적'이라고 말하는데, 서울-춘천 고속도로를 비롯하여 많은 민자사업들은 전혀 '효율적'이지 않다. 건설을 맡은 민간사업자에겐 효율적일지 몰라도 시민들에겐 분명 효율적이지 않다.

왜 그럴까? 민간자본을 도입하면 효율적이라는 생각의 바탕에는 선택과 경쟁을 통해 효율성을 달성한다는 시장에 대한 신뢰가 깔려 있다. 하지만 실제 민자사업에는 선택과 경쟁이라는 시장의 기본 규칙이 전혀 적용되지 않는다. 우선 사회간접자본 건설은 비용이 워낙 크기 때문에 여러 민간자본이 컨소시엄을 꾸려서 한 팀이 된다. 이러니 당연히 경쟁이 일어날 리가 없다.

또한 한 지역에서 다른 지역으로 가는 고속도로의 수는 많지 않기 때문에 소비자인 시민들에게는 사실 선택권이 없다. 이런 조건에서 실제로 실현되는 시장의 규칙은 오직 민간자본들의 수익성 뿐이다.

지난 글에서 지하철 9호선을 통해 살펴보았듯이 정부 보조금의 형식으로 수입이 보장되기 때문에 비용을 낮추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지 않다. 그렇다면 결국 사회간접자본건설에서 민자사업을 추진해야 할 아무런 이유도 남지 않는다.

사실 민자사업은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진 것이다. 철도, 도로, 교량과 같은 사회간접자본(SOC)은 그 자체를 수익성 추구 대상으로 해서는 안 되는 사회의 공공재이다. 이런 공공재 투자에 '작은 정부'를 내세우던 신자유주의 정부가 자신의 역할을 포기하고 민간에게 맡기면서 문제가 시작되었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글로벌 신자유주의도 기울어가고 있다. 신자유주의의 핵심 정책인 민영화 역시 심각한 부작용과 거센 반발에 직면해 있다. 신자유주의 민영화의 사생아로 태어나 최근까지 호황기를 누렸던 민자사업은 더 이상 지속되어야 할 시대적 추세가 아니다.
덧붙이는 글 이수연 기자는 새사연 연구원입니다. 이 기사는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http://saesayon.org)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