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본회의 참석못한 김형오 의장도 '찬성표'? 국회사무처가 회의록 공개하지 않는 까닭

공개되기 전 국회 표결기록 허점투성이... 대리투표 의혹 사례 적지 않아 효력 논란

등록|2009.07.23 12:09 수정|2009.07.23 15:36

▲ 한나라당이 22일 전례없는 재표결에 대리투표 논란까지 일으키며 미디어법을 강행처리하자 야당의원들이 '원천무효'를 주장하고 있는 가운데 이윤성 국회부의장이 산회를 선포하고 있다. ⓒ 남소연

▲ 22일 국회 본회의에 상정된 방송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재적 294인에 재석 145인으로 과반수인 147명을 넘기지 못한 것으로 전광판에 표시됐음에도 이윤성 부의장이 재표결에 부치자 강성종 민주당 의원이 의장석쪽으로 뛰어올라 거세게 항의하고 있다. 사진 오른편 위쪽으로 누군가가 의장석을 향해 던진 종이뭉치도 보인다. ⓒ 남소연





22일 미디어법 처리를 두고 '재투표-대리투표' 의혹이 일고 있는 가운데, 국회사무처 의사국에서 하루가 지나도록 국회 본회의 회의록을 공개하지 않아 의혹을 증폭시키고 있다.

의사국 의정기록과의 한 관계자는 "재석의원, 찬반 표결 명단을 의사과에서 확정하는데 그것이 아직 제출되지 않아 올리지 못하고 있다"며 "정상적인 상황이었다면 어제 회의록이 올라왔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의사과에서 확정된 명단이 제출되면 바로 회의록을 올릴 예정"이라며 "조금 있으면 올라갈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국회사무처가 이렇게 본회의 회의록을 올리지 않자 언론보도를 통해 제기된 표결의 문제점을 헤아려 재적의원과 찬반 투표 명단을 조정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 22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미디어법 강행처리를 저지하려는 이정희 민주노동당 의원을 한나라당 이은재 정옥임 의원등이 강제로 끌어내고 있다. ⓒ 남소연

▲ 한나라당이 22일 전례없는 재표결에 대리투표 논란까지 일으키며 미디어법 강행처리를 시도하자 민주당 김상희 의원이 '원천무효'를 주장하며 거세게 항의하고 있다. 한나라당 진성호 조원진 의원이 김 의원을 제지하고 있다. ⓒ 남소연




사회권 넘긴 김형오 의장도 방송법·IPTV법에 찬성표 던져

현재 국회 본회의에 참석하지 못했거나 국회 의장석을 지키기 위해 표결에 참여하지 못했던 의원들 중 일부가 미디어법에 표결을 한 것으로 나와 있어 '대리투표 의혹'이 불거진 상태다.

22일 오전 미디어법 직권상정을 선언한 김형오 국회의장은 본회의 사회권을 이윤성 부의장에게 넘기고 본회의에 참석하지 않았음에도 방송법과 IPTV법 개정안 표결에 참여해 모두 찬성표를 던진 것으로 나와 있다.

김 의장의 경우 국회직원을 통해 대리투표가 가능하지만, 이것 역시 본회의 참석을 전제로 한다. 김 의장이 본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대리투표 의혹'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국회의장실의 한 관계자는 "이윤성 부의장이 의장석에서 찬반 버튼을 눌러 '김형오'로 표기된 것 같다"고 해명했다. 실제 국회 표결기록에는 본회의 사회를 진행했던 이윤성 부의장의 경우 불참으로 표기돼 있다. 국회사무처에서 표결 집계를 잘못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대목이다.

▲ 한나라당이 22일 전례없는 재표결에 대리투표 논란까지 일으키며 미디어법을 강행처리하자 나흘째 단식농성중인 정세균 민주당 대표가 안상수 원내대표에게 항의하러 가기 위해 단상을 내려오고 있다. ⓒ 남소연

▲ 한나라당이 22일 끝내 미디어법 강행처리를 시도하자 국회 본회의장에 입장한 정세균 민주당 대표가 현경병 한나라당 의원 자리에 앉아 표결을 저지하고 있다. 오른쪽은 정대표에게 항의하고 있는 이사철 장광근 의원. ⓒ 남소연



또한 국회 표결기록에 따르면, 나경원·이정현 한나라당 의원은 신문법 표결 때 재석의원으로 표시됐다. 게다가 이 의원은 찬성표를, 나 의원은 기권표를 던진 것으로 나와 있다. 하지만 두 의원은 당시 국회 본회의장에 있지 않았다. 나 의원은 국회 본회의장 진입에 실패했고, 이 의원은 한나라당 원내대표실에서 열린 박근혜 전 대표 기자간담회에 배석하고 있었다. 두 의원은 미디어법이 통과된 직후에서야 본회의장에 들어와 금융지주회사법 개정안 표결에 참여해 찬성표를 던졌다.

