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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각포착] 호박 따가면 도둑놈이요!

낯선 신도시 개발이 불러온 씁쓸한 풍경

등록|2009.07.28 09:32 수정|2009.07.28 09:32
한남정맥 산줄기를 따라 검단대곡동지석묘군을 둘러보고 언제 사라질지 모르는 산골마을과 대곡천을 지나 김포쪽으로 나아가던 길이었습니다.

검단신도시 2지구(추가지정)에 편입된 마을과 농경지 바로 건너편은 택지개발로 고층아파트가 산처럼 솟은 장기지구와 맞닿아 있었습니다.

낯선 장기동과 김포한강신도시 개발현장을 살펴보기 위해, 옛부터 사람들이 오갔을 오솔길로 접어들었는데 그 길에서 씁쓸한 표지판을 목격하고 말았습니다.

▲ 가현산에서 뻗어나온 대곡천 ⓒ 이장연


▲ 대곡동에서 장기동으로 옛사람들이 오갔을 오솔길을 따라 가다... ⓒ 이장연


▲ 낯선 고층아파트 단지가 들어선 장기동 ⓒ 이장연


복스런 노란 호박꽃과 넝쿨이 널리 퍼진 한편에 쇠기둥과 스티로폼으로 만든 표지판이 서있는데 검은 글씨로 이렇게 써있었습니다.

"호박 따가면 도둑놈이요!!"

오솔길 건너 낯선 마을이 들어선 뒤 호박 등 농부들이 힘겹게 기른 농작물을 몰래 따가는 이들이 있었나 봅니다. 얼마나 자주 그랬으면 호박밭 주인이 저렇게 간곡한 부탁을 청하는 표지판을 세웠을까 싶었습니다.

삭막한 신도시 개발과 염치없는 외지 사람들 때문에 힘겹게 땅을 일구는 농심은 걱정만 늘어납니다. 하오니 길가의 호박, 고추 하나라도 괜히 탐하지 마셨으면 합니다. 호박 하나도 저절로 자라는 것이 아닙니다. 누군가의 땀과 정성이 깃들어져 열매를 맺는 것입니다.

▲ 길가 호박넝쿨 속에 표지판이 눈에 띄였다. ⓒ 이장연


▲ 얼마나 호박을 따갔으면 이런 표지판을... ⓒ 이장연


▲ 탐스런 호박꽃 아래 호박이 맺혔다. ⓒ 이장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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