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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생태 길눈이'가 지구를 지킨다

[대안을 실천하는 시민들] 우리 동네 생태지도 그리기 ①

등록|2009.07.20 16:25 수정|2009.07.20 21:56
서울 강북구 인수동에 사는 친구 8명(재혁, 영준, 윤정, 영기, 솔이, 수지, 윤환, 재원)이 '마을생태 길눈이'가 되려고 뭉쳤다. 7월부터 8월까지 매주 일요일 2~3시간씩 모여 우리 동네인 인수동 516번지와 작은 숲속의 생태지도를 그리기로 의기투합한 것이다. '길눈이'란 말이 낯설다. '가이드'라고 하면 느낌이 올꺼다. '마을생태 길눈이'는 마을 사람이면서 마을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마을의 생태를 잘 알아서 주변 사람들(아이들까지도)과 소통할 줄 아는 사람이다.

건설사에서 조경업무를 담당하는 '재혁(33)', 지역에서 청소년들을 만나며 활동하는 '영준(31)', 지역시민단체 간사 '윤정(31)', 복지관에서 일하는 '영기(30)', 어린이집 교사 '솔이(30)', '수지(28)', 컴퓨터 프로그래머 '윤환(29)', 대학생이면서 학내 텃밭을 일구는 '재원(28)'. 이렇게 다양한 사람들이 뭉쳐 동네 생태지도를 만들려는 이유는 첫째로 생태 감수성을 기르고 싶어서이고, 둘째로 동네를 돌며 나무와 꽃 그리고 곤충 들을 동네 아이들에게 이야기해주고 싶어서이다.

인수동 '마을생태길눈이' '마을생태 길눈이'는 마을 사람이면서 마을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마을의 생태를 잘 알아서 주변 사람들(아이들까지도)과 소통할 줄 아는 사람이다. 왼쪽부터 재혁, 윤정, 솔이, 수지, 재원, 윤환, 영준 사진찍은 사람 영기 ⓒ 정재혁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자연 속 친구들'을 공부하는 일이 생태적 감수성을 끌어 올리는 일이다. 그동안 함께 했지만, 알아보지 못했던 '친구들'. 그 이름과 얼굴, 성장 과정, 절기 별 변화는 어떤지 공부하는 것. 그래서 마을의 아이들에게 이야기로 잘 펼쳐줄 수 있는 이모 삼촌이 되는 것. 그것이야 말로 지역운동이고, 공동체운동이고, 환경운동이다. 이는 20세기를 주도해온 '건설미학'을 극복하고 '생태미학'을 우리들 가슴 속에 심는 작은 실천이고, 이 시국에 절실한 일임을 믿기 때문이다.

어떻게 해야 할 바를 모를 때, 앞서 배움을 시작한 좋은 스승(선생)을 만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적극적으로 찾아 만나라! 언제나 그들은 '사람'을 기다린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에게도 강북지역에서 활발하게 생태교육활동을 하고 계신 방미숙 선생님을 만난 것은 감사한 일이다. 선생님도 젊은이들이 이렇게 '생태'에 관심을 가져준 것에 감사한다고 말씀하셨다.

숲 해설가 '방미숙' 선생님자연을 인격화 해서 바라보는 관점을 제시해 주셨다. 그리고 생태적 감수성을 자기화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셨다. 선생님 덕분에 자연을 더 만나고 싶어 졌고, 공부하고 싶어졌다. 선생님 뒤로 담쟁이가 벽을 오르고 있다. 우리도 담쟁이처럼 '4대강 죽이기'라는 절망의 벽을 희망으로 넘어서야 겠다. ⓒ 정재혁


둘러 앉아 서로를 소개하면서 왜 '마을생태'에 관심을 갖게 되었는지 이야기를 나누었다. 마음을 새롭게 하는 시간이었다. 이후 방미숙 선생님의 강의가 이어졌다. 갈 바를 모르던 양들이 길을 찾은 기분이랄까?

동네 생태지도 그리는 방법

우선 나무(목본)와 풀(초본), 그리고 곤충 이렇게 3가지로 나누어 접근한다. 역시 가장 눈에 띄는 건 '나무'이기 때문에 '나무'를 중심으로 생태지도를 만들기 시작한다. '나무'→'풀(꽃)'→'곤충'으로 범위를 넓혀가며 생태지도를 완성하면 된다. 자! 그럼 시작해 보자.

 ① 동네 지도를 준비하라.

