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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법 처리과정이 합법? 국회 사무처의 엉터리 설명

국회 사무처 주장 4가지 선례 비교

등록|2009.07.23 17:08 수정|2009.07.23 17:08
투표불성립이라 주장하는 국회 사무처와 한나라당

7월 22일(화), 한나라당은 미디어 관련 3개법(신문법·방송법·IPTV법)과 금융지주회사법 등 4개 법안을 날치기 처리하였다. 그러나 법안의 내용은 둘째치고라도 재투표의 위법성, 대리투표 의혹 등 법안 통과 과정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데, 특히 방송법의 경우 표결이 1회 실시되어 '투표 종결'이 선언되고도 '재투표'가 실시되어 '일사부재의' 위반 등 위법성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이에 대해 국회 사무처는 7월 22일 발표 보도자료를 통해, "당시 (방송법) 투표에 참가한 의원은 재적 과반수에 이르지 못한 145명에 그쳐 가결 또는 부결 등의 의결이 완료되지 못한 상태로, 이는 표결이 성립되지 않아 원칙상 표결 불성립"이라는 해명과 함께 투표 재실시는 국회 관례와 절차에 따른 것이라는 입장을 발표하였다. 이 보도자료에서 국회 사무처는 '투표 불성립 후 투표 재실시 사례'로 아래의 4가지를 제시하였다

▲ 사무처 제시 4가지 사례 ⓒ 참여연대




한나라당 역시 같은 날 대변인 브리핑을 통해 "재적의원의 과반수에 못 미치는 145명이 재석"했고 "의장께서 표결을 종료한다고 선포를 하셨어도 의결정족수에 달하지 못해 표결 자체가 성립하지 않은 것이 된다"며 표결이 적법한 절차에 따라 이루어졌다고 주장하였다

국회 회의록을 통해 본 국회 사무처와 한나라당 주장의 오류

국회 사무처가 '투표 불성립 후 투표 재실시 사례'로 언급한 4가지 사례와 7월 22일 방송법 개정안 날치기 처리사례를 국회 본회의 회의록 및 본회의장 영상 회의록을 통해 비교해보면, 전혀 동일한 것이 아님을 확인할 수 있다

한나라당과 국회 사무처가 합법적 처리의 근거로 제시하고 있는 과거 선례에서 사회자는 명백히 '투표 불성립'을 선언하였고 이번 방송법 개정안 날치기 처리과정에서 사회자는 '투표 종료'를 선언하였다. 아래는 이를 구체적인 회의록과 영상회의록을 통해 비교한 내용이다.

▶ 2009년 7월 22일 방송법 개정안 표결과정

이윤성 국회 부의장  "방송법 일부 개정법률안을 의결하는 순서입니다만은 이 안건에 대해서는 강승규의원외 168인이 수정안을 발의 되었습니다...그럼 국회법 196조 6항에 따라서 수정안부터 표결토록 하겠습니다. 투표해 주시기 바랍니다. 투표를 다하셨습니까. 투표를 종료합니다" (7월 22일 본회의 영상회의록 中)

▶ 국회사무처가 제시한 과거 4차례 선례 표결과정

1) 약사법중개정법률안, 제222회 제9차 (01. 6. 28)

의장 이만섭 "그러면 이것으로 토론을 종결하고 표결할 것을 선포합니다. 지금 의결정족수를 헤아려 봐요. 다시 정확하게 헤아려 봐요...의원회관에 계시는 국회의원들 빨리 오세요. 의원회관에 계시는 의원들 빨리 오세요!...지금 119명인데 137명이 되어야 되니까 18명이 모자라는데 오늘 양당 모두 각 당의 사정도 있고 해서 시간이 이상하게되었습니다. 모든 것은 내 탓이오. 내 의장 탓으로 생각하고 더 이상 기다려야 안 되겠어요. 따라서 오늘 심의하지 못한 안건들은 다음 본회의에서 처리하기로 하고 오늘 회의는 이것으로 마치도록 하겠습니다."(본회의 회의록 중)

2) 전원위원회운영에관한규칙안 제238회 제9차 (03. 4.20)

부의장 김태식 "이 안건에 대해서 투표해 주시기 바랍니다... 지금 정족수가 미달입니다...그래서 이 안건에 대해서는 표결할 수 있는 정족수가 안 되기 때문에 다음으로 미루겠다는 설명을 드리면서 표결이 성립되지 않은 것을 선포합니다."(본회의 회의록 중)

3) 북한인권개선촉구결의안 제240회 제7차 (03. 6.30)

의장 박관용 "이것으로 토론을 종결하고 표결할 것을 선포합니다...지금 현재는 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한 의결정족수에 미달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이 표결은 불성립 표결이 되기 때문에 다음에 처리할 수밖에 없습니다...오늘 회의는 이것으로 산회하겠습니다."(본회의 회의록 중)

4) 한․미자유무역협정(FTA) 체결 대책 특별위원회 활동기한 연장의 건 제268회 제8차       
(07. 6.20)

의장 임채정 "투표해 주시기 바랍니다...지금 현재 재석의원 수가 의결정족수에 미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더 기다려도 의결정족수가 충족되기는 곤란할 것 같습니다. 따라서 이 투표는 성립되지 않았음을 선포합니다." (본회의 회의록 중)

위 비교에서 확인되듯이, 7월 22일 방송법 날치기 상황에서는 사회자인 국회 부의장이 '투표 종료'를 선언했고, 과거 4가지 선례에서는 각각 사회자인 의장과 부의장이 '투표 불성립'을 선언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따라서 방송법 개정안 날치기 처리를 '투표 종료'라 선언하지 않고 '투표 불성립'이라고 선언했던 과거 선례와 동일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명백한 잘못이다.

결과적으로 방송법 개정안 날치기 처리과정은 '투표 종료 - 부결'에 해당함이는 국회법 제92조 일사부재의 원칙에 따라 같은 회기에서는 논의될 수 없는 것인만큼 7월 22일 방송법 개정안 처리과정은 위법한 것이라 할 수 있다.

* 국회법 제92조(일사부재의) 부결된 안건은 같은 회기중에 다시 발의 또는 제출하지 못한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 블로그http://blog.peoplepower21.org/Politics에 게시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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