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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내 눈물 보인 정세균 "의원직 사퇴 결행할 것"

"패배 책임지겠다"... 이강래 원내대표 동반 사퇴할 듯

등록|2009.07.22 18:43 수정|2009.07.23 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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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 보인 정세균 "의원직 사퇴할 것" ⓒ 박정호





[기사 보강: 22일 저녁 7시 5분]

민주당 정세균 대표가 미디어 관련법을 저지하지 못한 책임을 지고 의원직을 사퇴하겠다고 전격적으로 발표했다.
정 대표는 22일 오후 한나라당의 미디어법 단독 처리 직후 국회의사당 본회의장 앞 로텐더홀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이같은 뜻을 거듭 밝혔다.

정 대표와 함께 의원직을 걸고 원내투쟁을 지휘한 이강래 원내대표도 동반 사퇴할 것으로 보인다.

정 대표는 의원총회에서 "나와 이강래 원내대표는 (약속대로) 의원직 사퇴를 결행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그는 "우리가 열심히 싸웠지만 힘이 부족했기 때문에, 거기에 대한 책임을 지고 의원직을 사퇴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이날 단식 나흘째를 맞는 정 대표는 설마했던 여당의 직권상정 강행처리에 허탈한 모습이었다.

"당직자들 수고했다"는 인사말을 하는 정 대표의 목소리는 떨렸다. 자리로 돌아가 앉아서는 끝내 눈물을 보이고 말았다.

▲ 나흘째 단식중인 정세균 민주당 대표가 22일 한나라당이 끝내 미디어법 강행처리를 시도한 데 대해 의장석쪽으로 항의하러 가려하자 정태근 차명진 의원 등이 정 대표를 밀어내고 있다. ⓒ 남소연

▲ 한나라당이 22일 전례없는 재표결에 대리투표 논란까지 일으키며 미디어법을 강행처리하자 나흘째 단식농성중인 정세균 민주당 대표가 안상수 원내대표에게 항의하러 가기 위해 단상을 내려오고 있다. ⓒ 남소연




정세균 "지고 말았지만 새로 시작할 것... 장내외 투쟁할 것"

하지만 패배주의에 빠진 것은 아니다. 정 대표는 김형오 국회의장과 한나라당을 비난하면서 강력한 대여 투쟁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무도한 한나라당은 대한민국 의회주의를 파괴하는 전례를 남겼다"면서 "국회는 국민의 뜻을 거부했고, 한나라당은 정권의 하수인으로 전락했다"고 맹비난했다.

김형오 의장과 이윤성 부의장에 대해서는 "국회의장, 부의장 자격이 없는 사람들"이라고 몰아붙였다.

투쟁의지도 더 크게 불태웠다. 정 대표는 "국민적 지지에도 불구하고 우린 지고 말았다"면서도 "이제 우리가 할 일은 새로운 시작을 하는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언론자유 말살과 민주주의 후퇴를 막아야 할 책임은 민주개혁진영에 있다"며 "민주당, 민노당, 창조한국당, 진보신당, 시민단체 모두 힘을 합치면 국민이 지지해주실 것"이라고 민주당을 격려했다. 또 "우리는 장내, 장외에서 있는 힘껏 투쟁하겠다"고 다짐했다.

정 대표는 "더 이상 민주당이 원내에서만 싸우는 것은 의미가 없다"며 "앞으로 어떻게 싸워나갈지는 의원 여러분과 의논해서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언론노조에 대해서도 그는 "못 지켜줘서 미안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야4당, 대리투표 무효 선언... "방송법은 사실상 부결"

▲ 한나라당이 22일 끝내 미디어법 강행처리를 시도하자 국회 본회의장에 입장한 정세균 민주당 대표가 현경병 한나라당 의원 자리에 앉아 표결을 저지하고 있다. 오른쪽은 정대표에게 항의하고 있는 이사철 장광근 의원. ⓒ 남소연

▲ 22일 국회 본회의에 상정된 방송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재적 294인에 재석 145인으로 과반수인 147명을 넘기지 못한 것으로 전광판에 표시되자, 민주당 정세균 대표 등 의원들이 뒤돌아 '부결'을 연호하고 있다. ⓒ 남소연



동반 사퇴를 약속한 이강래 원내대표도 격앙된 목소리로 투쟁을 독려했다. 이 원내대표는 "김형오 의장 퇴진과 이윤성 부의장 사퇴를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하겠다"며 "오늘 언론악법 표결은 원천 무효"라고 성토했다.