생태탐사를 위해 우선 '지도'가 필요하다. 인터넷에서 우리 동네 지도 이미지를 쉽게 구할 수 있다. 처음부터 욕심낼 필요 없다. 범위는 작게 시작하자.

 ② 갈림길에 어떤 나무들이 있는지 조사하라.

지도는 위치를 표시하고, 방향을 잡기 위해 필요하다. 도시에서 길을 가르쳐 줄 때, 방향의 기준이 되는 것은 '건물'이다.

"앞으로 쭉 가시다가 '10층짜리 큰 건물'이 나오면 끼고 오른쪽으로 돌아가시면 됩니다."

대답은 친절하지만, 왠지 삭막하다. 그러나 나무가 기준이 된다면 왠지 모를 신선함과 따뜻함을 느낄 수 있다.

"앞으로 쭉 가시다 보면 '커다란 살구나무'가 나오거든요. 그걸 끼고 왼쪽으로 돌아가세요."

'방미숙'선생님과의 대화 무엇때문에 이 일을 시작했는지, 어떻게 해나가야 하는지 차근차근 설명해 주셨다. 갈 바를 모르던 양들이 길을 찾은 기분이랄까? ⓒ 정재혁


 ③ '나무'는 한 번에 두 종류만 찾아라!

한 번에 두 가지 종류의 나무만 정해서 찾는 것이 좋다. 예를 들면, 첫날은 감나무와 살구나무만 찾도록 한다. 이를 위해 미리 준비한 도감에서 각 나무의 잎과 꽃, 줄기, 열매의 특징을 살핀다. 그리고 동네를 돌면서 나무 위치에 스티커를 붙이고, 나무의 키와 몇 그루가 함께 있는지를 적어 둔다.

하루에 두 종류라고 무시하지 말자. 위치를 표시하고, 해당 나무의 이런 저런 이야기를 인터넷과 도감에서 찾아 지도 옆에 주석을 달아 놓는다. 이후 훌륭한 교재가 될 것이다. 예상 했겠지만 하루아침에 끝날 일이 아니다. 나무를 어느 정도 끝내고 나면 초본으로 넘어간다.

 ④ 초본은 군락으로 찾아라!

풀(꽃) 등 초본은 '군락'으로 스티커를 붙인다. 이유는 간단하다. 두 개의 민들레를 발견했다고 지도에 표시하면, 누가 꺾어 갔을 수도 있고, 내년에 다시 그 위치에서 피어날 것이라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럼 어느 정도 있을 때 '군락'이라 말하는가? 박미숙 선생님은 손으로 이정도(대략 가로 1m 세로 30cm 정도)를 그리시면서 '군락'이라고 말해 주셨다. 특별히 다년생 식물일 경우 '군락'을 이루지 않아도 표시하면 된다고 한다. 초본일 경우 발견된 날짜, 다년생인지, 일(이)년생인지 써 놓아야 한다.

 ⑤ 곤충은 두 달에 한번 정도 조사하라!

어른 눈에야 '나무'와 '꽃'이지만 아이들 눈에는 살아 움직이는 '곤충'이 역시 호기심 대상이다. 다시 말해서, 아이들은 '곤충'을 가장 좋아한다.

보통 식물에 애벌레가 식물에 해를 입힌다고 생각하는데, 성충이 되면 화분수정을 해주는 고마운 동물이다. 자연의 모든 것들은 이렇게 서로 돕는다. 이런 걸 어려운 말로 상호부조라고 한다. 유전자적으로 자연만물은 그것을 알고 있다. '근대'라는 시기를 보내면서 인간만 모르는 것이 되었다.

땅콩을 좋아하는 애벌레는 깻잎 잎사귀를 싫어하고, 깻잎 잎사귀를 좋아하는 애벌레는 땅콩을 싫어한단다. 고추와 깨도 마찬가지다. 생태지도를 만들면서 찾아낼 수 있는 것 중에 하나라고 선생님이 알려주셨다.

아름다운 마을 인수동 516번지 지도 우리가 조사할 마을이다. 지도에 건물밖에 없다. 여기에 꽃과 나무가 그려질 것이다. 함께 했지만 지도상에서 배제되었던 이들의 자리를 찾아 주는 일이다. ⓒ 네이버 지도


다시 한 번 '생태'살림꾼 방미숙 선생님께서 우리의 길눈이 되어 주신 것에 감사하게 된다. 자 그럼 이제 지도를 가지고 밖으로 나가 볼까?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아름다운 마을신문 www.welife.org 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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