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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보물섬 베스트33'을 아시나요?

오마이뉴스 연재 <김준의 섬이야기> 묶은 <섬여행> 책 발간

등록|2009.07.28 16:54 수정|2009.07.28 16:54

▲ 섬은 언제나 환상과 부담이 공존하지만 매력적인 여행지다. 사진은 다시마가 널린 생일도의 바닷가 풍경이다. ⓒ 김준



환상과 부담이 공존하는 섬은 참 매력적인 여행지다. 무뚝뚝한 듯 하면서도 포근하게 감싸준다. 거친 것처럼 보여도 언제나 부드럽게 맞아준다. 떠나기는 힘들어도 막상 도착하면 편안함을 선사해 준다. 하여 누구나 섬으로의 여행을 동경한다. 사는 게 갑갑할 때도, 뭔가 색다른 곳을 찾고 싶을 때도….

이 섬을 '제 집 드나들 듯'이 하는 사람이 있다. 전남발전연구원 해양·관광팀 연구위원으로 일하고 있는 김준(47) 박사다. 산골짜기 곡성에서 태어난 그는 철이 든 이후 반평생 섬을 드나들었다. 틈날 때마다 섬과 바다를 배회하며 섬과 섬사람들의 삶을 기록하고 있다.

이 기록을 토대로 그는 세상에 더 많은 섬을, 더 많은 섬사람들을 이야기하고 싶어 한다. 그것은 섬에 대한 그의 애정표현 방식이다. 그의 삶이기도 하다. 그가 발품을 팔아 채록한 편린이 한 권의 책으로 묶어져 나왔다. Y브릭로드에서 펴낸 《바다에 취하고 사람에 취하는 섬여행》이 그것.

▲ '오마이뉴스'에 연재된 김준의 섬이야기를 한데 묶은 《바다에 취하고 사람에 취하는 섬여행》의 표지. 바다냄새 물씬 묻어나는 섬과 섬사람들의 이야기다. ⓒ 이돈삼



294쪽 분량의 이 책에는 아시아 최초의 슬로시티 증도와 청산도 등 33개 섬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책에는 증도와 청산도 외에도 홍도, 외나로도, 가거도, 우이도, 흑산도, 거문도, 개도, 약산도, 소리도, 낙월도, 칠산도, 보길도, 생일도, 조도 등이 실려 있다. 이 섬들을 그는 '대한민국 보물섬 베스트33'으로 이름 붙였다.

이 책은 섬에 대한 일반적인 정보와 뱃삯, 여객선 시간표 등이나 담은 일반적인 여행서와는 차원이 다르다. 섬에서 만난 사람들과 그곳에서만 들을 수 있는 이야기들이 담겨있다. 그것은 갯마을 사람들의 질퍽한 생활사다.

박준영 전남도지사는 추천사를 통해 "오랜 기간 전문가가 발품을 팔아 섬의 역사는 물론 바람처럼 떠돌던 전설까지도 빼지 않고 꼬박꼬박 건져낸 결과물로, 사람 사는 이야기와 각각의 섬이 가진 독특함이 책장마다 가득하다"며 올여름 꼭 한번씩 읽어볼 것을 권했다.

▲ 미역 한 움큼 쥐고 나오며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는 잠녀. 신안 가거도 풍경이다. ⓒ 김준



실제 그의 바다는 화려하지 않다. 문장도 수사적 꾸밈이 거의 없다. 바다 사람들의 삶이 그대로 옮겨져 있을 뿐이다. 그들의 생활사는 물론 숨소리까지도 생생하게 살아있다. 갯바람에 실려 오는 갯내음까지도 짭짜름하게 배어 있다.

"두 발이 바동거리다 물속으로 사라진다. 먼저 들어간 나이 든 잠녀가 미역을 한 주먹 쥐고 나오며 거친 숨을 몰아쉰다. 나중에 들어간 젊은 잠녀도 미역귀를 그러쥐고 올라온다. '석순이빠진여(바위 이름)' 인근에 임씨네와 경진호는 물론이고 장군바위 근처에서 작업하는 배까지 가거도 서쪽만 해도 미역 작업을 하는 배가 세 척이다." -책 53쪽, '가거도' 중에서-

