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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단체 "우린 현 위원장 인정 못합니다"

[현장] 현병철 새 위원장, '자진사퇴' 구호속 취임

등록|2009.07.20 15:46 수정|2009.07.20 17:16

▲ 현병철 신임 국가인권위원장이 20일 오후 3시, 국가인권위원회 10층 인권교육센터 별관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읽고 있다. ⓒ 서유진


▲ 인권단체 활동가들이 취임식장에서 현 위원장 자진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 서유진




[2신 : 20일 오후 4시]   현병철, '자진사퇴' 구호 속에 인권위원장 취임 15분만에 끝난 취임식... "위원회 둘러싼 논란에 합리적 대안 찾겠다"   인권단체 활동가들의 항의 속에 현병철 국가인권위원장이 취임식을 마쳤다. 이날 취임식은 예정대로 20일 오후 3시 국가인권위 건물 10층 인권교육센터 별관에서 열렸지만, 행사는 위원장 취임사 낭독만으로 15분 만에 끝났다.   현병철 위원장은 이날 취임사에서 국가인권기구 독립성과 관련 "외부의 어떠한 압력과 간섭도 받지 않고 오로지 국민들의 인권향상에 매진해야 한다"면서 "위원회를 둘러싼 적잖은 논란에 대해 제가 오랫동안 쌓은 경험과 균형감각으로 합리적인 대안들을 찾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또한 현 위원장은 "조직을 축소하는 과정에서의 상처를 씻고 조직이 다시 활력을 찾도록 하는 데도 열과 성을 다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인권위의 자기혁신"을 강조했다. "독립기구로서의 위상에 맞는 책임을 다하기 위한 내부 혁신과 자기 점검에 한시도 게을리하지 말자"고 당부했다.   인권단체들에 대해서도 우호적 태도를 보였다. 그는 "국가인권기구는 그 설립 과정에서부터 인권단체 여러분들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태어났듯이 우리 인권위 직원들만의 것이 아닌 인권 공동체의 공공자산"이라면서 "때로는 협력하는 인권 동반자로서 위원회를 성원하고 때로는 매섭게 비판하면서 지켜봐달라"고 요청했다.   인권단체들 "우린 현병철 위원장 인정 못합니다"  
그러나 이날 현 위원장 자신을 "매섭게 비판하면서 지켜"보던 인권단체 활동가와의 소통은 이뤄지지 않았다.   현 위원장이 고개를 숙인 채 취임사를 읽는 동안 활동가들 10여명은 "지금 사퇴하는 것이 인권에 기여하는 길입니다" "날치기 인사 인정할 수 없습니다" "꼭두각시밖에 되지 않는 위원장 안됩니다"라고 소리쳤다.   현 위원장이 취임사에서 "경제위기 이후 우리의 인권 현실"을 언급할 때는 "낙하산 인사가 우리 현실입니다"고 외쳤고, "경제적 약자"를 언급할 때는 "지금 밑에 있는 사람(건물 안에 들어오지 못한 휠체어장애인)들이 약자입니다"고 외쳤다.   인권위 직원들을 향해서도 "저런 위원장 받아들일 수 있냐, 이딴 취임사 그냥 듣고 계실 거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단상 쪽을 향하다가 인권위 직원들에게 가로막히자, 인권단체들의 항의는 더욱 거세졌다. "이러려고 인권위 들어왔냐, 인권위가 (설립 초기) 대통령 직속기구 되는 것을 우리가 막았다, 어떻게 이럴 수 있냐"면서 거칠게 항의했다.   취임식에 참석한 인권위 직원들은 어두운 표정으로 상황을 지켜봤으며, 취임사가 끝난 뒤 말없이 박수를 쳤다.   현 위원장은 취임사를 마친 뒤, 인권단체들의 요구대로 공개질의서를 전달받은 뒤 곧장 취임식장을 빠져나갔다. 기자들이 심경을 물었지만 그는 "이 상황에서는 얘기할 수 없다"는 한마디만 한 채 입을 굳게 다물었다.  

