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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형 슈퍼마켓은 혼자만 살겠다는 것인가?

소상인들의 삶터를 약탈하지 말라!

등록|2009.07.29 10:56 수정|2009.07.29 10:56
비록 망하긴 했지만 예전에 슈퍼마켓을 운영한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막상 슈퍼마켓을 경영해 보니 여간 힘든 게 아니었습니다.

우선 아침 일찍 문을 열어야 했지요.
또한 어린아이가 껌 한 통을 사러 왔을 적에도
여하튼 그 또한 '손님'이었기에 친절하게 맞아야 했음은 물론이었습니다.

요즘 같은 여름이 되면 더 피곤했습니다.
가게 밖에 설치한 파라솔과 의자 아래서
손님들이 시원한 맥주를 마시는 걸 즐기기 때문이지요.

허나 술을 마시다 보면 가게의 문을 닫을 시간인
자정을 꼴딱 넘기는 경우가 비일비재했습니다.
"늦으셨는데 이젠 그만 드시고 가시죠?"라고 해 봤자 소용없었습니다.

"손님은 왕인데 왜 이래?
그럴 거면 가게는 뭣 하러 하는 거야?"

만취하여 그렇게 대꾸하는 손님에겐 참으로 속수무책이었거든요.

슈퍼마켓 주인의 피로도를 가중시키는 요소는 또 있었습니다.

청소년에게 담배를 팔다 적발되는 경우는 거액의 벌금은 물론이요
'그렇게까지 해서 돈을 벌려고 했어?!'라는 관청과
경찰서의 따가운 시선까지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거든요.

그래서 담배를 달라고 하는, 나이가 어려보이는
사람에게 신분증을 보자고 하면 거짓말을 하기도 일쑤였습니다.
"아버지 심부름인데요..."

"마침 신분증을 안 가지고 왔어요..."
"저는 이래봬도 나이가 스무 살도 넘은 대학생이라고요!"

그러거나 말거나 저는 그같이 거짓을 일삼는 이들에겐 가차 없이 대했습니다.
담배 한 갑 팔아봤자 겨우 10%도 안 남는 이익이었기에
담배를 잘 못 팔았다간 그야말로 되로 주고 말로 손해를 입는 형국이었기에 말이죠.

"암튼 신분증을 확인하기 전엔 절대로 담배 못 팝니다!"
그러면 욕을 하고 가는 사람도 적지 않았습니다.

그러자면 정말이지 하루에도 열두 번 이상으로
'내가 왜 가게를 차려 이 고생을 자초했던가'라는 후회가 밀물로 다가왔습니다.
그렇지만 처자식하고 먹고 살려니 어쩔 수 없었던 것이었지요.

여하튼 이 외에도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는 또 참 많았는데 이만 줄이겠습니다.
최근 소규모 상인들, 특히나 슈퍼와 식품점 등을 하는
소상인들의 첨예한 이슈로 부각되고 있는 게 바로
기업형 슈퍼마켓(SSM)의 출점 확대입니다.

주지하듯 SSM은 막강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하는 그룹과 대기업 차원의 '공룡'입니다.
그런데 그러한 공룡들이 겨우 밥술이나 먹기에도 급급한
소상인들의 삶터에까지 진출한다고 해서야 어디 쓰겠습니까!

SSM들이 기를 쓰고 동네의 골목 상권까지를 '약탈'하려는 것은
SSM의 성장세가 둔화되고 시장이 포화상태인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렇지만 작금의 기업형 슈퍼마켓의 무차별적 확장은
한 마디로 혼자만 살겠다는 저의에 다름 아니라고 봅니다.

'아홉이나 가진 자가 겨우 하나 가진 이의 것을
뺏아 기어코 열을 채우려 한다'는 말이 있는데 SSM의 요즘 행태는
바로 그같이 어떤 이기주의적 기업과 그룹의 한없는
소유욕을 꼬집는 명언이나 속담에 다름 아니라 하겠습니다.

사람과 기업의 입장에서도 가장 수치스런 말은
"있는(부자인) 사람(기업)이 더 하다!"는 세인들의 조소가 아닐까요?
덧붙이는 글 SBS에도 송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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