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중앙일보>, 김대중 전 대통령 모욕주기 그만 두라

<김진의 시시각각> 'DJ, 막을 내려선 안 된다' 칼럼에서

등록|2009.07.20 11:30 수정|2009.07.20 12:19

▲ 중앙일보 20일자 <김진의 시시각각 >‘DJ, 막을 내려선 안 된다’ 칼럼 ⓒ 중앙일보


중앙일보가 며칠 전 노무현 전 대통령과 천성관 전 검찰총장 후보자가 '스폰서·가족 연루'에서 어딘가 닮았다는 어처구니 없는 보도를 하더니 이번에는 김대중 전 대통령을 향하여 비수를 꽂았다.

중앙일보 김진 논설위원은 20일 <김진의 시시각각> 'DJ, 막을 내려선 안 된다' 칼럼에서 그 동안 김대중 전 대통령이 언급했던 4번의 죽을 고비, 6.25전쟁 때 공산군에 붙잡혔다가 총살 작전에 목표교도소 탈출, 1971년 8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교통사고를 가장한 테러, 1973년 일본 도쿄 납치, 1908년 신군부에 의해 사형을 선고를 받은 것을 두고 "DJ는 여섯 번째 사신을 패대기치면서 보기 좋게 병상에서 일어나야 한다. 그리고 자신이 남긴 국가적 갈등의 상처를 조금이나마 치유해 놓아야 한다"고 김대중 전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했다.

김진 논설위원은 "DJ의 주장이 맞는다면 그가 죽음에 가장 가까이 갔던 것은 감옥의 총살 사건이라"고 주장했다. 즉, 나머지 네 사건은 신빙성이 낮다는 것이다. 1971년 총선 유세 교통사고는 "관련자의 증언이 다르다"면서 "트럭 운전사는 자신은 정권과 관련이 없으며 단순한 빗길 사고였다고 말해 왔다"는 것이다. 특히 "DJ 지지자인 허경만 전 전남지사는 당시 검사였는데 사건을 음모가 아니라 과실(過失)로 처리했"고 "그가 수사에 외압이 있었다고 말한 적은 없다"고 했다.

결국 김진 논설위원은 김대중 전 대통령 주장에 신빙성과 설득력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트럭기사는 말을 믿고, 김대중 전 대통령 말은 믿지 못하는 김진 논설위원이다. 박정희 정권에게 김대중은 큰 위협이었음을 잘 알고 있다면 단순 교통사고를 위장한 정권 차원의 테러임을 알 것이다.

또 김대중 전 대통령이 "호텔방에서 대형 가방 등이 발견된 것을 놓고 '나를 토막 내려 했다"고 주장했고, "선원들이 나의 손과 발에 무거운 걸 매달았다"며 자신이 수장(水葬)될 뻔했다고 말해 왔다"고 한 것을 두고 그는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도쿄 납치는 DJ에게 정말로 공포스러웠을 것이다. 그리고 정보부가 이웃나라의 주권을 무시하고 그런 공작을 저지른 건 독재 정권의 야만성을 드러낸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DJ의 주장처럼 정보부가 토막을 내거나 수장하려 했는지는 확인된 게 없다. 정보부는 그저 DJ를 서울에 데려다 놓으려 한 것일 수 있다.

결국 "확인된 게 없으니" 도쿄 납치도 죽음 직전까지 갔다는 김대중 전 대통령 말에 신빙성이 없다는 것이다. 이것이 언론인으로서 상식이 맞는 판단인지 묻고 싶다. 정보부가 서울에 김 전 대통령을 데려다 놓기 위해 일본과 외교 마찰이 뻔한 것을 알면서 납치했겠는가? 당시 김 전 대통령은 박정희 정권으로부터 생명의 위협을 받고 있었다. 당사자가 엄청난 죽음의 공포를 느꼈다면 당사자 말을 듣는 것이 상식이다.

그리고 그는 박정희 독재정권이 저지른 수많은 일들을 기억하지 못하는지 궁금하다. 인혁당과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죽었는가? 민주주의 근간을 훼손하고, 유린한 박정희 정권이다. 그 박정희 정권에 저항했던 김 전 대통령이 경험한 죽음의 공포를 신빙성 없는 것으로 만들어버렸다.

전두환 군사독재 정권이 자행했던 "80년의 사형선고는 공식적이고 명백한 생사의 고비였다"고 했지만 "그러나 아무리 살벌한 5공 초기라 해도 권력이 국내외 압력을 무시하고 사형을 집행할 거라 믿은 이는 많지 않았다"고 했다. 한 마디로 "이런 것들이 '5대 생환' 주장의 허실이다"고 했다.

