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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악법 기필코 저지" 언론노조, 장대비 속 3보 1배

21일 새벽 6시 3차 총파업 돌입

등록|2009.07.17 20:20 수정|2009.07.17 22:59

▲ 최상재 위원장 등 전국언론노동조합 조합원들이 장대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미디어법 저지를 위해 17일 오후 국회 앞에서 삼보일배를 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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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폭우 속 언론악법 저지 삼보일배 ⓒ 박정호




언론노조 3차 총파업, 삼보일배로 열다

7월 17일 오후 3시 40분경. 서울 여의도 국민은행 앞 인도에 최상재 위원장, 김순기 수석 부위원장, 노종면 YTN 지부장, 김보협 한겨레 지부장, 황성철 MBC 본부 수석 부위원장 등 언론노조 집행부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이들은 도착하자마자 몸에 우비를 걸치고 무릎 보호대와 장갑을 꼈다. 21일 새벽 6시로 예정된 '미디어법 저지 3차 총파업'의 서막을 '3보 1배'로 열기 위해서다. 김성근 언론노조 조직국장은 "더 낮아지겠다. 더 낮게 국민 속으로 가겠다"고 했다. 노종면 YTN 지부장은 "언론악법은 언론만 장악하는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을 장악하는 법"이라면서 "오늘 언론인들이 한마음 한 뜻으로 땅을 기어 모든 걸 던지겠다"고 말했다.

대국민 호소문과 투쟁결의문을 차례로 발표하고 본격적인 3보 1배에 나설 무렵, 경찰이 이들 앞을 가로막기 시작했다. 여기에다 다시 북상한 장마전선이 여의도에 장대비를 퍼붓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들은 사회자의 구령에 따라 3보 1배를 시작했고, 9보 3배 만에 경찰의 저지선에 막혔다. 사회자는 "한나라당이 장악하고 있는 국회에 대고 절을 하지 않겠다"고 말했고 사람들은 몸을 돌려 여의도 공원쪽으로 3보 1배를 시작했다.
빗줄기는 더욱 굵어져 이들의 온 몸을 적셨으며 안경을 낀 최상재 위원장과 노종면 지부장은 연신 안경의 빗물을 털어내야 했다. 언론노조의 3보 1배에 동참한 '쌍용차 가족 대책위' 어머니들은 우비조차 입지 않았다.

"언론노동자 투쟁으로 국민 섬기는 정부 만들자"


묵묵히 걷고 절한 이들이 KBS 앞에 도착한 시각은 오후 6시 15분. 폭우 속에 꼬박 1시간 30분 동안 '3보 1배'를 진행한 것이다. 이들을 기다리던 KBS 노동조합(위원장 강동구) 조합원들은 박수를 치며 격려했다. 본관 계단 양쪽에는 "쟁취 공영방송법" "저지 미디어악법"이라고 쓰인 대형 펼침막이 걸려 있었다.

최상재 위원장은 KBS에 도착한 후 "우리의 투쟁은 국민을 섬기는 정부를 만들기 위한 싸움"이라면서 "이견-입장을 떠나 하나되는 투쟁을 전개하자"고 말했다. KBS 노동조합에 '연대'의 손길을 다시금 내민 것이다.

최재훈 KBS 노동조합 부위원장도 이에 "언론 노동자들이 미디어 악법을 저지시킬 것이라는 믿음에 의심이 없다"면서 "KBS 노조도 현재 총파업 일정을 잡고 있으며 이번 투쟁에 동참하고 연대할 것을 약속한다"고 말했다.

언론노조는 17일 발표한 대국민호소문을 통해 "언론악법은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의 장기집권 토대 구축을 위해 만든 법으로 모든 언론을 장악해 민주주의와 언론의 자유를 말살하려는 치명적인 흉기"라며 "정권과 한나라당은 언론장악 음모를 감추기 위해 국책 연구기관의 청부용역 보고서를 인용해 국민을 속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오는 21일부터 전 조합원이 참여하는 언론악법 저지 3차 총파업을 모든 민주시민과 연대하여 힘차게 전개한다"면서 "언론노조는 언론의 독립과 표현의 자유 민주주의 수호를 위해 언론악법을 폐기시키고 민주주의를 지켜내겠다"고 밝혔다.

언론노조는 17일부터 국회 앞에서 2박 3일 농성을 진행하고 오는 19일 오후 4시 프레스센터 앞에서 전현직 언론인들이 모이는 '언론탄압 규탄 및 언론악법 저지 촉구 결의대회'를 연 뒤 21일 새벽 6시 세 번째 총파업에 돌입한다.

