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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빛뜰 마을’에서 소양호를 걸어 봐!

김수종의 춘천 여행기 ①

등록|2009.07.27 14:56 수정|2009.07.27 14:56
지난 25~26일(토~일) 양일간 강원도 춘천에 다녀왔다. 새벽 6시에 일어나 7시에는 출발을 할 예정이었지만, 2박 3일간 계속되었던 철야 회의로 피곤이 쌓여 아침 8시에 간신히 일어났다. 급하게 준비를 했지만, 9시를 넘겨서야 출발할 수 있었다.      

춘천 오빛뜰 마을의 꽃 ⓒ 김수종



집사람과 연우를 데리고 오랜만에 야외로 나갔다. 춘천 가는 길은 새롭게 고속도로가 개통되기는 했지만, 여름휴가가 시작되는 시점이라 그런지 길은 주차장이다.

오늘 가는 곳은 춘천시 북산면 오항리 '오빛뜰 마을(http://www.5light.co.kr
)'이다. 쉽게 설명을 하자면 38선 바로 아래에 있고 춘천시 동북단에 위치한 북산면 소재지가 있는 곳으로 소양호를 끼고 있는 보통의 농촌마을이다.
       

춘천 오빛뜰 마을의 전 이상 김 상현 선생 ⓒ 김수종



50여 가구 100여 명이 살고 있으며, 화전면들이 마을을 이루어 밭이 많고, 소양호가 생겨난 이후로는 관광과 민박 등으로 수입을 올리고 있는 곳이다.

평소 춘천의 북산면까지는 서울에서 2시간 30분 정도면 도착이 가능한 곳이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도로 정체로 길이 막히면서 5시간 넘게 걸려 도착을 했다.
   

춘천오빛뜰 마을의 꽃 ⓒ 김수종



중간에서 점심을 먹고 나서, 춘천의 외곽도로를 올라타고서야 길이 뚫렸다. 북산면은 춘천에서 화천군을 지나 다시 춘천으로 회전하여 가는 곳으로 생활권은 화천과도 가까운 곳이다.
   
북산면 오항리 '오빛뜰 마을'을 찾은 이유는 작년까지 이곳에서 마을 이장을 하던 김상현 선생을 만나기 위해서다.

김상현 선생은 농림수산식품부가 농촌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2004년~2017년까지 전국 176곳을 지정하여 추진하고 있는 사업인 '농촌마을종합개발사업'의 춘천지역을 중심으로 한 '소양호권역 교육홍보 분과장'을 맡고 있는 지방리더이다.
    

춘천 오빛뜰 마을에서 꽃밭을 거닐다. ⓒ 김수종



김 선생의 집에서 1박을 하면서 지방자치에 대한 고민도 듣고, 소양호권역의 개발과 관광홍보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기 위해서다.

충남 출신으로 그곳에서 초, 중, 고를 다닌 그는 대학을 졸업하고, 은행원, 증권맨으로 20년 넘게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다가 조기 은퇴하고, 연고가 전혀 없는 춘천으로 지난 1998년 귀촌했다.

농사의 농자도 모르는 그가 춘천의 소양강 호수 주변 마을인 북산면 오항리로 들어와 그저 세월을 보내는 일로 6~7년을 보냈다, 강태공처럼 한가한 시간을 보내던 그는 2007년 마을 주민들의 권유로 2년 임기의 이장을 맡았다. 정확히 2년 동안 그는 마을을 위해 아주 열심히 일했다.
     

춘천 오빛뜰 마을의 꽃 ⓒ 김수종



우선 농촌마을종합개발사업에 북산면이 포함되도록 노력하여, 마을에 엄청난 정부자금을 끌어왔고, 자신의 집 앞에서 출발하여 이웃 마을인 추전리까지 소양호를 끼면서 걸을 수 있는 임도를 정비하여 '1011 1년 길'이라는 이름의 길 이름을 작명하여 춘천시가 지정한 새로운 산책로로 개발했다.

'1011 1년 길'은 '오전 10시~11시 경에 산책로 초입에서 출발하여 왕복 7KM의 길을 걸으면 1년 더 살 수 있다'는 가치제안을 한 길이다.
  

춘천 오빛뜰 마을의 꽃 ⓒ 김수종



삼림욕을 하기에 가장 좋은 시간이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인데, 오후는 산책을 하기에 더운 시간이고, 가능하면 오전 10시에서 11시에 출발하여 정오나 오후 1시경에 돌아오는 것이 가장 산책하기 좋다는 의미를 가진 길이며, 삼림욕을 통하여 1년 더 살 수 있다는 가치제안 또한 매우 훌륭하다.

