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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일작가 기념 반대' 최정규 시인, '행동하는 시민상' 수상

열린사회희망연대, 창립 10주년 맞아 제정... 최정규 시인, 유치진·유치환 반대 운동

등록|2009.07.20 19:09 수정|2009.07.21 12:25

▲ 최정규 시인은 열린사회희망연대에서 제정한 '행동하는 시민상'을 수상한다. 사진은 최정규 시인이 2004년 6월 정보통신부 앞에서 통영중앙우체국을 '청마우체국'으로 개명하는데 반대하며 1인 시위를 벌이는 모습. ⓒ 민족문제연구소

친일작가 유치진·유치환의 기념사업 반대 활동을 벌여 온 최정규(58) 시인이 '행동하는 시민상'(상금 200만원)을 수상한다.

열린사회희망연대(공동대표 이동근·박철·조광호 등)는 창립10주년을 맞아 '행동하는 시민상'을 제정하고 첫 수상자로 최 시인을 선정했다.

경남 통영에 사는 최 시인은 1990년대부터 유치진·유치환의 기념사업 반대 운동을 벌여왔다. 통영의 한 단체가 남망산에 유치진 흉상을 설치했는데 '친일작가 유치진 흉상철거 대책위원회'가 결성되자 최 시인이 대표간사를 맡았다. 남망산 공원 안에 있던 유치진 흉상은 1995년 2월 26일 철거되었다.

또 2000년대 들어서는 지역에서 유치환 기념사업도 일어났다. 2004년 통영 문인단체가 통영중앙우체국을 유치진이 통영에 살았을 때 자주 이용했다고 해서 아호를 따서 '청마우체국'으로 이름을 바꾸려고 하자, 최 시인은 정보통신부에 진정서를 내고 1인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통영시와 통영예총 등이 2008년 '유치환 탄생 100주년 기념사업'을 벌일 때 최 시인은 '친일작가 유치환 기념사업 반대 시민연대' 공동대표로 있으면서 다양한 활동을 벌였다.

최 시인은 그동안 <터놓고 만나는 날><통영바다><돌지 않는 시계 바늘><둥지 속에서> 등을 펴냈으며, 현재 경남민예총 수석부회장과 통영거제환경운동연합 공동의장, 일본군위안부와함께하는통영거제시민모임 운영위원 등을 맡고 있다.

열린사회희망연대는 1999년 7월 22일 '행동하는 시민, 아름다운 세상'이란 구호를 내걸고 창립했다. 이동근 공동대표는 "앞으로 희망연대의 사회적 역할과 위상을 더 높이기 위해 제정한 '행동하는 시민상'을 시상하기로 했다"면서 "첫 수상하는 최정규 시인께 뜨거운 축하와 격려를 보낸다"고 말했다.

김영만 전 열린사회희망연대 대표는 "민족문제연구소에서 조만간 <친일인명사전>을 편찬할 것으로 아는데, 유치환이 포함될 경우 기념사업을 벌여온 자치단체나 문학단체에 부담이 될 것이고, 포함되지 않을 경우 면죄부처럼 비춰질 수 있다"면서 "그런 상황 속에 그동안 온갖 어려움 속에 친일작가 기념사업 반대운동을 벌여온 최정규 시인이 '행동하는 시민상'을 수상한 것은 매우 의미있다"고 말했다.

10주년 기념식-시상식, 오는 22일 마산 사보이호텔

이 단체는 "'행동하는 시민, 아름다운 세상'이란 구호는 희망연대의 창립정신을 한마디로 표현한 말이며 동시에 단체의 기본 입장이나 행동 지침을 밝힌 강령인 셈이다"며 "불의, 부당한 권력과 강자의 횡포와 폭력, 그리고 이 세상의 모든 위선에 침묵하고 방관, 외면하는 것은 악을 돕는 일이기 때문이다"고 밝혔다.

열린사회희망연대는 "창립 10주년을 맞이하여 회원들의 뜻을 모아 '행동하는 시민 상'을 제정하고 행동을 통해 많은 이들에게 모범이 되는 분들을 찾아 감사와 격려를 드리고자 한다"고 시민상 제정 취지를 밝혔다. 

수상자 선정 기준을 보면, "우리사회의 일각에서 꾸준히 친일청산 운동을 실천하고 이를 통해 사회정의와 역사정의를 바로세우고 상식과 원칙이 통하는 세상을 만드는 일에 혼신의 노력을 기우린 개인과 단체"거나 "민주, 인권, 평화, 통일 등 우리사회의 소중한 가치를 지키고 실천하는 일에 헌신해 온 개인과 단체" 등으로 되어 있다.

이 단체는 시민상을 비정기적(매년 또는 격년)으로 운영한다. 또 이 단체는 "수상자는 이미 사회적으로 그 활동과 인품이 검증이 되었거나, 3인 이상의 지인을 통해 다양한 측면의 검증과 확인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면서 "시상금 일부를 후원금으로 되돌려 받는 일은 금한다"는 원칙도 세웠다. 열린사회희망연대는 최 시인의 시민상 기념패에 다음과 같이 새겼다.

"귀하는 민족반역이 죄가 되지 않는 나라, 기회주의가 능력으로, 변절이 용기 있는 결단으로 평가받는 사회, 친일청산운동이 증오의 대상이 되는 지역 풍토 속에서 진실을 밝히고 역사정의를 바로 세우는 일에 혼신의 노력을 다하셨습니다. 스스로 택한 어렵고 힘든 이 일은 원칙을 지키고 상식이 통하는 사회를 갈망하는 많은 이들로부터 높이 평가 받아 마땅한 의로운 시민 행동입니다. 그동안 참기 힘든 온갖 수모와 역경 속에서도 한 치의 흔들림 없이 신념과 양심에 따라 친일청산운동을 쉼 없이 펼쳐 오신 노고에 존경과 위로의 마음을 담아 이 상을 드립니다. 2009년 7월 22일. 열린사회희망연대."

최 시인은 "사실을 사실대로 밝히고 진실을 진실이라 말하는 일이 상식이고 순리인데도 불구하고 철저히 무시되고 배척되어지는 뼈아픈 현실 속에서 우리나라 사회악의 근원 중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가 무엇인지 짚어보면서 근원적인 명제인가를 되새기게 된다"면서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 더불어 사는 세상을 만들어 가는 희망연대의 제단 위에 도끼날보다도 도끼 자루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평소 다짐을 조심스럽게 얹어본다"고 말했다.

열린사회희망연대는 10년 동안 다양한 활동을 벌여 왔다. '마산 회원동 소재 5.16군사혁명기념비' 철거운동과 '진해 10월유신탑 철거운동', '김주열 열사 흉상 제막', '6.15 남북공동선언 실현을 위한 60일간 통일 대장정', '김주열 거리 제정 건의', '부산아시안게임 참가 북녘 선수단 응원단 활동', '조두남 기념관 반대 운동', '이라크 전쟁 시 인간방패 배상현씨 파견', '마산 이은상샘 철거운동과 안내판 설치' 등을 벌였다.

열린사회희망연대는 오는 22일 오후 6시30분 마산 사보이호텔에서 "창립 10주년 기념식과 '행동하는 시민상' 시상식"을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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