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 동산고 자율형 사립고 지정 졸속 심의?
경영· 재정 평가에서 낮은 점수 받아... 일부 위원들 "질문 몇 개 던지고 처리"
▲ 경기지역에서 유일하게 자율형 사립고 지정신청을 낸 안산 동산고교가 16일 자율고 지정 운영위원회 심의를 통과했다. 사진은 운영위가 열리는 동안 안산지역 교육시민단체 회원들이 경기도교육청 현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동산고의 자율고 지정에 반대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 김한영
지난달 17일 경기지역에서 유일하게 자율형 사립고(자율고) 지정신청을 낸 안산 동산고교가 16일 자율고 지정 운영위원회(운영위) 심의를 통과했다. 이에 따라 경기도교육감은 운영위 심의결과를 토대로 지정여부를 최종 결정할 방침이다.
하지만 이날 운영위에 참여한 일부 위원들이 심의과정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데다, 동산고의 자율고 지정을 반대해온 안산지역 학부모 및 교육시민단체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어 경기도교육청의 최종 지정결정 과정에서 적지 않은 진통이 예상된다.
경기도교육청 자율고 지정 운영위는 이날 오전 10시부터 운영위원 11명이 참석한 가운데 교육청 제3회의실에서 동산고 자율고 지정을 위한 심의에 들어가 1시간 30분 만인 11시 30분쯤 표결 끝에 찬성 8, 반대 2, 기권 1명으로 심의 통과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이날 운영위가 끝난 뒤 일부 위원들은 "운영위 심의결과는 사전에 이미 짬짜미한 인상을 지울 수 없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이들은 "자율고 지정은 김상곤 교육감의 공약과 맞지 않고, 동산고의 경영 및 재정건전성이 의심된다"고 지적했다.
A위원은 "경기도교육청이 실시한 2008년 동산고의 경영평가결과를 보면 경영여건개선과 수익구조개선 등 상당수 평가항목에서 낙제점을 받는 등 문제가 있었다"면서 "하지만 무기명 비밀투표 결과 8명이 찬성해 운영위 심의를 통과했다"고 전했다.
실제로 동산고가 경기도교육청에 제출한 자율고 지정 신청 자료집에 들어 있는 지난해 경영평가표를 보면 종합평가 합계는 350점 만점에 251점을 받았으나 경영 및 재정과 관련된 세부 평가항목에서는 매우 낮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학교법인 및 학교평가 부문 세부평가결과는 ▲경영여건개선 5점(20점 만점) ▲법인수익구조 개선 8점(30점 만점) ▲학교재정확충 7점(20만점) ▲자체수입증대 3점(20점 만점) ▲예산집행의 투명성 7점(20점 만점) ▲교원인사관리 적정성 8점(10점 만점) 등이었다.
▲ 경기도교육청이 배포한 운영위 자료집의 동산고의 지난해 경영평가표를 보면 종합평가 합계는 350점 만점에 251점을 받았으나 경영 및 재정과 관련된 세부 평가항목에서는 매우 낮은 평가(붉은선 안쪽)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 김한영
▲ 경기도교육청이 배포한 운영위 자료집의 동산고의 지난해 경영평가표를 보면 종합평가 합계는 350점 만점에 251점을 받았으나 경영 및 재정과 관련된 세부 평가항목에서는 매우 낮은 평가(붉은선 안쪽)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 김한영
또 다른 B위원도 "오늘 운영위 심의는 한마디로 사전 준비도 제대로 안 된 운영위원들이 나와 학교 관계자들에게 질문 몇 개 던지고 1시간 30분 만에 뚝딱 처리했다"면서 "앞으로 운영위 심의 방식의 보완과 위원들의 전문성 강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운영위는 경기도교육청 간부공무원 6명이 당연직 위원으로 참여했으며, 외부위촉 위원으로는 경기도의회 교육위원 1명, 경기도교육위원 1명, 학부모 위원 1명, 교사위원 1명, 변호사 1명 등 5명으로 구성됐다.