▲ 한나라당이 22일 끝내 미디어법 강행처리를 시도하자 나흘째 단식중인 정세균 민주당 대표가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에게 일방적으로 협상을 결렬시킨 데 대해 거세게 항의하고 있다. ⓒ 남소연


특히 그는 대리투표 행위의 불법성을 끝까지 밝혀내겠다고 말했다. 그는 "신문법, 방송법, IPTV법 모두 정상적 의사절차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거듭 비판했다. 이어 "치욕스럽고 부끄럽게 한나라당 의원들은 자신들의 양심을 속이고 대리투표를 했다"며 "사진 자료를 통해 대리투표 부정행위를 입증하고 3개 법안이 원천 무효라는 것을 입증하겠다"고 분명히 밝혔다.

민주노동당 강기갑 대표 역시 "하늘이 도와서, 대리투표한 방송법은 사실상 부결됐다"고 이 원내대표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강 대표는 또 "대리정치는 이제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며 "민생, 남북관계, 환경, 교육, 노동권을 말살하는 이명박 정권을 퇴진시키자"고 호소했다.

창조한국당도 대리투표로 인한 미디어법 처리 무효 주장에 동조하고 나섰다. 김석수 대변인은 "한나라당 의원 상당수가 의장석 주변에 있었음에도 전체 의원들이 투표했다는 것은 모순"이라고 말했다. 방송법 재투표에 관해서도 그는 "국회법 제92조 일사부재의 원칙을 어겼다"고 비판했다.

창조한국당은 이날 처리된 4개 법안에 대해 효력정지가처분 신청을 제기할 예정이다.

한편 민주당은 이날 오후 긴급 의원총회를 열고 "언론악법 원천무효"를 주장하는 결의문을 채택했다. 이들은 결의문에서 국회의장단(김형오, 이윤성)의 사퇴를 강력히 요구했다.

▲ 한나라당이 22일 전례없는 재표결에 대리투표 논란까지 일으키며 미디어법 강행처리를 시도한 국회 본회의장에서 민주당 등 야당의원들이 '원천무효'를 주장하며 '날치기 상정'을 규탄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 남소연


다음은 민주당 결의문 전문.

언론악법은 불법이며 원천무효이다

2009년 7월 22일 오늘 대한민국 민주주의에 조종이 울렸다. 이명박, 한나라당 정권은 국민의 뜻을 정면으로 거스르고 의회 민주주의를 난폭하게 유린하는 폭거를 저질렀다. 저들의 만행으로 국회는 존립의 이유가 위협받게 됐고, 언론의 자유는 말살되게 되었다.

오늘 이명박 대통령의 사주로 한나라당이 날치기 처리한 언론악법은 불법이며 원천무효이다. 저들은 날치기 처리에 급급해 온 국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대리투표'를 저질렀으며, 그러고도 의결정족수를 채우지 못해 재투표까지 벌이는 중대한 잘못을 저질렀다. 방송법 수정안 재투표는 중대한 법적 하자로서 명백히 당연무효다.

우리 국민은 이명박, 한나라당 정권이 저지른 오늘의 폭거와 만행을 똑똑히 기억할 것이며, 냉엄한 심판으로 응징할 것이다.

민주당은 민주주의와 언론자유를 수호하기 위하여 온몸을 던져 국민과 함께 투쟁할 것을 다짐하며, 이에 다음과 같이 결의한다.

하나, 이명박 한나라당 정권이 불법 날치기 처리한 언론악법은 원천무효이며 이를 위하여 법적 대응을 포함한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을 결의한다.

하나, 의회 민주주의를 유린하는데 앞장 선 김형오와 이윤성은 그 직을 즉각 사퇴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

하나, 민주당은 대한민국 민주주의와 언론자유를 수호하기 위하여 온몸을 던져 국민과 함께 투쟁할 것을 결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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