가평에서 식사를 하고 휴식을 취하고 나니, 오후 3시가 넘어서 북산면 오항리에 도착했다. 오면서 아무것도 준비한 것이 없어, 면소 인근에 위치한 농협 마트에 가서 술과 음료, 과자를 사들고 김 선생 집으로 갔다.

동네에는 민박집에 몇 곳 보이고, 찻집과 수상스키와 배를 타는 나루도 보인다. 식당이나 가게는 한 곳도 없다. 동네의 가장자리 계곡 건너편에 위치한 김 선생의 집은 작지만 아담한 황토 한옥으로 500평 정도의 마당 가운데 20평 크기의 작은 집이 들어서 있다.

큰 방이 하나, 작은 방이 하나, 화장실을 겸한 욕실과 통유리 3개로 채광이 아주 좋은 거실이 아름다운 집 '휴심헌(休心軒)'에 들었다.

마당엔 개가 5마리 정도 있고, 돌, 나무와 꽃이 많다. 정자도 있고, 수돗가엔 포도 넝쿨이 장관이다. 특별히 농사를 짓지 않는 김 선생은 일상적으로 마당 가꾸기와 개 키우기, 산책과 마을 돌보기로 시간을 보낸다고 한다.

서울에 부인과 아들, 딸이 살고 있고, 부인은 매주 서울과 춘천을 오가며 생활하며, 아들은 사업을 하고 있고, 딸은 출가했다.
   
"농사도 짓지 않으면서 왜, 이곳 춘천에 와서 사시느냐?"는 질문에 "그저 농촌이 좋아서 유유자적하면서 살고 있을 뿐"이라며 웃음을 보낸다. 
       

춘천 오빛뜰 마을의 1011 1년 길 ⓒ 김수종



황토를 지은 한옥에 민박을 전문적으로 해도 좋으련만, "손이 많이 가고 밥을 해줄 자신이 없어 친한 친구나 선후배들을 제외하곤 숙박하는 손님은 받지 않는다"고 한다. 

하지만 친한 분들에게는 "자기들 먹을 것만 준비해 오면 무료로 숙박은 가능하다"며 나에게 자주 오란다.

짐을 내려놓은 우리 가족은 김 선생과 함께 집 마당을 둘러본 다음, 이웃집으로 꽃밭구경을 갔다가 차를 타고 '1011 1년 길'을 둘러보았다.

원래 임도였던 길이라 폭이 좁았지만, 숲 사이로 간간히 소양호가 보이고, 길을 따라 털복숭아 나무가 심어져 있어 3~4년이 지나면 더 장관일 것 같아 보였다.

호수를 끼고 도는 산책로가 작년에 주민들의 요구로 중간 중간 아스팔트 포장이 되어 아쉬움이 있었지만, 김 선생은 "농촌이 도시민을 위해서만 존재하는 것 보다는 농민이 행복하게 사는 것이 더 중요하다."라며 "지역 주민들의 요구로 포장이 되었다."라며 애써 주민들의 다양한 요구를 대변했다.
          

춘천 오빛뜰 마을 김상현 선생과 저와 제 아들 연우 ⓒ 김수종



천천히 차를 몰아 추전리에 도착하여 동네를 둘러본 이후 물가로 내려가 연우랑 장난도 치고 사진도 찍었다. 아이는 자연스러운 놀이 감에 혼자 신나게 놀았다.

나는 물에 떠내려 온 수백 년 된 나무뿌리와 조각들을 분재용 화분으로 쓰려고 몇 개 주었다. 신나게 논 다음, 인근 농가에 들러 수탉을 2만 원 주고 한 마리 샀다.

중복에 닭고기를 먹지 못해 늦었지만 수탉이라도 한 마리 잡아서 먹으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20년 전 군복무 하던 시절 관사에서 키우던 토종닭 10여 마리를 중대장의 지시로 무자비하게 잡았던 서글픈 기억이 있던 나는 닭을 잡아 보려고 했지만, "무리하지 마라"는 김 선생의 충고에 포기하고 닭잡기를 지원하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목을 따고 더운 물을 부어 털을 뽑고, 맑은 물에 내장까지 세척하는 등 어렵게 닭을 잡이 백숙을 끓이고, 죽을 쑤어 먹은 다음 술을 한 잔 했다.

저녁 식사를 준비하는 동안 서울에 살고 있는 김 선생의 부인이 당도하여 우리 가족 3명과 집 주인 부부가 거실에 둘러 앉아 사는 이야기도 하고 농촌 현실과 마을 발전에 관한 의견을 나누며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마을 홈페이지 관리와 새롭게 준비 중인 '소양호 둘레 400KM 산책로 개발 계획' 등은 아주 좋은 시도인 것 같았다. 우리 가족은 다음 날 아침 산책길로 '1011 1년 길'을 둘러보는 것으로 정하고 새벽 2시가 다 되어 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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