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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 다 벗고 나오는 일본방송처럼 될 수도"

강행처리된 '미디어법' 앞날에 언론학계 '우려' 반응

등록|2009.07.23 17:31 수정|2009.07.23 17:31

▲ 한나라당이 22일 전례없는 재표결에 대리투표 논란까지 일으키며 미디어법을 강행처리하자 야당의원들이 '원천무효'를 주장하고 있는 가운데 이윤성 국회부의장이 산회를 선포하고 있다. ⓒ 남소연


22일 '미디어 관련법' 강행처리의 후폭풍이 일어나고 있는 가운데 언론학자들은 대부분 이후 바뀔 미디어지형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일부 학자들은 "사후규제를 확실히 하면서 입법의 취지를 살려야 한다"는 의견을 보이기도 했다. 한국언론학회(회장 김정기)와 한국언론정보학회(회장 원용진)는 학회차원에서 '미디어관련법'에 대한 논의 테이블을 마련한다는 계획이어서 이 문제는 학계에서도 계속 논란이 될 전망이다.

<오마이뉴스>가 접촉한 언론학자들의 반응은 다음과 같다.

■ 원용진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교수(한국언론정보학회장)

상당히 실망했다. 사회적인 영향은 오래 그리고 길게 나타날 것이다. 지금 법이 통과됐다고 해서 미디어 환경이 급변할 것 같지는 않다. 그동안 사회적 논의기구를 운영했지만 어제 통과시킨 안을 갖고 한 것도 아니었다. 예전엔 교육을 '백년지대계'라고 불렀지만 지금은 미디어가 그 영역에 해당한다. 과연 그렇게 밀어붙여어야 했는지 유감이다.

그동안 이 법이 통과된 후의 정치적 사회적 문화적 파장력은 거의 언급이 되지 않았다. 깊게 고민하지 않은 것이다. 미디어가 앞장서서 정치를 끌고 갈 수도 있는 상황을 제대로 짚지 못하고 단순히 일자리 문제, 산업 경쟁력으로만 얘기하고 말았던 것도 유감이다.

몇 가지 눈가림 예를 들어 유보조항이라든지 사후규제라든지 하는 것들을 만든 것으로 보아 한나라당에서도 여론 독과점이 위험하다는 인식은 있는 것 같다. 일부러 복잡하게 만들어 놓은 것일 수도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아무리 생각해보고, 복기해봐도 왜 저렇게 무리하면서 통과시켰을까, 이게 미스터리다. 법을 만든 목적의식을 이해할 수가 없다. 조중동에게 예쁘게 보이기 위해서? 그것만은 아닐 것이다. 참으로 우둔한, 자기 설명도 못할 일을 저지른 것이다.

한진만 강원대 신문방송학과 교수(전 방송학회장)

어제 아비규환을 보면서 우리 국회의원들이 국민 수준을 아직 못 따라가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로 합의할 수 있는 선을 찾아가야 하는데 여당은 여당대로 야당은 야당대로 특정 영역을 정해두고 물러서지 않았다. 힘의 논리다. 진짜 못마땅하다.

법안을 살펴보면 '완전한 개방'은 아닌 것 같다. 사람들이 우려하는 것처럼 '조중동 방송이 출연할 것'이라든지,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란 주장 모두 먹히지 않는다. 다만 산업적 효과는 있을 것 같다. 추구하는 이상이 비슷한 메이저와 마이너가 합친다면 산업적 시너지 효과는 날 것이다. 신문 방송 겸영을 허용하는 나라에서 택하는 방법이다. 다만 메이저끼리는 안 된다.

조중동은 종합편성이나 보도채널로 갈 것 같다. 우려하는 대로 여론 독점의 부작용이 나타날지 장담은 못한다. 다양한 시뮬레이션 작업이 필요하다. 나는 미디어법 개정 취지를 수긍하는 입장이지만 왜 저렇게 처리했는지 모르겠다. 맵이 그려져야 한다.

정연구 한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허탈하고 답답하다. 일단 어제 처리 과정에서의 편법, 불법 논란이 있는데 우선 이 부분이 확실하게 설명되어져야 할 것 같다. 그리고 방송법의 사후규제 방안이 적절한지 잘 따져봐야 한다. 공영방송이 심각하게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일본방송이 밤에 다 벗고 나오는 것처럼 우리도 그럴 가능성이 있다. 자본으로부터 지켜줄 수 있는 공영방송의 모델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시민사회의 역할이 더욱 커졌다.

일단 조중동 역시 고민을 많이 할 것 같다. 잘못 들어갔다가 큰 손해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 대기업중에 방송으로 재미보고 있는 곳이 있는 만큼 쉽게 확 들어올 순 없다. 사유화되어 있는 보수 신문보다 그렇지 않은 보수지들이 더 빨리 치고 나갈수도 있다고 본다.

■ 이용성 한서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어제 통과된 신문법도 큰 문제점을 안고 있다. 우선 오는 8월에 신문고시가 폐지된다. 이 문제가 가장 심각하다. 경쟁이 다시 격화될 가능성이 높다. 벌써부터 과거 횡행했던 판촉이 다시 시작되고 있다. 경품 무가지 경쟁 다시 시작이다. 지역신문들의 체감도는 훨씬 높다. 지역신문 경영자들조차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다. 여파가 굉장히 클 것이다.

또한 신문지원제도가 완전히 통합됐다. 앞으로 출범할 한국언론진흥재단을 문화부가 완전히 장악하게 됐다. 기금의 투명성이나 공정성을 위해서라도 합의제 위원회가 의미있다. 지금 구조로는 문화부 장관이 임명한 이사들이 오게 된다. 그 자리에 오기 위한 각축도 불보듯 뻔하다.

■ 이창근 광운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

부족한 점은 있다. 하지만 뭔가 새로운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어 가는 것 아닌가? 그동안 여야가 제로섬으로 접근했다. 야당쪽에서도 % 비율을 낮춰가며 성의를 보였는데 직권상정했다. 방법론적으로는 유감이지만 새로운 전기를 맞은 건 분명하다.

만일 부작용이 심각하거나 뭔가 부족하다면 법 개정을 통해 조율해야 한다. 그동안 신문법 방송법도 계속 이렇게 개정해 왔다. 세계 어느 나라도 방송법 하나를 계속 갖고 가는 나라가 없다. 상황에 따라 변하는 것이다. 악법이라면 폐기할 수도 있을 것이다. 야당이 의원직 사퇴 등 필사적으로 싸우겠다고 하는데, 그것보다는 당장 개정안을 내는 등 원내에서 하는 것이 훨씬 낫다.

물론 조중동이 여론을 장악하고 여론 독과점을 형성하고 그런 점에서 우려스럽긴 하다. 하지만 이후 꾸준히 검증하면 된다. 사후 규제를 강제할 수 있다. 규제를 풀면 불안해 보일 순 있지만, 지금 시점에서 이후 지형이 어떻게 변할지 100% 장담할 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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