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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붕어 잡으러 온 겨, 사람 잡으러 온 겨!"

['낚시'에 낚인 내 삶③] 붕어낚시 경력 20년차의 '희로애락'

등록|2009.07.31 16:33 수정|2009.07.31 16:33
"낚시꾼 말은 절반이 뻥이다!"

붕어낚시 경력만 20년인 나도 이 말에 종종 고개를 끄덕인다. 놓친 고기는 월척이 되기도 하고, 볏단만해지기도 한다. 낱마리 조황이 수십 마리로 포장되기도 한다. 일부 꾼마다 '대박' 조행 경험이 있고, 부풀려진 군대 이야기만큼이나 의기양양 전사가 된다. 물론, 본 사람은 없다. 다음 기록은 과장법 이외에 '뻥'이 가미되지 않은 '명백한' 사실이다. 그저 재미로 일독해주시기 바란다. - 글쓴이말

낚시터수많은 강태공들에게 꿈과 절망을 안겨주는 곳이다. ⓒ 박병춘


[낚시터에서 생긴 일①] '명당' 생각만 하다가 그만... 헉!

① 초봄 산란기 명당 포인트(고기가 잘 잡히는 곳)를 선점하려면 누구보다 서둘러 낚시터에 가야 한다. 일요일 새벽 정신 없이 집을 나섰다. 설레는 마음으로 1시간 30분을 달려 흐뭇하게 주차를 했다. 그리곤 잽싸게 트렁크를 연다. 그런데! 아뿔싸! 낚시 가방이 없다! 지난 주에 낚싯대 정비를 한답시고 아파트 베란다에 곱게 모셔 둔 기억이 난다. 바람 빠진 풍선처럼, 맥 풀려 돌아오는 기분이란!

② 낚시를 하면서 대부분 방생을 한다. 그런데 가끔씩 붕어를 좋아하는 분들이 고기를 잡으면 연락을 해 달라고 한다. 하루는 밤 낚시가 잘 되어 제법 씨알 좋은 붕어를 낚았다. 어망에 담아 놓고 선배 한 분에게 전화를 했고 선배 부부는 한달음에 밤길을 달려 붕어를 가지러 왔다.

내가 있는 곳으로 오려면 관리소에서 논길을 따라 걸어야 하는데, 그 중간에 작은 둠벙(웅덩이)을 지나야 한다. 아차, 그런데 선배 부부에게 그 둠벙이 있다는 사실을 고하지 않은 게 화근이었다. 선배 부인이 밤길에 그만 발을 헛디뎌 그 둠벙에 '풍덩' 빠져버린 것이다. 선배는 "붕어 가지러 왔다가 사람 잡을 뻔했다"며 투덜투덜. 나는 그 후로 선배네 집에 얼씬도 하지 못했다. 

[낚시터에서 생긴 일②] 과다 '챔질'이 빚어낸 '대참사'

지금으로부터 10년 전 초봄, 도시 낚시점으로 단골 꾼들이 몰렸다. 그날은 그 꾼들끼리 예당 저수지 수상 좌대에 오르기로 한 날이었다.

예당 저수지는 충남 예산과 당진을 에둘러 형성된 곳이고 대부분 꾼들이 '신병훈련소'라고 부르는 곳이다. 조황이 좋을 때는 제 아무리 초보라도 '대박'을 낸다. 초보꾼들이 낚시 중독으로 진화하는 '명당'으로 소문난 곳이기도 했다.

현지 좌대 주인들이 논에 물이 차오르기 전에 볏짚을 깔아 놓았고, 물이 차면 붕어가 산란을 하기 위해 모여든다. 그 자리에 수상 좌대가 있으니 붕어 입질이 왕성할 수밖에 없다.

당시 예당 저수지 수상 좌대는 1인용이 많았다. 3m 가량 간격을 두고 꾼들이 한 명씩 좌대에 포진한다. 그리곤 보이지 않는 신경전(?) 속에 지렁이를 미끼로 낚시를 시작한다.

낚시터 조황이란 건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처럼 불규칙하다. 그날따라, 전날까지 '넣으면 나온다'던 포인트가 깜깜 무소식이었다. 이른 새벽부터 공들여 낚시를 했건만 동틀 무렵까지 몰황(고기가 안 잡힘을 뜻함) 분위기로 이어졌다.

내 오른쪽 조사(이후 A조사)는 동행한 꾼들 가운데 조력이 가장 많은 베테랑이었다. 그 오른쪽(이후 B조사)에는 두꺼운 털 바지에 가죽 점퍼를 입고 유난히 담배를 많이 피워대는 조사가 앉아 있었다. 그 A와 B조사는 서로 절친한 친구 사이라서 푸념이나 농담을 주고받으며 찌를 노려보고 있었다.

그러던 중! 드디어 내 왼쪽 좌대 조사가 제법 씨알 좋은 붕어를 낚아냈다. 십여 명의 조사가 일렬로 늘어선 좌대에 생동감이 일기 시작했다. 붕어들이 먹이 사냥에 나섰다는 신호였다. 이어 내가 한 마리 낚아냈고 A조사도 첫수를 올렸다.

그렇다면 분위기상 B조사 차례였다. B조사의 눈초리에 섬광이 일었다. 그러나 낚시란 게 결코 공평하지는 않다. 여기저기 손맛을 즐기는 조사들이 늘었으나 유독 B조사만 첫수를 올리지 못하고 있었다.