▲ 최상재 위원장 등 전국언론노동조합 조합원들이 미디어법을 저지하기 위해 17일 오후 국회를 향해 삼보일배를 하다 경찰에 가로막히고 있다. ⓒ 남소연

▲ 장대비를 맞으며 삼보일배 하고 있는 노종면 YTN 지부장(왼쪽)과 최상재 위원장. ⓒ 남소연




[최상재]조합원 동지들, 다시 총파업의 깃발을 올립니다
다음은 최상재 언론노조 위원장이 세번째 총파업에 나서며 조합원들에게 띄운 글 전문이다.  

언론노조 조합원 동지 여러분, 조합원 동지 여러분!

저는 동지들에게 다시 한 번 분연히 일어나 언론독립과 자유의 깃발을 높이 치켜 들 것을 요청합니다. 그리고 감히, 이것은 국민의 명령이라고 선언합니다.

돌아보면 참으로 고단한 시간이었습니다.

지난 1년 동안 우리는, 언론을 찢어발겨 재벌과 조중동에게 던져줄 고깃덩이로 만들려는 정권에 맞서 싸웠습니다. 물밀듯 밀려오는 이명박의 졸개들을 맞아 베고 찌르고 후려치고 뒤엉켜 구르면서도 일보후퇴 없이, 일점타협 없이 당당하게 싸웠습니다. 그리고 두 번의 승리를 기록했습니다.

그러나 이 뜨거운 7월 불볕하늘 아래, 우리는 세 번째 싸움에 나서야 합니다. 지난 3월 2일의 두 번째 승리가 불완전했기 때문입니다. 이명박의 압박에 못이긴 심약한 국회의장이 직권상정이라는 독수로 소수야당을 위협해, 마땅히 폐기되어야할 언론악법을 다시 살아나도록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조합원 동지 여러분!

다시 어둠이 내리고 있습니다. 하이에나보다 더 집요한 민주주의의 적들은 또다시 유령처럼 다가오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반드시 언론악법의 숨통을 끊는다는 각오로 일어나 주십시오.

지난 두 차례의 전투에서 우리는 적지 않은 상처를 입었습니다. 12명의 언론인들이 수갑을 찼고, 20여명이 기소되어 재판을 받고 있고, 6명의 YTN 해직기자들을 비롯해 50여명의 조합원들이 크고 작은 징계를 받았습니다. 상처가 채 아물지 않은 몸으로 혹독한 겨울바람에 이어 뜨거운 불볕더위에 서야 하는 발걸음이 어찌 가벼울 수 있겠습니까?

그러나 우리가 다시 일어서지 않으면, 언론이라는 마지막 고지가 무너지면, 민주와 민생의 들판이 저들의 발길에 짓밟히고 만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우리가, 어떻게 이 참담한 현실을 그냥 두고 볼 수 있겠습니까? 굽은 것은 바로 펴고 썩은 것은 도려내야 하는 우리의 운명이 어떻게 이 싸움을 피할 수 있겠습니까?

다시 정권의 나팔수가 되어, 자본의 개가 되어, 가난하고 약한 이들의 등을 치는 도구로 전락해, 살아도 산 것 같지 않은 치욕스러운 삶을 택하기보다 차라리 언론의 독립과 자유를 외치며 싸우다 쓰러지는 것이 언론노동자의 올바른 삶이라고 믿습니다.

조합원 동지 여러분!

정권과 자본과 조중동의 삼각동맹에 맞서 우리가 지금 이 순간까지 언론악법을 훌륭하게 막아내고 있는 것이 어찌 우리들 힘만으로 가능했겠습니까? 촛불 한 자루로 군홧발에 맞서다 광화문 거리에 떨어트린 시민들의 핏자국, 6개월째 장례도 치르지 못하고 있는 용산 철거민들의 참혹한 주검, 고향뒷산 벼랑에서 던져진 전 대통령의 으깨진 시신, 옥쇄파업 중인 쌍용자동차 일천 조합원들의 결사적인 저항, 870만 비정규 노동자들의 피눈물이 저들의 발길을 가로막고 있기에 우리가 아직도 버틸 수 있다고 믿습니다.

이제 우리 언론노동자들이 해야 할 일은 이 찢기고 상처 받은 모든 영혼들을 가슴에 안고 마지막 싸움에 나서는 것입니다. 언론악법을 끝장내고 민주주의를 사수하는 마지막 싸움에 반드시 승리하는 것이 우리의 임무라고 선언합니다.

동지 여러분, 우리는 반드시 승리합니다. 21일 여의도에서 만납시다.

2009년 7월 17일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  최상재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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