어민들에게 갯벌은 삶의 철학이다. 저자는 갯벌을 지켜온 이 어민들을 스승으로 받들고, 그들의 지혜를 빌려 갯벌을 보고 있다. 하여 책자에는 바다와 섬의 풍경도 풍경이지만 거기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생생한 삶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육지 사람들은 시계를 보고 일을 하지만, 갯사람들은 물때를 보고 바다로 나간다. 육지 사람들은 일기예보를 보지만 섬사람들은 새를 보고 해를 보고 바다 색깔을 본다. …(중략)… 조금, 세물은 갯사람들의 달력에만 있는 시간이다. '물때'라고도 한다. 인간이 인위적으로 구분해 놓은 시간이 아닌 '생태시간'이다." -책 213쪽, '생일도' 중에서-

▲ 저자는 먼발치서 섬사람을 바라보지 않는다. 곁에서 늘 함께 했다. 하여 그의 글에는 그곳에서만 들을 수 있는 갯마을 사람들의 질퍽한 생활사가 담겨 있다. ⓒ 이돈삼



저자는 바다와 갯벌을 체험과 관광의 대상으로 보는 편협한 시선도 부정한다. 거기에는 희로애락의 인간사가 질퍽하게 담겨 있기 때문이다. 해양문화 자원의 개발 또한 '육지의 시선'이 아닌 '바다의 관점'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역설한다. 관광도 체험도 육지 사람들의 관점이 아닌 섬사람들의 입장을 헤아리며, 육지에서 건너다보지 말고 바다에서 바다를 보자고 얘기하고 있다.

"오늘처럼 햇볕도 좋고 바람이 살랑거리면 하루 만에 천일염이 만들어질 것이다. 이 소금이 '단일소금'이다. 비온 뒤 단일소금이라면 물어볼 것도 없이 약소금이다. 그대로 보약이다. 일조량이 많은 남도 바다와 섬에서 만들어진 소금은 하늘이 내려준 가장 귀한 선물이다. 섬 여행을 하는 사람들이 이런 보물을 보지 못하고 간다면 어찌 섬을 보았다고 할 것인가." -책 123쪽, '증도' 중에서-

"자연 환경에 적응하는 생태 기술과 적응 양식은 그대로 청산인들의 삶과 문화로 축적되었다. 그들의 밝고 맑은 표정과 자연미는 청산의 자연과 삶에서 비롯된 것이다. 드라마 촬영으로 한바탕 소란스러워지기보다는 청산도가 갖고 있는 본연의 아름다움, 청산인들의 따뜻한 마음이 전해져 드라마 세트장이 아닌 청산도 사람을 직접 만나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책 258쪽, '청산도' 중에서-

책장을 넘기다 보면 생생한 섬의 풍경이 그려지고 섬사람들의 생활이 주마등처럼 스쳐 간다. 섬사람들의 살가운 사람살이도 가슴에 스며든다. 섬과 섬사람은 물론 책을 읽는 사람까지도 그 섬에 서있는 것만 같다.

저자 김씨는 "남도의 섬과 바다에는 씨줄과 날줄로 엮인 사람들의 이야기가 숨 쉬고 있으며, 그 사람들의 삶을 이야기하고 싶었다"면서 "이 책이 섬과 섬사람들을 제대로 이해하는데 조금이나마 보탬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저자 김준은 섬으로 발품 팔러가는 것을 즐긴다. 일상에서 벗어나 섬에만 들어가면 입맛이 돌고 삶의 의욕도 넘쳐난다는 그다. 사진은 홍도를 배경으로 카메라를 들고 선 저자의 모습이다. ⓒ 이돈삼

덧붙이는 글 저자 김준은 1963년 전남 곡성에서 태어나 전남대에서 어촌사회 연구로 학위를 받았다. 전남대와 목포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해양문화를 연구하다 전남발전연구원에서 일하고 있다. 현재 '오마이뉴스' 등에 섬이야기를 연재하고 있다.

〈섬관광 현황과 활성화 방안〉〈대형간척사업이 지역주민의 삶에 미치는 영향〉등 다수의 논문과 《갯벌을 가다》《새만금은 갯벌이다》《다도해 사람들》《섬과 바다》등의 저서가 있다. 모두 바다냄새 가득한 것들이다. 신안 증도 태평염전 소금박물관에서 〈섬과 여성〉〈소금밭에 머물다〉를 주제로 사진전을 열어 큰 호응을 얻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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