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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IMF 그 시절..."

"기름값 더 올려야돼, 개나 소나 차 몰고 나오지 못하게..."

등록|2009.07.24 10:02 수정|2009.07.24 10:02
잃어버린 10년. 선거할 때 그 말 참 많이 들었다. 잃어버린 10년 동안 조중동만이 제대로 된 신문이라고 철썩같이 믿던 대부분 국민들이 나라가 빨갱이한테 정권을 뺏겨 더러운 꼴 당하며 살아야 되는 줄 알았을 것이다. 물론 우리 부모님도 그랬고 그 영향을 받아 젊은 시절의 나도 그랬으며 참 단순 무식 하고도 무지한 국민들이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나에겐 IMF 라고 해서 크게 고통받았던 기억은 없다. 그 당시 아직 사회생활을 시작하기 전의 20대 초반 젊었을 때였으니 그랬을지도 모르고 당시는 집안이 그나마 좀 편안한 때라 정치에 일절 무심해서 그랬을 것이다. 하지만, 나보다 나이 많은 분들은 당시 IMF 라는 국가초유의 부도사태를 절절히 경험했으면서도 이번에 다시 '구관이 명관'이라는 그릇된 판단을 해 이명박 대통령을 당선시켰다.

내 눈으로 봐서 도저히 이해는 안 가는 사태가 벌어진 셈이지만, 그렇다면 그들이 말했던 '잃어버린 10년', 그 이전에 그들의 세상이었을 때를 나의 눈으로 본 기억대로 말해 보도록 하겠다. 물론, 이것은 나의 젊은 시절의 눈으로 바라본 개인적인 소견이므로 '절대 진실은 아닐수 있다'라는 것을 먼저 말해두고자 한다. 하지만, 적어도 나는 그들이 말하던 잃어버린 10년이 무엇을 말하는지 조금은 경험으로 알고 있는 것 같다.

그 당시 내가 기억하기로는 IMF 가 터졌다는 뉴스가 나오고 한동안 시끄럽게 떠들기에 처음엔 강남의 부자집 친구들도 약간 움찔했었다. 하지만 조금씩 시간이 지나면서 그것이 자신들에게는 전혀 해당 사항이 없을 뿐 아니라 도리어 여태껏 경험해보지 못했던 기회의 시간 이라는 걸 점차 깨닫기 시작했다. 여기저기 헐값으로 집이 나오고 땅이 나오고 가게마다 땡처리와 세일이 줄을 이었다. 내 기억으로는 그때만큼 가진 자들이 살판나는 세상이 없었던 것같다.

한국은 그들에게 낙원이 되었다. 그때 많은 수의 가장들이 자살하고 했다지만 솔직히 그들에겐 절대 와닿지 않는 딴나라 세상 이야기였다. 기름값이 올라 거리에 차가 많이 안 다녀 교통이 우선 뚫리니 그때 하나같이 하는 말들은,

'기름값 더 올려야 돼. 그동안 개나 소나 차를 끌고 나오는 바람에 아주 교통지옥이었지... 이제 좀 살만한 나라가 돼가나 보네..."

맞다. 그랬다. 진짜다. 그때 강남의 가진 사람들의 자제였던 내 친구들은 한결같이,

"IMF 라고 나라가 어렵다는데 달라진 건 하나도 없잖아? 도리어 여기저기 세일하고 돈 가진 사람들 대우해 주니까 더 살기 좋아진 거 같지 않아?" 그리고 입버릇처럼 "이제 좀 이 나라가 계층간 규율이 잡혀가고 살만한 나라같다" 그랬으며 실제로 철이 없던 강남의 젊은층과 부유층들에게 피부로 느껴지는 것이 그랬다. 그들이 말하는 대부분의 선진국들은 '귀족과 천민이 확실히 구분되는 사회'였다. 아마 많은 수의 한국 여행객들이 우리나라보다 물가가 많이 싼 중국, 동남아 등의 나라에서 유람하며 즐기는 기분을 한국에서 똑같이 즐길 수 있었던 유일한 때였던 것 같다.

재래시장 문닫고 상인들 길거리로 나앉을 때 강남의 명품숖과 백화점은 그때 이후론 다시는 구경할 수도 없는 '명품 떨이 세일'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명품 쇼핑을 위한 최고의 시기였었던 듯하다. 룸살롱이나 단란주점 등은 파격적인 가격을 제시했고 손님들에게 간이라도 빼줄 듯 아양을 떨었다. 일반 사람들은 돈구경 하기가 힘들어 죽을 맛이었다지만 강남의 부자들에게는 전혀 해당사항 없음이었다. 쇼핑하러 다니기 바빴으며 도리어 IMF 전보다 어디를 가도 두 배 이상의 서비스를 제공 받았다. 그 전에 중산층이라고 자부하던 많은 사람들이 실직으로 인해 하층민으로 전락했지만 부자들은 절반의 비용으로 그 전에 누리던 모든 것들을 누릴 수 있었고 사람들은 그 전보다 가진 자를 더 대접 해주고 "부 가 인생의 가치중 최고"라는 생각을 너도나도 갖게 되었다.

대부분의 국민들에게는 고통의 시간이었겠지만 강남의 몇몇 사람들에게는 제대로 대접 받으면서 평화를 누리던 '황금기'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리고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으로 정권이 바뀌면서 그 좋던 시절을 잠시 맛보고는 그 달콤한 권리를 잃어버렸던 것이다. 일반 국민들은 또 다시 그들의 도로에 차를 몰고 나오기 시작했고 음식점 자리를 차지하였으며 그들이 누리는 것들의 상대적 우월감들을 희석시켰다. 그리고 그때의 꿀맛같은 생활을 다시 맛보기를 원하는 자들은 열심히 이명박 후보를 지지하였고 적어도 지금의 정부는 그 보답으로 (내가 판단하기에) 그때 당시의 사회 구조로 환원시키려 노력하는 듯이 보인다. 물론 당사자들 모두가 부정할테니 증명은 할 수 없는 문제이며 나 개인의 착각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나를 가장 황당하게 만든 것은 그때, 고통을 겪은 서민층에서 대거 그들이 말하는 '잃어버린 10년'설에 동조하여 이명박 대통령을 당선시켰다는 사실이다. 몸으로 익히고도 결국 10년간 조중동에서 세뇌공작을 펼치는 데는 어쩔 수 없었나 보다. 투표로 이루어진 합법적인 결과이니 지금 그때와 똑같은 사태를 직면하게 된 것은 자업자득이자 기가 막힐 노릇이 아닐 수 없다.

심증은 있지만 딱히 증거라고는 댈 수 없는 이번 '미디어법'이 무엇을 말하는지 경험을 통해 대다수 국민들은 알 것이다. 하지만 다시 똑같은 일이 무한정 반복될지도 모른다는 것이 내가 보기엔 안타까울 뿐이다. 아니면  이번엔 아예 그들이 노래 불렀던 그 당시의' 잃어버린 10년' 전에 미처 완성하지 못했던 나라로 굳히기 하려고 작정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확실히 몇몇 계층에게는'교통도 안 막힐 뿐더러 쾌적하고 우아한 대접 받으면서 인간답게 살아가는 살기좋은 나라' 로서 말이다.
덧붙이는 글 이번 미디어법 사태를 보면서 가슴이 답답함을 느끼는건 바로 이미 충분히 경험했던것을 망각하게 만드는 미디어의 힘을 경험을 통해 절실히 알게됐기 때문인것 같다..대다수 국민들이 그렇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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