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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써 잡은 매미, 다 놓아주자네요

[사진&동영상] 매미잡이 삼매경에 빠진 손자 도영이

등록|2009.07.29 10:34 수정|2009.07.29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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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미야 놀자!!손자 아이 도영이가 요즘 오전이면 아파트 단지 수백그루의 느티나무에 앉은 매미잡기 놀이 삼매경에 빠져 시간 가는줄도 모른답니다. ⓒ 윤도균


초등학교 2학년에 다니는 손자 아이 도영이가 여름 방학을 맞이하였지만 오히려 방학하기 전 학교에 다닐 때보다 더 바쁜 일과를 보내고 있네요. 우선 아침에 일어나면 9시까지 아파트 단지 노인정에서 전직 교장 선생님을 역임하셨던 훈장 선생님들께서 아파트 단지 초 중등생들에게 우리나라 전통예법과 한문 교육을 무료로 방학기간에 가르쳐 주셔서 도영이의 하루 시작은 한문교실 가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그리고 다시 교과서 중심으로 공부하는 공부방에서 한 시간 공부를 하고 돌아와 점심을 먹고 오후 1시부터 피아노, 영어, 태권도, 수영, 그리고 마지막으로 화·목요일은 학습지 공부를 하다 보니 이제 9살 된 손자 아이가 방학하였어도 할아버지가 손자 아이 얼굴 보기 정말 쉽지 않네요. 아무리 공부가 중요하다고 하지만 이제 초등학교 2학년인 어린 아이들에게 이렇게까지 저렇게 힘들게 공부를 시켜야 하는 것인지.

아니면 도영이 할아버지인 내가 너무나 골통 구세대라 그런지 좀처럼 이해가 쉽지 않네요. 그래서 맘먹고 도영이 할머니에게 저 어린 아이에게 어른들 기준으로 너무 무리하게 공부를 시키자는 것 아니냐고 말을 하며 방학도 했으니 두 과목 정도는 빼고 그렇지 않아도 놀기 좋아하는 아이를 마음대로 좀 뛰어놀 수 있게 하라고 몇 번을 당부해도 '할아버지는 잠자코 계세요.'

요즘 아이들 다 그렇게 시키고 있어요, 하면서 당장 할아버지가 낮에 어린이 놀이터나 아파트 단지 청소년 쉼터에 나가 아이들이 있나 없나! 한번 보라고 핀잔을 하네요. 그러니 어쩌겠어요 할머니가 손자놈 공부 가르치겠다는 욕심이 저렇게 지극 정성인데 괜히 말했다가 본전도 빼지 못하고 슬그머니 꽁무니를 빼면서, 그래요 당신이 알아서 해요.

하지만 아이들은 어려서 맘껏 뛰놀고 자연과 함께 친숙해질 수 있는 견학이나 체험을 해야 하는데 아이가 시간이 없으니 너무 안타까워서 그래요. 당신이 도영이 좀 한번 봐요. 아이가 키만 삐쭉 크지 살이 붙질 않아 완전히 베트남 아이들처럼 너무 메말라 보여서 그래요. 그리고 옷을 벗으면 정말 보기 민망할 정도로 아이가 야리야리한 것 당신은 못봐요? 하고 한마디 던져두고.

▲ 매미잡이 나선 손자 아이 도영이 ⓒ 윤도균


집에서 150m 정도 되는 사무실에 출근하니 경로당 예절교실 가기 전에 30여 분 여유 시간이 있다고 도영이란 놈 할아버지더러 아파트단지 내 여름철이면 얼마나 느티나무 숲이 우거져 그늘이 좋은데 이 시원한 느티나무 그늘에 매미가 얼마나 많은지 웬만한 나무를 보면 보통 2~3마리의 매미가 붙어 합창으로 울어대고 있어.

그야말로 우리 아파트 단지는 도심 속의 농촌을 방불케 매미가 많이 서식하며 울어대고 있어 오전 시간이면 매미채와 곤충 가방을 든 아이들이 매미 잡는 재미에 여기저기 사방팔방에서 아이들이 매미를 잡는 모습이 도심에서 보기 드문 볼거리랍니다. 그런데 도영이란 놈도 할아버지 손을 끓고 매미를 잡으러 가자고 사정을 합니다.