결국 광주학살 주범 전두환 정권은 믿어도 김대중 전 대통령 말은 믿지 못하겠다는 말과 같다. 독재자 말은 믿고, 민주주의를 위해 자기 삶을 바치는 이는 믿지 못하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벌어졌다. 통탄할 일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1980년 11월 옥중에서 아들들에게 다음과 같은 편지를 썼다.

진정으로 관대하고 강한 사람만이 용서와 사랑을 보여줄 수 있다. 항상 인내하고, 우리가 우리의 적을 용서하고 사랑할 수 있는 힘을 가질 수 있도록 항상 기도하자. 그래서 사랑하는 승자가 될 수 있도록 하자(김대중 도서관 -옥중서신)

자기를 죽이려고 했던 전두환 정권은 용서하자고 하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말이 진실일까? 아니면 헌법을 유린하면서 민주주의를 무너뜨려 수많은 인민들을 피로 물들게 했고, 재벌들에게 수천 억원 돈을 받았으면서도 29만 원밖에 없다는 전두환 전 대통령을 더 믿어야 할까? 묻고 싶다.

그리고 그는 "'대통령 김대중'은 5년이지만 '정치인 김대중'은 50년이다. 그는 대표적으로 박정희와 싸웠고 핍박을 받았다"면서 "국가의 실적으로나 국민의 평가로나 역사의 승리자는 박정희다"라고 했다. 누가 박정희 전 대통령이 김대중 전 대통령보다 국가 실적과 국민 평가에서 역사의 승리를 했다고 했는가.

그리고 그는 "DJ가 지금 '여섯 번째' 사신(死神)과 싸우고 있다. 83세의 DJ는 이번의 사투에서 승리해야 한다"고 했다. 그가 승리해야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현대사 거인이자 국가 원로인 김대중 전 대통령이 "국민에게 상처와 회한을 남겨 놓고 떠나가는 건 국가적 불행이기" 때문이다. 국민에게 상처와 회한 남긴 일이란 "중환자실로 들어가기 며칠 전 DJ는 이명박(MB) 정권이 독재라며 국민에게 봉기를 촉구했기" 때문이다.

즉, 이명박 대통령이 독재자도 아니고, 북한 파괴론자도 아닌데 '독재자'와 남북화해를 물거품으로 만들었다고 비난하여 국민에게 상처와 회한을 남겼으니 이것을 해결하고 죽으라는 말이다.

현대사에 새긴 음각(陰刻)의 깊이로 보면 노무현은 DJ의 막내아우뻘이다. 그런 막내도 아무도 원망하지 말라 했는데 맏형이 갈등과 분열을 남기고 떠나가서야 되겠는가. DJ는 여섯 번째 사신을 패대기치면서 보기 좋게 병상에서 일어나야 한다. 그리고 자신이 남긴 국가적 갈등의 상처를 조금이나마 치유해 놓아야 한다. 다섯 번 자신을 구했다는 하나님이 그의 호흡을 살려낸 것도 그런 소명을 위한 게 아닐까.

모욕도 이런 모욕이다. 표독스럽다. 바늘로 심장을 꼭꼭 찌르고 있다. 아무리 김대중이 미워도 사람에 대한 예의가 없다. 김진 논설위원 칼럼을 보면서 문득 생각난 기사가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을 평전을 쓰고 있는 김삼웅 전 독립기념관장 인터뷰 기사이다.

김대중·노무현 정권 시절에 극단적인 보수·수구 인사들 사이에서는 술좌석에서 '박정희와 전두환이 다 잘하였는데 딱 한 가지 잘못한 일이 있다'라는 술안주깜 험담이 나돌았다고 한다. 그것은 '김대중이를 죽이지 않았다'는 것이란다. 김대중을 죽이지 않아서 정권을 빼앗기게 되고 자기들이 '찬밥' 신세가 되었다는 증오와 푸념이었다.

그만큼 김대중의 존재는 한국의 보수·수구세력에는 증오·멸살의 대상이 되었다. 그런 '정서'에서 숱한 투옥, 연금, 납치살해 기도, 사법살인 시도, 언론의 왜곡보도 등이 자행되었고, 그를 향한 '총구'는 멈추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버텨냈고, 마침내 대통령에 당선되었다.(<오마이뉴스> '"보수세력-수구언론 '총구'서 살아남은 DJ"'-2009.07.02)

김삼웅 전 독립관장 말을 그 때 잘 이해하지 못했지만 김진 논설위원 글을 읽고 확신했다. 연약한 몸을 이끌고 마지막까지 민주주의를 위해 사투하는 김 전 대통령을 모욕하고, 증오하는 이유를 알겠다. 노무현을 용납하지 못했듯이, 김대중도 용납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 땅의 수구세력 생각이 무엇인지 김진 논설위원은 보여주었다. 즉 민주주의에는 관심이 없다는 것이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