▲ 20일 오후 1시께, 현병철 신임 국가인권위원장이 국가인권위 건물 13층 위원장실로 들어가려다가 인권단체활동가들에 가로막혀있다. ⓒ 권박효원


[1신 : 20일 오후 2시 40분] "취임 기념 첫 행사가 인권침해냐?"

현병철 국가인권위원장의 취임 첫날 풍경은 '인권침해'와 '몸싸움'이었다.

현 위원장이 국가인권위원회에 들어온 20일 오후 1시 직후 경찰 70여 명은 방패를 들고 건물 입구에 서서 인권단체 활동가들을 가로막았다.

이 과정에서 경찰은 인권단체 활동가들 3명은 물론 휠체어 장애인 2명을 계단 아래 인도로 끌어내리고 경사로를 막았다.

인권단체 활동가들은 경찰 방패 앞에 앉은 채 인권위원장 사퇴를 요구하면서 몸싸움을 벌였다. 장애인들도 휠체어에 앉은 채 경찰과의 대치를 이어나갔다. 양쪽은 오후 2시 30분 현재까지도 밀고 밀리는 몸싸움을 계속하고 있다.

경찰은 이날 오전 9시 30분부터 건물 엘리베이터를 막았고, 이곳 11층에서 농성 중이던 장애인단체 소속 휠체어장애인들은 아침식사를 하러 지하에 내려갔다가 오전 11시까지 발이 묶였다. 이후에도 경찰이 입구 경사로를 막는 바람에 휠체어 장애인들은 건물 안에 들어오지 못했다.

"지금 사퇴하십시오"... 마주 선 현병철 위원장-인권단체 활동가들

현병철 인권위원장의 출근도 순조롭지 않았다. 현 위원장은 오후 1시 인권위원회 건물에 도착했지만, 위원장실이 있는 13층 입구에서 대기하고 있던 인권단체 활동가 20여 명에 가로막혔다.
현 위원장을 만난 인권단체 활동가들은 "인권위 독립성 어떻게 지킬 것이냐", "공권력에 의한 인권침해는 어떻게 대응할 것이냐"고 따져물으며 "자리 욕심내지 말고 학자적 양심에 따라 지금 사퇴하라"고 요구했다. 한 활동가는 "우리가 이 꼴 보려고 (설립 초기) 국가인권위 만드는 싸움을 한 줄 아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 위원장은 "이런 상황에서는 어떤 말도 할 수 없다, 취임사에 여러분이 원하는 답이 다 있다"면서 "정상적인 업무가 진행되도록 협조해달라"고 말했다. 그러나 인권단체 활동가들은 물러서지 않았고, 결국 현 위원장은 위원장실에 들어가지 못하고 12층 사무총장실로 자리를 피했다.

이 자리에서 김칠준 사무총장은 인권단체 활동가들에게 "여러분 의견은 전달됐을 것이다, 더 이상 (저지행동을) 하면 서로 불행해질까 봐 대단히 걱정된다"면서 "이후 행사가 차질 없이 진행되도록 부탁한다"고 말했다.

김 사무총장은 "위원회는 개인의 것이 아니라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의 위원회"라고 강조했다. 경찰의 출입통제에 대해서는 "경찰이 자체적 판단에 따라 입구를 막았다, 병력 철수를 요청했는데 어찌된 영문인지 철수하지 않고 있다"고 해명했다.

▲ 취임식을 앞둔 오후 1시, 경찰이 국가인권위원회 건물 입구 경사로를 막자 인권단체 활동가와 휠체어장애인이 항의하고 있다. ⓒ 서유진



"인권침해 현장보다 취임식이 급했나"

그러나 이에 대해 인권단체 활동가들은 "취임 기념 첫 행사가 인권침해냐"면서 경찰과 인권위를 함께 비난했다.
이들은 "인권위가 부르지 않았다고 책임을 피할 것이 아니라 현 위원장이 지금의 인권침해 현장부터 함께 해야 한다"면서 인권위 직원들에게도 "국가인권위를 지키지 못한 결과가 이것이다, 뼛속까지 반성하라"고 외쳤다.