무넘이무엇이든 지나치게 넘치면 탈이 나는 법이다. ⓒ 박병춘


그 순간! 어디선가 정적을 깨고 묵직한 착수음이 들렸다. 낚시 가방이라도 빠진 걸까? 그러나 세상에 이런 일이! 간절하게 입질을 기다리던 B조사가 과다하게 챔질(낚시에서, 고기가 미끼를 건드려서 찌가 움직일 때 낚싯대를 살짝 들어 올리는 일)을 감행하다 비좁은 좌대 위에서 균형을 잃고 물속에 풍덩 곤두박질친 것이었다.

그러자 바로 옆 베테랑 A조사가 착수음보다 더 무겁게 염장성 멘트를 날렸다.

"어이!! 낚시도 안 되는디 물 속 좀 더듬어 봐~~ 월척 한 마리 낚아 보라구~~"

나랑 주변 조사들은 웃지도 울지도 못하고 초봄 냉기 가득한 물 속에서 기어나오는 조사를 바라봐야만 했다. 깊이야 1m 남짓이니 문제는 없었지만 가죽 점퍼에 털바지로 중무장한 옷이 몽땅 젖고 말았으니 파란 입술에 윗니 아랫니가 자동으로 마찰음을 낼 수밖에.

급히 연락을 받은 좌대 관리인이 잽싸게 보트를 몰고 왔다. 그 후 우리는 더 이상 그 B조사를 만날 수 없었다. 다들 낚시랑 담을 쌓았을 거라고 예상했다.

[낚시터에서 생긴 일③] 붕어 낚시터에서 벌어진 패싸움

낚시를 하다 보면 희한하게 붕어가 잘 나오는 포인트가 있다. 연안이든 좌대든 붕어가 몰린 곳을 만나면 어깨에 파스를 붙이면서까지 고기를 잡아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런 곳을 가리켜 꾼들은 '넣으면 나오는 곳'이라고 말한다.

새벽길을 따라 다시 예당 저수지로 낚시를 간 날이었다. 대부분 몰황 분위기 속에서 유독 그 '넣으면 나오는 곳'을 만난 꾼들이 연신 손맛을 보고 있었다. 넣으면 나왔으니 얼마나 좋았으랴.

보트낚시연안에 앉아서 하는 낚시보다 이동이 편리하고 포인트를 찾아 진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사진은 이 기사와 특정 관련이 없습니다.) ⓒ 박병춘


그러자 고무 보트를 탄 두 명의 조사가 그 포인트 주변으로 살며시 이동하여 낚시를 시작했다. 내가 봐도 약간은 꼴불견이었다. 이른 아침 고요한 낚시터에 부드럽지 않은 대화가 오고갔다.

좌대꾼 : "에이, 여보세요! 아무리 보트를 탔다고 하지만 남의 포인트에서 뭐 하는 거요!"
보트꾼 : "여기가 당신들 낚시터요! 같이 손맛 좀 봅시다!"
좌대꾼 : "상대방에게 예의가 있는 법 아니오! 양해도 안 구하고 남의 영역을 침범해도 되는 거냐고요!"
보트꾼 : "낚시하면서 무슨 말이 그렇게 많아요! 입질 못 받아서 그러니까 좀 하고 갑시다!"
좌대꾼 : "에이, XX! 보트 있으면 다여?"
보트꾼 : "뭐라고! 왜 욕하고 반말이여?"
좌대꾼 : "왜! 내가 못 할 소리 했냐고!"
보트꾼 : "야이, XXX야! 너 물 밖으로 나와 봐!"

그러자 동행한 보트꾼들이 몰려들기 시작했고, 함께 온 좌대꾼들도 집결했다. 다행히 둘 다 우리 일행은 아니었다. 뭍에서 벌어지는 이른 아침 낚시터 패싸움 풍경은 좀처럼 보기 힘든 장관(?)이었다. 고성과 욕설이 오가고 치고 패는 상황으로 변질되기 직전에 마을 이장 어른처럼 생긴 분이 나서서 준엄하게 일갈했다.

"이봐! 재밌게 놀고 즐기려는 낚시터에서 이게 뭔 짓들여!! 아니 지금 붕어를 잡으러 온 겨, 사람을 잡으러 온 겨!!"

그러자 패싸움 꾼들이 하나 둘 자중하기 시작했다. 이 패 저 패 수장들이 중재에 나서 전쟁은 평화로 변했다. 여기서 교훈 한 가지! 모든 싸움은 아주 사소한 것으로부터 시작된다는 것!

낚시의 매력이 뭘까? 낚시하러 가는 맛, 낚시터에 앉는 맛, 찌올림을 바라보는 눈맛, 활처럼 휘는 낚싯대를 제압하는 손맛, 놓아주는 맛, 그리고 정겹게 집으로 돌아오는 맛도 있을 것이다.

바둑에 급수가 있듯이 낚시에도 품격이 있다. 지나치게 낚는 것에 집착하면 치기어린 초보인 셈이다. 곧은 바늘로 세월을 낚았다는 강태공의 경지를 알면서도 막상 낚시터에 가면 내남없이 욕심을 낸다. 그저 비우고 버리며 아름다운 자연, 좋은 사람들과 더불어 우리네 인생을 낚는 게 최고의 낚시이리라. 그렇게 잘 알면서도 제대로 실천하지 못하며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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