B위원은 또 "동산고는 학교구성원들에 대한 의견수렴 절차를 제대로 거치지 않고 자율고 지정신청서를 냈다"면서 "특히 학부모들에 대한 의견수렴은 하지도 않았다"고 절차적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이어 "교사들에 대해서는 교무회의에서 찬반토론을 거쳐 무기명 비밀투표를 실시하거나 설문조사 방식을 택하지 않고 교사들에게 콜메신저를 발송해 찬반의견을 물었고, 무응답자도 찬성자에 포함시켜 찬성률을 높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안산지역 교육시민단체들의 반대도 거세다. 이날 운영위가 열리는 동안 경기교육주체연석회의, 고교평준화 실현 안산시민연대, 안산지역 고교 평준화를 위한 학부모회 소속 회원 10여 명은 경기도교육청 현관 앞에서 동산고의 자율고 지정반대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기자회견에서 "동산고가 자율고로 지정되면 경기지역 고교 서열화가 시작되고 특권학교에 가기 위한 고교입시의 부활과 사교육비 폭등을 불러와 이를 감당할 수 없는 학생과 학부모들은 자괴감과 열등감에 시달리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동산고는 경기도 전체에서 학생들을 모집하게 돼 비평준화도시인 안산·의정부의 학생과 학부모들의 고통은 더욱 가중된다"면서 "공교육 강화 등을 공약으로 내걸고 당선된 김상곤 교육감은 동산고의 자율고 지정을 거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들은 동산고의 자율고 지정 신청안이 운영위원회를 통과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최종 결정권자인 김상곤 교육감이 지정을 거부하지 않을 경우 공교육 강화와 고교평준화를 열망하는 시민들과 함께 강력한 저지투쟁을 전개하겠다"고 반발했다.
경기도교육청 학교설립과 관계자 "다른 학교보다 건실하다"
▲ 안산 동산고교 자율고 지정을 위한 운영위원회 심의가 진행되는 동안 안산지역 교육시민단체 회원들이 경기도교육청 현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동산고의 자율고 지정에 반대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 김한영
이와 관련해 경기도교육청 학교설립과 관계자는 "동산고는 다른 사학에 비해 건실하게 운영되고 있는 사학이며, 경영과 재정에도 문제가 없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면서 "지난해엔 우수사학으로 선정돼 보조금도 받았다"고 옹호했다.
그는 "일부 운영위원들이 사전 준비가 부족하고 심의가 졸속으로 이뤄졌다"는 주장에 대해 "운영위원 대부분이 교육계 경험이 많은 전문성을 갖춘 분들로, 오래전부터 자료 검토 등 사전준비를 많이 했다"면서 "운영위는 심도 있게 진행됐다"고 말했다.
동산고 관계자는 학교구성원들에 대한 의견수렴절차 문제와 관련해 "교사들에게 개별적으로 찬반의견을 물은 것은 사실이지만 전체 회의에서 교사들의 궁금증에 대해 투명하게 설명해 당초 반대했던 교사들도 이해를 하는 등 거의 대부분 찬성했다"고 말했다.
이어 "학부모들의 의견수렴도 거쳤다"면서 "홍보기간이 짧아 학년·학급 대표들을 학교로 초청해 상황 설명을 했고, 학교운영위원회도 개최해 의견을 들었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동산고가 자율고로 지정됐을 경우 등록금 폭등과 함께 고교입시 경쟁을 위한 사교육비 증가, 학교서열화, 고교평준화 저해 등 부작용이 발생한다는 지적과 관련해 "한마디로 기우에 불과하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현재 동산고의 등록금은 일반계 고교의 2배 정도에 불과해 등록금 폭등은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면서 "만약 안산이 고교평준화 지역으로 바뀌면 교육에 열의 있는 학생들은 외부로 빠져나가 오히려 학부모들의 사교육비 부담을 가중시킨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 관계자는 "이번 자율고 신청은 안산지역 학생들의 지원 폭을 넓혀주기 위한 것"이라며 "그 분들(심의위원들)도 관심을 갖고 학교를 찾아와 우리의 노력을 인정하고 갔는데, 자율고 지정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누구를 위해 반대하는지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경기도교육청은 지난달 12일 납입금을 일반 사립고의 2배 이내로 하고 법인 전입금을 납입금 총액의 5% 이상으로 하는 심의기준을 정해 경기지역 79개 인문계 사립고를 대상으로 자율고 지정 신청을 받았으며, 6월 17일 동산고 한 곳만 신청서를 냈다.
한편 지난 14일 서울시교육청은 13곳, 부산시교육청이 2곳의 자율고를 지정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학부모 및 교육시민단체들이 등록금 폭등과 사교육 열풍, 교육불평등 심화 등을 주장하며 반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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