또한 활동가들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내놓은 공개질의서를 통해 "자신에 대해서도 인권의 잣대를 들이대지 못한다면 국가인권위는 역사의 뒤편으로 사라져버리고 말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자리에서 류성 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는 "지금 인권위원장에 취임하려면 코앞에서 벌어지는 인권침해를 봐야 할 것 아니냐, 자기 취임식이 바쁘다고 그냥 들어간 것부터가 인권위원장으로 자격이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현 위원장을 비난했다.


현병철 국가인권위원장을 위한 '인권감수성 테스트'
인권단체들, 자격검증을 위한 공개질의서... 독자들도 풀어보세요
인권단체들은 20일 오후 2시께 기자회견에서 현병철 국가인권위원장의 자격검증을 위한 질의서를 보냈다.

여기에는 "인권인식과 감수성의 기본이라 할 것과 국가인권위의 장이라면 당면하게 될 문제 중에서 뽑았다"는 13가지 질문이 담겨 있다. 국가인권위원장의 인권감수성을 확인하기 위한 시험지인 셈이다. 현병철 인권위원장이 풀어야 할 인권 문제는 다음과 같다.

1. 인권교육연구학교로 지정된 한 초등학교에서 현병철씨에게 특강을 요청합니다. 어린이들에게 인권의 의미를 알기 쉽게 소개해 달라는 겁니다. 이 특강을 진행한다고 생각하시고 간단하게 몇 마디 해주시기 바랍니다.

2. 지난해 10월 국가인권위원회는 촛불집회에서 일어난 경찰의 과잉진압 책임을 인정하고 재발방지를 요구하는 권고를 내놓은 바 있습니다. 올해 6월, 국가인권위원회는 한나라당 의원들이 발의한 집시법 개정안들에 대해서도 기본권을 과도하게 제한하고 있다는 의견을 내놓았고, 노동부장관이 제출한 비정규직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되려 비정규직을 확산할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놓은 바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현병철씨의 의견은 무엇이며 앞으로 국가인권위원회는 무엇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3. YTN 노조위원장 등 언론인 구속과 관련해, 지난 4월 영국의 시사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미친 탄압병(Mad bullying disease) : 공격받는 언론 자유'라는 기사를 통해 "이명박 정부의 언론인 구속이 개성공단 직원을 억류한 북한보다 충격적"이라고 비판한 바 있습니다. 또한 국제앰네스티 동아시아 지역 담당 노마 강 무이코 조사관 역시 YTN 노조원 구속과 광우병 보도 PD수첩 제작진 기소 등을 언급하며 "최근 한국에서 언론의 자유가 침해받는 등 인권상황이 후퇴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현병철씨의 의견은 무엇이며 국가인권위원회는 무엇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4. 현병철씨는 민법을 전공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한국 민법에는 인권의 가치와 상충되는 내용들이 꽤 많이 포함돼 있습니다. 특히 여성 인권의 관점에서 볼 때 그렇습니다. 현행 민법에서 개선돼야 할 반인권 조항을 세 가지 정도 꼽아주시기 바랍니다.

5. 국가인권위원회는 한국사회의 여러 차별 문제를 해소해야 할 책임을 갖고 있습니다. 특히 성차별, 연령차별, 장애차별은 관련법에 따라 국가인권위가 특별한 수임으로 안고 있는 차별문제이기도 합니다. 한국을 방문한 유엔인권기구 관련자가 물었습니다. "한국에서 가장 문제시되는 성차별, 연령차별, 장애차별은 무엇입니까?" 현병철씨는 이 질문에 어떻게 답하시겠습니까?

