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그럼, 국물은 뭐로 내죠?

간사한 혀

등록|2009.07.28 09:26 수정|2009.07.28 16:23
도선사. 오랫만이다. 야외법당에 앉았다. 법당 가운데 보리수 그늘이 참 좋다. 하늘을 거의 다 가릴 정도로 장대한 나무다. 매력적인 이 나무에 반해 이곳을 가끔 찾는다. 그리고 소박하고 단출한 공양이 발길을 끌기도 한다.

저녁공양. 식판에 밥을 담고 물김치와 오이지도 먹을 량 옮겼다. 오늘 반찬은 짜지 않고 심심했다. 알고 보니 주방장이 바뀌었다. 미역국 맛이 좋다. 푹삶긴 미역은 부드럽고, 국물은 개운하고, 담백하다.

아무것도 넣지 않고 이런 맛이 나오다니...

간장과 도선사의 물 맛 힘이라고 생각했다. 절이니까 당연 (육)멸치나 (화학)조미료를 안넣을 거라 여겼다. 맛있게 먹고 남김없이 비우는데 마침 주방장이 곁에 왔다. 고마운 마음으로 여쭸다.

미역국물 낼 때 멸치를 쓰지 않지요?

멸치요? 안 넣어요...

그럼, 뭐로 국물을 내죠?

다시다요.

뭐요?

잘못 들었는가 싶어 뭐라구요? 다시 물었다.

다시다요!

무슨 다시다요?

쇠고기 다시다요!

...

할 말을 잃고 속으로 혼자 중얼거렸다.

(그랬구나!...)

조선간장으로만 이런 국물맛이 나올 것이라는 것은 혀의 착각이었다. 그러고 보니 뒷맛이 간사하게도 다시다 맛인 거 같다.

묻지 말 걸 그랬다.
덧붙이는 글 우이동 삼각산에 도선사가 있다. 공양은 새벽 6시부터 저녁 7시까지 누구나 할 수 있다. 가난할 정도로 소박하고 단촐한게 특징이다. 젓가락 없이 수저로만 먹는다. 먹을 만큼만 들고 남기지 말아야 한다. 먹고 식판은 깨끗이 씻어 제자리에 두면 된다. 돈 받는 사람은 없지만 능력에 따라 시주 하면 된다. www. moovi.net 에도 실음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