나 의원은 동료의원이 전해준 말을 빌려 "야당 의원이 내 자리에서 재석 버튼과 반대 버튼을 눌렀다고 한다"며 "이후 동료 의원이 취소버튼을 눌렀지만 투표만 취소되고 재석의원 표시만 그대로 남았다"고 해명했다.

이 의원도 "나는 박근혜 전 대표를 안내하느라 본회의장에 늦게 들어가 금융지주회사법에만 표결했다"고 말해 국회 표결기록이 잘못됐음을 인정했다. 하지만 그는 22일 저녁 10시 30분께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와 "중간에 본회의장에 들어와 신문법인지 방송법인지 모르겠지만 투표를 했다"고 말을 바꾸었다.

미디어법 표결 과정에서 불거진 대리투표 의혹 사례는 더 있다. 심지어 한나라당 의원이 민주당 의원의 투표를 대리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강봉균 민주당 의원은 "박상은 한나라당 의원이 내 자리에 가서 투표하는 걸 보고 항의했더니 찬성한 것을 지우고 재석으로 남겼다"고 주장했다.

신문법 개정안 표결 당시 강 의원은 직권상정을 저지하기 위해 한나라당 의원들과 몸싸움중이었다. 그런데 국회 표결기록을 보면, 강 의원은 재석의원으로 표기됐으며 기권표를 던진 것으로 나와 있다. 이는 누군가 대리투표를 했다는 방증이다.

또한 한나라당 A의원의 경우 다른 의원의 좌석 서너 곳을 돌아다니며 찬성 버튼을 누르는 장면이 CBS <노컷뉴스>에 포착됐다. 이와 함께 본회의가 열린 동안 내내 이윤성 부의장을 호위하던 K의원은 신문법과 방송법에 모두 찬성표를 던진 것으로 나타나 있다.   

국회사무처는 "그러한 사례들은 시스템상의 오류로 보인다"고 해명하고 있다. 하지만 국회의 표결기록 자체가 허점투성이어서 과연 미디어법 처리가 법적 효력을 가질 수 있을지를 둘러싸고 논란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 "오히려 민주당 의원들이 대리투표... 적반하장의 극치"

▲ 한나라당이 22일 전례없는 재표결에 대리투표 논란까지 일으키며 미디어법 강행처리를 시도한 국회 본회의장에서 안상수 원내대표가 찬성표를 던지고 있다. ⓒ 남소연

▲ 22일 국회 본회의에 상정된 방송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재적 294인에 재석 145인으로 과반수인 147명을 넘기지 못한 것으로 전광판에 표시됐음에도 이윤성 부의장이 재표결에 부치자, 한나라당 의원들이 의석으로 돌아와 표결에 참여하고 있다. ⓒ 남소연



하지만 한나라당은 "민주당의 덮어씌우기 행태"라고 반박하고 있다.

장광근 한나라당 사무총장은 23일 오전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어제 민주당은 표결처리를 무산시키기 위해 노력했고, 의사당에 들어와 한나라당 좌석에 앉아 자기 마음대로 (재석-표결) 버튼을 누르는 걸 봤다"고 주장했다.

장 사무총장은 "일부 의원은 한나라당이 대리투표를 했고 재투표의 불법성을 제기하고 있지만 한나라당 의원의 빨간불(반대표)이 파란불(찬성표)로 바뀐 것이야말로 민주당 폭력의 증거"라고 지적했다.

<오마이뉴스>는 22일 대리투표 의혹의 근거로 권경석·나경원·강길부·김재경·허원제·안형환·유정현·황영철 의원의 경우 신문법 개정안을 표결처리할 때 처음에는 빨간불이 들어왔다 투표가 종료되기 전에 파란불로 바뀌었다는 점을 제시했다. 한편 유승민 의원은 기권으로 바뀌었다.

이에 장 사무총장은 "한나라당 의원들은 단상 보호를 위해 앞에 있었고 교대로 투표를 했다"며 "(오히려 민주당 의원들이 버튼을 맘대로 눌러서) 초기에 빨간불이 많이 들어왔는데 제자리에 간 한나라당 의원들이 취소버튼을 누르고 다시 찬성버튼을 눌렀다"고 반박했다.

장 사무총장은 야당의 '역대리투표의 주범'으로 추미애·장세환(민주당), 권영길(민주노동당) 의원 등을 꼽았다. 그는 "장세환 의원은 한나라당 의석에 앉아 (대리)투표했다고 본인이 인정했는데 이런 사례가 비일비재했다"며 "그런데도 대리투표 운운하는 것은 적반하장의 극치"라고 말했다.

장 사무총장은 "이런 것은 국회법 절차 보완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며 "비밀번호라도 넣어야 보호가 되지 아무나 와서 누르면 되겠느냐"고 말했다.

play

민주당 "방송법 표결 불성립은 어불성설" ⓒ 박정호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