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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낮의 소동

끊임없이 긴장해야 하는 치매 노인보호

등록|2009.07.28 16:55 수정|2009.07.31 17:21
이용하시는 수백 명의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정기적으로 꾸준한 치매예방프로그램도 실행한다. 그래도 가끔 한 낮의 소동이 일터에서 벌어진다. 옆 센터에서 일어나는 일인데 우리 부서도 들썩 거리면서 일을 손에 놓고 함께 협조하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다.

오늘도 그러했고 조금 전에는 경찰도 다녀갔다. 치매와 중풍어르신들을 보호하는 주간보호센터의 어르신 하나가 옆 길로 새어 버려 찾는다고 모두 식겁을 한 것이다.

보호센터가 별도로 독립된 공간을 갖고 있는 것이 아니라 큰 건물을 가지고 교육하는 센터와 한 복도와 엘리베이터를 쓰고 있다보니, 하루에도 어르신만 500여명이 출입하는 건물에 잠시 섞여 밖으로 나가버리면 찾는 것이 너무 힘들다.

그래서 요양보호사와 공익들이 번갈아 늘 잘 보호를 하지만 아차 하는 찰나에 작정하고 옆으로 가버리면 찾기가 힘든다. 대부분 사람들은 치매를 글자 그대로 기억이 사라지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건망증은 깜박 깜박한다지만 치매는 기억이 통째로 사라지는 것이다.

그러나 위험한 것은 갑자기 사라진 기억이 선명히 떠오르거나, 현재에 일어나지 않은 상황을 일어난 것으로 착각하고 행동하는 것이다.

오늘 소동이 일어난 치매어르신도 갑자기 집에 손주가 찾아와서 문을 열어주어야 한다고 5년 전의 일상이 갑자기 떠올라 집으로 종종걸음으로 가셨던 것이다. 다행히 주변에 안전망을 미리 짜놓아서 이런 일이 발생할 경우 가동하는 비상망이 효과가 있었다. 하지만 집단 프로그램을 하느라 외부로 나가면 정말 어르신들보다 더 많은 자원봉사자를 확보해서 원 포인트 원 가드를 해야 하지 않으면 매 순간이 긴장이 된다.

좋은 추억은 생활의 윤활유가 된다. 하지만 안 좋은 기억들이 치매노인에게 살아나면 주변의 사람들은 공황상태에 빠지거나 지옥같은 순간들을 경험해야 한다. 밥을 먹었는데도 안 먹었다거나, 자신이 맞았다라면서 고래 고래 소리를 지른다. 그리고 아무리 먹어도 먹은 것에 대한 기억이 없어 계속 먹기를 요구하고 결국 소화를 못 시켜 다시 되새겨 게워내줘야 하는 경우도 곤욕스럽다.

그러한 순간들이 싫어서 가족들이 일단 밖으로 피신하거나 치매노인을 방에 따로 두면 곧 바로 노인학대라는 소문이 퍼지기도 한다. 살면서 정말 인간에게 최악의 사항이 바로 치매라고 한다. 치매는 본인보다 주변사람이 고통받기 때문이다.

그래도 치매노인들은 24시간 치매는 아니다. 집단프로그램을 하면 아이들처럼 맑은 동심으로 해맑은 표정이 되기도 하고, 정말 소중한 사람을 말하라면 "내 손주들!" 또는 "우리 영감!" 또는 "우리 마누라!"라고들 하면서 웃기도 한다. 사랑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콩 심은데 콩 나는 것!" 이라든가 " 세상에서 제일 좋은 것"이라고도 한다.

치매가 아닌 순간에는 더 없이 해맑기만 한 어르신들이다. 더 이상 좋아지지 않더라도 더 나빠 지지 않는 상태로 여생을 평안하게 지내시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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