6. 반년 가까이 해결이 되지 않고 있는 용산참사와 관련하여 유가족들은 검찰 수사기록 공개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검찰은 아직도 수사기록을 공개하지 않고 있는데요. '진실을 알 권리'와 사법정의 차원에서 이 문제를 바라본다면 검찰의 바른 태도는 무엇이겠습니까? 덧붙여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해 국가인권위원회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있다면,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7. 인권 보장을 요구하는 사회적 약자, 소수자의 목소리는 늘 가까이에 있습니다. 그래서 묻겠습니다. 현병철씨가 재직한 한양대학교도 인권현장입니다. 한양대학교에서 근무하고 있는 비정규 강사들, 청소 노동자, 재학생들이 개선을 요구하고 있는 학내 인권문제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말씀해주십시오. 직접 들어본 적이 없다면 본인이 추측하는 바라도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8. 한국은 '유엔 시민·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의 가입국입니다. 이건 기본적으로 아실 줄 압니다. 이 규약에 따라 설치된 유엔자유권위원회는 한국정부에 국가보안법을 폐지할 것을 여러차례 권고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한국정부는 이를 이행하지 않았고, 국가보안법 존치론의 공공연하게 주장하는 제성호씨가 현 정권의 인권대사 직을 맡고 있습니다. 이 사실에 대한 현병철씨의 입장은 무엇이며 국가인권위원회가 무엇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9. 우리 사회 곳곳에서는 인권 보장을 요구하며 높은 철탑이나 굴뚝 위에서 위태롭게 농성을 벌이는 노동자들의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현재 국가인권위원회에도 장애인들의 농성이 진행되고 있지요. 그런데 농성을 풀도록 만들기 위해 경비원들이 식량이나 물, 전기 공급을 차단하는 일도 잦고 경찰력을 투입해 농성자들을 끌어내는 일들도 잦습니다. 인권의 관점에서, 이런 조치는 어떻게 봐야 할까요?

10. 아래와 같은 사례는 재개발이 벌어지는 동네에서 흔한 일입니다. 다음 사례에 등장한 세입자 동수네에게 기본적으로 보장되어야 할 권리는 무엇인지, 재개발 시 세입자에게 최소한 마련돼야 할 대책은 어떤 것들이 있을지 말씀해주시기 바랍니다.

초등학교 5학년인 동수는 할머니와 초등학교 2학년 동생과 함께 셋집에서 살고 있습니다. 동수의 어머니는 동수가 일곱 살 때 돌아가셨고, 아버지는 몇 해 전 직장에서 해고된 뒤 전국을 떠돌며 살고 있습니다. 아버지가 정말 가끔씩 생활비를 부쳐주시지만 그걸로는 세 식구 살기가 만만치 않습니다. 할머니가 근처 시장 노점에서 국수를 팔아서 세 식구가 겨우 먹고 삽니다. 그런데 갑작스레 동수가 살고 있는 동네에 재개발을 한다면서 집주인이 이달 말까까지 방을 비어달라고 합니다. 시장도 철거된다고 하고요. 동수네는 모아둔 돈도 없고 어디로 이사를 가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11. "차이를 인정하면 차별 없는 사회가 열립니다." vs. "차이가 차별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권력이 차이를 만들어낸다." 이 두 문장을 이용해 차이와 차별의 관계를 설명해주시기 바랍니다.

12. 한국에는 국민권익위원회와 국가인권위원회가 있습니다. 지난해 현 정부가 두 기구를 통합하려 해 빈축을 산 일도 있습니다. 이 두 기관의 기본적인 차이를 말씀해보시길 바랍니다.

13-1. 국가인권위원회에 대한 대표적인 오해는 독립성을 둘러싼 것입니다. 국가인권위의 독립성을 공격하는 측에서는 설립 과정에서부터 최근까지도 소속이 없다는 이유로 헌법상 삼권분립원칙에 어긋난다고 트집잡아왔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독립기구여야 할 이유는 국제인권기준에 명시돼 있습니다. 독립기구여야 할 이유와 소속 없는 국가기구가 위헌이 아닌 이유를 말씀해보시길 바랍니다.

13-2. 이명박 정권 들어 국가인권위원회는 21% 조직 축소가 되었습니다. 조직 축소가 적절했다고 생각하시는지 답해주시기 바랍니다. 또, 정부가 이렇게 국가인권위원회의 독립성을 훼손해도 괜찮은 건지 입장을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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