그러니 도영이 할아버지 농촌 출신이라 어려서 감나무 숲 그늘에 매미와 쓰르래미가 얼마나 많았는데 그때 그 시절 매미 잡던 실력 발휘하여 20여 분도 채 안되어 매미를 열한 마리나 잡아 채집 통에 넣어주니 이놈 아주 신바람이 나서 우리 할아버지 매미 잡는 천재라나 귀신이라 뭐라면서 아주 흥이 나서 할아버지를 치켜세우며 좋아 합니다.

그런데 놀란 것은 우리 손자 아이보다 키도 작고 얼굴도 미남형으로 잘 생긴 어떤 아이는 세상에 매미를 대충 짐작으로 보아도 아마 100마리는 더 잡아 가지고 다니는데 이 아이는 매미 잡는데 이력이 나서 매미가 조금 낮은 곳에 앉아 있으면 이 아이는 매미채로 잡지도 않고 신기하게 손으로 잡는 신통력을 보여주고 있네요.

그런데 우리 도영이란 놈은 키는 매미를 많이 잡은 형보다도 한 뼘은 큰데 겁이 많아서 할아버지가 매미를 잡아 주어도 만지지도 못하고 얼마나 마음이 여린지 할아버지와 함께 잡은 매미 10여 마리를 모두 다 잡았다가 다시 살려 주자고 성화를 합니다. 불쌍하다고 그러면서도 매미 잡는 일은 얼마나 좋아하던지요.

▲ 키는 훤출하게 큰대 마음이 여린 손자아이 ⓒ 윤도균



이렇게 잡은 매미를 일단은 사무실에 가지고 들어와 정수기 물을 이용, 분무기로 물을 뿌려주고 사무실 에어컨 아래에 자리를 잡고 위를 그늘처럼 가려 주니 얼마 동안 있다가 이 10여 마리 매미 중 몇 마리가 울어대기 시작을 하니 덩달아 다른 놈들까지 합세하여 합창으로 울어 대니 도심 빌딩 속 사무실에서 듣는 매미 소리란 정말 뭐라 표현을 해야 할지요.

오후 늦게 돌아온 손자 아이 도영이란 놈  할아버지에게 오더니 매미 어디에 있느냐고 물어 가르치며 매미가 울고 있다고 하며 보여주니 얼마나 좋아하며 신기해하던지 모처럼 손자놈 해맑은 모습으로 구김살 없이 웃는 모습이 얼마나 보기 좋던지요 할아버지가 손자아이 키우는 또 다른 재미가 아마 이런 것이 아닌가 생각을 합니다. 그리고 어둠이 내릴 무렵 손자 아이와 함께 잡은 매미를 모두 날려 보냅니다.

그리고 나서 또 이 아이는 매미채를 들고 달려나갔어요 자기 손으로 매미를 잡아도 만지지도 못하면서 그저 잡는 재미에 푹 빠져 이리 뛰고 저리 뛰며 매미 잡는 손자 아이 모습을 따라다니며 사진과 동영상을 찍어 두지요. 이다음 훗날 손자 아이가 자라서 매미 잡던 시절 추억을 생생하게 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서요. 그러면서 할아버지 할머니 생각 그리고 가족들 생각하는 착한 손자아이가 되기를 바라며…….

▲ 키가 모자라 철재위에 오라서 매미를 잡아 보지만 그만 날아가 버렸어요 ⓒ 윤도균


▲ 키가 모자라니 점프를 해보지만 ⓒ 윤도균


▲ 한번 더 젖 먹은 힘을 내어 점프를 해보지만 이번에도 키가 자라질 않네요 ⓒ 윤도균


▲ 매미를 잡았어요 ⓒ 윤도균


▲ 잡은 매미를 살려주는데도 이 매미들 한참이나 안 날아가고 그냥 있네요 ⓒ 윤도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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