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매기 '무료쇼핑법'? 수산시장엔 골칫거리
수산물 낚아채고 배설물까지... 상인들 고충
▲ 새로운 골칫거리로 등장한 수산물도둑 갈매기신진도 수산시장 상공을 선회하고 있는 갈매기들. 관광객들에게는 볼거리이지만 수산시장 상인들에게는 감시 대상이다. 잠시만 한눈 팔고 있으면 시장안 수산물을 낚아 채 간다. ⓒ 김동이
"저리 안가! 이눔의 갈매기 X끼들!"
"오늘 만 원어치 먹고 가네"
또 장마가 오려는지 우중충한 하늘을 보인 지난 주말 간간이 빗방울이 떨어지는 와중에도 태안 신진도 수산시장에는 주말을 맞아 싱싱한 수산물을 구입하려는 관광객들로 북적댔다.
이날 수산시장에는 최근부터 잡히기 시작한 오징어부터 아나고, 돌게 등 다양한 수산물들이 관광객들의 눈을 즐겁게 했고, 수산시장 뒤편의 먹자골목에서는 통째로 굽는 오징어 냄새가 관광객들의 발길을 잡았다.
발 디딜 틈 없이 관광객들로 북적대던 이날 신진항 하늘에는 관광객을 반기기라도 하듯 수 백 마리의 갈매기떼가 상공을 선회하고 있다.
수산시장을 찾은 관광객들은 처음 보는 광경에 놀란 듯했지만 잠시 후 이내 카메라를 꺼내들고는 갈매기떼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기에 여념이 없었다.
하지만, 이들의 뒤에서 한숨을 내쉬고 있는 사람들이 있었다. 바로 수산시장 상인들.
갈매기떼가 모여들어 관광객들에게는 새로운 볼거리를 제공해주고 있었지만 상인들의 표정을 보니 그 모습이 그리 달가워 보이지 않는 모양이다.
왜 일까? 궁금해서 자주 들르는 단골집 상인에게 이유를 물었다. 그랬더니 한숨을 내쉬며 하소연을 하기 시작했다.
수산시장 골칫거리 갈매기, 수산물 낚아채고 배설물도 난무
▲ 수산시장 상인들의 딜레마신진도 수산시장 상인들은 수산물도 팔아야되고, 갈매기도 지켜야 하는데 덮개를 덮어놓자니 갈매기는 막을 수 있지만 수산물이 가려져 관광객들이 볼 수 없으니 지키면서 달려드는 갈매기를 내쫒을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 김동이
"갈매기떼가 몰려들면 어디 가지도 못하고 하루 죙일 여기 서서 지키고 있어야 돼"
"뭘 지켜요?"
"뭐긴 뭐여 수산물이지. 잠시만 한눈 팔고 있으면 날아와서 수산물을 채 가니께"
"에이. 갈매기가 무슨 수산물을 물고 간다고 그래요? 사람들이 이렇게 잔뜩 있는데"
상인과 이런 대화를 나누고 있는 동안 갑자기 갈매기 한 마리가 매서운 속도로 날아오더니 이내 관광객들에게 팔려고 내놓은 대하 한 마리를 물고 잽싸게 날아간다.
"잠시만 한눈 팔면 저런다니까. 오늘 벌써 한 만 원어치는 물고 갔을껴"
방금 눈앞에서 펼쳐지는 광경을 목격하고도 믿을 수 없었다. 정말 갈매기들이 겁을 상실했나보다. 사람들이 잔뜩 모여 있는데도 그 사이를 뚫고 잽싸게 수산물을 낚아 채 갔다.
대하를 낚아 챈 갈매기는 멀리 도망가지도 않고 마치 상인을 우롱하듯 바로 위 상공에서 먹이를 꿀꺽하고는 다시 유유히 상공을 선회하기 시작했다.
"에이~ 이 눔의 갈매기 X끼들!"
"또 왜요?"
"팔에 X 떨어졌어. 드러워"
이번에는 또 갈매기 배설물이 말썽이다. 먹고 싸고 참 이놈들 양심도 없다. 훔쳐먹는 것도 모자라 이제는 배설물 원자탄을 시도때도 없이 투하하고 있으니 말이다.
사상 최악의 기름유출 사고를 극복하고 이제 막 조업활동이 활기를 찾고 있고, 이로 인해 수산시장 상인들의 얼굴에도 그림자가 걷히고 있는 마당에 수산물 도둑인 갈매기 때문에 또 다른 걱정거리가 생겨 상인들은 울상이다.
특히, 겁 없이 조금의 틈만 있으면 달려들어 수산물을 낚아 채 가는 갈매기를 퇴치(?)할 뾰족한 방법이 없다보니 더 속상하다. 손님들이 오면 회도 떠야 하고, 포장도 해야 되는데 잠시라도 자리를 비우면 갈매기가 달려들기 때문에 아무리 바빠도 한 명은 갈매기를 지켜보고 있어야 된다.
그렇다고 수산물을 덮어놓고 있자니 갈매기로부터 수산물은 보호할 수 있지만 수산시장을 지나다니는 손님들이 수산물을 볼 수 없으니 그마저도 좋은 방법이 되지 못한다.
"어쩔 수 없어. 지키고 서 있는 수밖에…."
주말을 맞아 수산시장을 찾은 많은 관광객 덕분에 오징어가 동이 날 정도로 수산시장 매출은 많이 올려 한편으로는 다행이지만 새로운 골칫거리로 등장한 갈매기 때문에 걱정거리 하나가 생겼으니 마음 편할 날이 없다.
덧붙이는 글
유포터에도 송고합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